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이용인가? 재이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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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이용인가? 재이용인가?
  • 한무영
  • 승인 2009.06.21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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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야기..'再' 속에 숨어있는 불합리와 낭비요소..⑭



재(再)혼하는 처녀총각?


처녀, 총각이 결혼할 때, 재혼 운운하다간 잘못하면 따귀를 맞을 수도 있다. 매우 무식하거나 아니면 고의로 악담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처음 결혼하는 처녀 총각에게 두 번째를 뜻하는 '재(再)'자를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비슷한 불합리한 예를 들자면, 어른들이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을 소홀히 대하였다가 나중에 귀한 줄을 알고 쩔쩔매는 경우도 해당된다.


재(再)이용하는 빗물?


정부나 언론에서 하수 재이용이나 빗물 재이용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하수 재이용이란 더러운 하수를 처리하여 다시 사용하는 것이라서 문제가 안된다. 그런데 이전에 사용한 적이 없는 빗물에 ‘재(再)’자를 붙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런데도 빗물 재이용이라는 단어를 아무 거부감이 없이 사용하는 것은 ‘빗물=하수’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이것은 ‘음식물=음식물 찌꺼기’라고 하는 것과 같다. 둘 다 기원은 같을지 모르지만 음식물은 깨끗하고 찌꺼기는 더럽다.

마찬가지로 빗물과 하수는 기원이 같을지 모르지만 빗물은 깨끗하고 하수는 더럽다. 음식물 찌꺼기가 더럽기 때문에 음식물이 더럽다고 하는 것이 틀린 것처럼 하수가 더럽기 때문에 빗물이 더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빗물은 원래 깨끗한 것인데 땅에 떨어져서 더러워진 빗물은 하수가 된다. 따라서 하수는 처리한 후 재이용이 가능하지만 빗물은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빗물은 더러울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우리나라에 연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1,270억 톤이라는 깨끗한 수자원이 모두 다 더러운 하수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물부족, 홍수, 수질오염, 에너지 과다사용 등 모든 물문제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깨끗한 빗물을 모두 다 버린 다음, 땅에 떨어진 후 더러워진 빗물을 모아서 처리해서 ‘재’이용하겠다는 것은 난센스이다. 더러워지기 전에 모으는 것이나 더러워진 후에 모으는 것이나 빗물을 모으는 것은 순서만 다를 뿐 같은 것이 아니냐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순서가 뒤바뀌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시험 망친 다음 공부하는 학생이나, 골이 들어 간 후 몸을 날리는 축구 골키퍼의 예를 들면 같은 일이라도 순서를 바꾸면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더러워지기 전과 후는 처리 비용면과 이용 용도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빗물 재이용, 무식인가? 고의인가?


빗물 이용은 빗물이 더러워지기 전에 받아서 이용하자는 것이고, 빗물 ‘재’이용은 더러워진 빗물을 받아서 처리하여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더러워진 빗물을 ‘재’이용하기 위해서는 처리를 하여야 하며, 이때 비용과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재이용이란 비용문제 때문에 다른 방법을 다 동원한 후 마지막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깨끗한 빗물은 별다른 처리 없이 허드렛물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에 일단 더러워진 하수를 용도에 맞는 수질의 물로 처리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같은 빗물이라도 상류에서 받으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반면에, 더러워진 빗물을 하류에서 받으면 처리를 해야 하므로 처리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빗물 재이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상류의 빗물은 깨끗하다는 사실을 모르거나(무식), 아니면 일부러 규모와 시설을 크게 만들어 비싸게 하려는(고의)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와 같이 빗물 재이용의 ‘재’란 말 속에는 엄청난 불합리와 낭비의 요인이 담겨져 있다.

이것을 보면 빗물 이용과 빗물 ‘재’이용은 글자 한자 차이지만, 그 인식의 과학적 의미나 국민들의 비용부담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는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하여 오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마인드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빗물을 하류로 끌고 와서 강 근처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정책은 불합리하다. 흘러 내려오는 동안 더러워진 물을 처리하자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운반시설은 물론 처리시설도 커야 되므로 비용도 많이 들고, 그것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므로, 그 양을 다 처리할 수 있도록 처리시설을 매우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 년 중 그 큰 시설을 사용하는 날은 며칠밖에 안되고, 나머지 날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아 왜 이렇게 크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작게 만들면, 정작 비가 많이 올 때는 홍수가 발생하거나 처리되지 않은 더러운 빗물이 하천을 오염시킨다. 또한 처리를 하더라도 이용용도가 제한된다. 지금과 같이 물부족, 홍수방지, 가뭄방지, 수질오염방지 등 여러 가지 물문제중 한 가지만 생각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견해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비가 떨어진 바로 그곳에서 빗물을 받아서 사용하는 소스 컨트롤 (source control)이다. 그러면 물절약이나 홍수방지도 할 수 있고, 또한 그 물을 천천히 지하로 침투시키면 가뭄이나 건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의 정책은 국민들에게 수질오염방지용 세금 따로, 홍수방지용 세금 따로, 가뭄방지용 세금을 따로 내라고 하는 셈이다. 정부에서 물관리 정책의 기조를 고쳐서 다목적의 빗물시설을 하면 국민의 세금을 엄청나게 줄이고 인명과 재산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빗물을 이용하자


빗물이용이란 더러워지기 전의 빗물을 받아서 이용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처음 떨어진 순수하고 깨끗한 물을 별도의 처리 없이 또는 자연적인 침전현상으로 입자를 분리하여 음용, 또는 비음용으로 사용한 것은 수천년 전부터 우리 인류가 해온 일이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가 적게 들고 지속가능하게 물의 확보하는 현명한 방안이다. 빗물은 빈부나 귀천 없이 우리 모두에게 골고루, 공짜로 떨어진다. 상류에서 받아서 이용하는 데는 비용과 에너지가 그리 크게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류에서 빗물을 잘 관리하자고 하는 마음에는 하류지방의 사람들의 홍수피해나 수질오염을 줄여주고, 하류의 동식물이 필요한 물을 공급해주고, 후손들이 물을 잘 쓰도록 배려해주는 아름다운 윈-윈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이와 같은 우리 선조들의 마음씨가 우리 국토를 금수강산으로 유지해 준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후손에게 금수강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마음씨를 가진 올바른 빗물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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