새 철 드는 날 입춘굿 보러옵써
24절기 중 첫 번째로 맞는 입춘(立春), 제주만의 풍습인 신구세관이 교대하는 신구간이 끝나고 1만 8천신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새해 일을 시작하는 때이다. 그래서 ‘새 철 드는 날’이라고 했다. 비로소 새해의 봄이 열리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단절되었던 것을 1999년에 전승문화유산으로 복원하여 해마다 열리면서 제주의 대표적 민속축제로 자리잡았다. 2015년 을미년 입춘굿은 제주도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전통문화축제, 도시형 문화축제로 거듭날 예정이다.
1만 8천신, 거리의 빛으로 노닐다
입춘굿의 시작은 3일 오후 6시 제주성 동서미륵제로 열린다. 조선시대 제주성을 가운데 두고 동서방향에서 마주보며 지키고 있는 동미륵과 서미륵은 마을사람들에게 재물과 복을 가져다주는 자복신이다. 제주성을 보살피는 동서미륵에게 먼저 제를 올리며 제주섬의 1만 8천신에게 입춘굿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이어서 등으로 불을 환히 밝힌 제주신화신상을 앞세운 행렬이 관덕정으로 줄지어 모이는 ‘제주신화신상 걸궁’이 펼쳐진다. 제주신화의 대표적인 자청비, 세경 3신상(자청비여신, 문도령신, 정수남이신), 설문대여신, 영등할망, 대별왕과 소별왕신이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재탄생하여 거리를 노니는 것이다.
전야제의 마지막은 세경제로 치러진다. 입춘은 한해를 여는 날인 동시에 새농사를 시작하는 날이기에 농업의 수호신 세경신, 자청비 여신에게 제를 올리며 오곡이 풍성해지고 가축번성을 정성으로 빌게 된다.
입춘날 4일에는 을미년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액막이 굿인 ‘춘경문굿’을 시작으로 입춘굿, 낭쉐몰이·친경적전으로 이루어진 본굿과 탈놀이극이 펼쳐진다.
입춘날이면 관덕정 마당에 구름같이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 바로 입춘굿 때문이다. 제주 제일의 심방과 제주목사, 주민이 한데 어우러져 펼쳐지는 입춘굿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제주사람들의 신명나는 축제이다.
초감제, 세경놀이, 도액막음 순으로 진행되고, 입춘굿의 굿중 <세경놀이>를 직접 심방들이 놀이굿으로 공연하게 된다. 신들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제주에서 1만 8천신들을 맞이하여 치러지는 입춘굿은 한반도 전역에서 새봄을 가장 먼저 알리고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축제이다.친경적전은 탐라왕이 몸소 쟁기를 끌며 농사를 짓는 모습을 흉내 냈다는 데서 이어져 왔다. 입춘 전날 모셔둔 낭쉐를 입춘날 제주를 빛내고 덕망 있는 인물을 호장으로 선정하여 씨 뿌리는 시늉을 하며 입춘덕담을 함께 전하게 된다.새봄맞이 흥겨운 잔치 한마당
마지막 날인 5일에는 제주민요로 풀어내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우리 할망넨 영 살앗수다’, 제주어가요, 관기들이 펼쳤던 전통무예가 재탄생된 ‘예기무’, 어린이들의 난타공연이 펼쳐지고 폐막굿을 통해 입춘굿이 마무리된다.
4일부터 5일까지 먹거리 장터에는 천원 한 장이면 몸을 녹이는 따뜻한 국수를 맛보는 입춘천냥 국수를 삼도2동 부녀회에서 운영하며, ‘제주향토음식’ 부스에서는 ‘괴깃반’과 ‘막걸리 한사발’ 등 먹거리 마당이 풍성하다.
‘괴깃반’은 잔치나 성례를 치를 때 고기 위주의 반을 이르는 말로 돼지고기 서너 점, 순대 한 점, 마른두부 두 점을 담아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 접시씩 나누어주는 음식으로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나누었던 제주사람들의 정을 담은 공동체 나눔 접시라고 할 수 있다.뿐만 아니라 ‘입춘 산받음’(한해를 점치는 것), ‘소원 등달기’, 도예체험, 꼬마낭쉐 만들기, 전통탈 만들기, 얼굴그리기, 기메체험 등 입춘굿을 보러 온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하고 풍성한 행사들이 제주목 관아에서 만날 수 있으니, 2015년 새봄을 을미년 탐라국입춘굿으로 맞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