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현무암 통가마..구억리 검은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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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현무암 통가마..구억리 검은굴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7.04.11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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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적당히 일면 앞뒤 구멍 차단, 그릇에 연기 스며들게 해


구억리 검은굴

제주기념물 제58-2호(2002년 4월 17일 지정)
위 사진 ; 가마 앞에서 찍은 화구 부분
아래 사진 ; 뒤 전체 모습

위치 ; 대정읍 구억리 666번지의 동쪽. 서광리 쪽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 길이 휘어지는 곳에 난 농로를 따라 50m쯤 들어간 곳 속칭 구석밭(구석팟)
시대 ; 조선
유형 ; 옹기 가마

 

◆ 검은굴화구1.

◆ 구억리_검은굴_뒷부분


이 검은굴은 색깔이 검은 그릇을 구워내는 가마인데 1850년대에 현무암을 쌓아 만든 통가마이다.

구조는 아궁이, 굴통(연소실·소성실), 뒷구멍(굴문·배연구), 부장쟁이 등으로 이루어졌는데, 아궁이(화구)는 약 50㎝ 크기의 현무암 판석을 좌우에 세우고 위에는 넓적한 돌을 얹어 정방형으로 만들었다.

굴의 길이가 짧고 옆 구멍(문)이 없으며 내부 앞에서 뒤까지 다른 시설물이 없다.


화구 앞에는 바람막이 돌담이 둥글고 높게 쌓아져 있다. 작업할 때까지는 지붕을 얹었던 곳으로 일종의 움막이었다. 이곳을 부장쟁이라고 하며 연료를 쌓아놓는 곳이며 식사 공간이고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굴의 길이는 810cm이며 너비 300㎝, 경사는 16도이다. 내부 벽은 사다리꼴처럼 위로 좁아지며 천정은 둥그스름하다. 천장은 허물어지지 않도록 돌 사이에 잔돌을 끼워 넣었다. 뒷문은 굴뚝의 기능도 한다.


불 때는 시간이 12시간 정도이다. 땔감은 25톤 정도 들어간다. 800℃ 정도에서 구워지다가 산화되는 과정에서 연기에 의하여 검은 색을 띠게 되는데 이는 연기 먹이기 방식을 썼기 때문이다.

연기 먹이기란 일단 불이 적당히 일어나면 앞 뒤 구멍을 모두 차단하여 그릇에 연기가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다.

이 때 굴 밖으로 연기가 새면 실패다. 따라서 굴의 천정 두께가 매우 두텁다. 일제말기까지 검은굴에서 작업을 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검은 그릇의 대표적인 것은 시루와 물항아리가 있는데, 물항아리의 경우 물이 매우 차고 오래 보존된다.

이는 소성 온도가 낮기 때문에 흙이 물러 수분함유가 높고 통기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위 숨쉬는 항아리라고도 한다.

기와와 비슷해 지새그릇이라고도 한다. 반면 노랑굴 제품에 비하여 약하기 때문에 잘 깨지는 단점이 있다. 곡식을 가득 담았다가 터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구억리 지경이 자갈이 많아 농사가 잘 안 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옹기를 구워 팔아야 곡식을 살 수 있는 어려운 여건이 주민들로 하여금 더욱 가마 일에 매달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4·3사건 직후 마을을 재건하며 시작한 일이 마을 아래쪽(안성상동)에 1기와 지금의 마을회관 옆에 2기의 가마를 우선 짓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 가마들은 서쿠지 가마보다 더 크게 지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두 멸실되었다. 구억리에는 속칭 구석팟(검은굴), 서쿠지(노랑굴), 검은굴아진밭(검은굴), 폭낭굴(노랑굴)을 비롯하여 마을 7-8곳에 가마가 있었다.
※검은굴 관련 언론 보도※


2013년3월4일 구억리 전통옹기보존회(위원장 강창근)와 구억리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검은굴’ 상단 일부가 침하된 사실이 마을 주민들에 의해 확인됐다. 구억리 전통옹기 보존회는 ‘검은굴’이 훼손된 사실을 확인, 서귀포시에 보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용석 전 구억리장은 “지난해 9월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준비하면서 서귀포시가 용역업체를 빌어 ‘검은굴’ 풀 베기 사업을 벌였다”며 “당시 풀 베기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검은굴’이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이장으로 있던 지난해 ‘검은굴’이 훼손된 사실을 서귀포시에 알리고 보수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형문화제 제14호로 지정된 신창현 도공장(74·구억리)은 “‘노랑굴’과 달리 구억리 ‘검은굴’은 제주는 물론 세계에서도 단 1개 만 남아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노랑굴’과 비교할 수 없다”며 “일반 용업업체에 문화재 관리를 맡겼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도공장은 “‘노랑굴’ 보호를 위해 설치한 비가림시설을 ‘검은굴’에도 설치하는 등 ‘검은굴’에 대한 보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검은굴’이 70년 넘게 사용되지 않으면서 오래 전부터 낙석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굴대장 등 전문가와 함께 현장 조사를 벌여 보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은굴’도 주기적으로 불을 때고 보수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올해 열리는 옹기축제를 시작으로 매년 검은굴에 불 피우는 작업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의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760-2501. <김문기 기자> (제주일보 130304)
《작성 041024, 보완 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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