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기업에 국민연금 기업관여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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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참사기업에 국민연금 기업관여 안해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6.06.15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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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에야 늑장 기업관여 공문발송....기업과 구체사항은 공개 안해

국민연금기금이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기업들에 대해 공적연기금으로

서 기업관여(Engagement)에 무관심 하거나 매우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경실련 등 4개 단체는 지난 14일 오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강남 사옥 9층에서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에 대한 국민연금기금의 거액 투자와 관련해 강면욱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이슈화된 시기는 2011년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그 동안 단 한 차
례도 기업관여를 하지 않다가 올해 5월 20일에서야 최초로 가해 기업들에게 유사 사건 재발방지를 위
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때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사망자만 수 백명,
피해환자만 수 천명으로 밝혀지고도 한참이 지난 후다.

공교롭게도 5월 20일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가습기 살균제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국민연금기금이 가해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보호 차원에서 가해기업들에게 진상 규명에 나서도 재발 방
지 대책을 요구하고 공문이라도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화 통화를 한 날이기도 하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5월 20일 1차로 공문을 발송했고, 가해 기업에 대한 1차 면담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면담은 현재까지는 이사회 등 책임 있는 선이 아닌 IR팀과 같은 실무선에서 이루어진
걸로 파악되었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답변 내용을 토대로 단계적으로 진행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경실련은 "국민의 보험료로 조성
된 공적연기금인 국민연금이 국민이 죽어가는 사회적 비극에 눈을 감거나 눈치만 보고 있다가 여론에
밀려 늑장 기업관여를 했고,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기업관여의 수준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비
판하며 "국민연금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상위 수준으로 기업관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면담 과정에서 기업관여 공문을 보냈다는 가해기업 명단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기업관여는 통상 비공개가 관례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해당 회사들에 안전
성 검증 및 절차, 유사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고만 밝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환경운동연합 사무
실에서 '국민연금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 투자현황 공개 기자회견 - 국민연금은 책임투자원칙을 준수
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한 바 있으며, 일부 언론에서 국민연금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미 해당 회사들에 안전성 검증 및 절차, 유사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는 보도를 낸 바 있다.

이날 면담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경실련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이 공적연기금 투자자로서의 △가해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유사 사건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주주제안 상정 △주주총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직간접 책임자와 연루자에 대한 임원
연임과 선임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연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또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강화를 위해 △사회책임투자 정책과 로드맵 수립 요구 △사회책임투
자 비중 확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내에 자문기구로 독립적인 사회책임투자위원회 설립 △국민연
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보고서(ESG 보고서) 매년 발간 △상시적인 기업관여 수행 및 이를 위한 기업관
여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모든 요구 사항에 대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주주총회에서의 주주제안과 책임자와 연루자에 대한 임원 선임과 연임 등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에
대해 "주주가치의 제고와 훼손 차원에서 그때 가서 판단한 일󰡓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 사회책임투
자 강화 사항에 대해서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답변했다. 상시적인
기업관여 수행 및 이를 위한 기업관여 기준 마련에 대해서는 "경우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기준 마련
이 쉽지 않다"고 응답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경실련은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에 거액의
기금을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투자의 책임성을 가져야 하는데 면담 과정에서는 수익률 지상주의
논리만을 내세워 사회적 책임성을 읽을 수 없었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논평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기업들이 수익에만 눈이 멀어 발생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국민연금이 가해기업 기업관여에 수익률 지상주의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비판하며 󰡒수익과 공익을 통합하고 동시에 추구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약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기업관여에 나서지 않는다면 오는 20일부터 전국적으로 시작되는 "가습
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민서명운동의 주요 대상과 내용 중 하나로 국민연금
기금의 전면적인 사회책임투자 시행을 포함시킬 계획에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민연금기금은 옥시의 영국본사인 레킷벤키저그룹과 홈플러스 영국본사인 테스코, (주)코스트코
코리아의 본사인 (주)코스트코홀세일코퍼레이션, 애경산업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 롯데마트의 모기업
인 롯데쇼핑, 이마트, GS리테일, SK케미칼 등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직간접 가해기업에 총 1조432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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