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를 반씩 나눠 또 걷습니다..①"
상태바
"올레를 반씩 나눠 또 걷습니다..①"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5.14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행인편지)17코스를 거꾸로..관덕정에서 도두항까지

 

 

6개월여 매주 부지런히 제주올레를 다 걷고 나서 완주증까지 받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지 지난 2주 편안히 있어 봤습니다.

지난 2주간 연휴니 선거니 하며 쉬는 날은 참 많았지만 걷기에 나서기보다 다른 일 하기에 더 바빴던 것 같습니다.

취재차, 악취를 잡았다는 양돈장과 양계장을 두어번 찾아가 확인도 해보고 마을이장 등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각종 행사에도 찾아다니다보니 사실 걸을 여유도 없었지요.

올레를 다 걷고나서 기사를 열심히 읽었던 분들이 완주를 많이 부러워들 하기에, 올레 한 코스를 전부 걷지 말고 반으로 나눠 걸어보라고 권유했더니 벌써 몇 팀은 열심히 올레를 반씩 나눠 걷는 중입니다.

 

이렇게 반씩 걸었던 사람들은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길지도 않고 시간도 적당해서 걷는데 부담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팀은 처음에는 둘이 걷다가 다음에는 6명이 걷더니 앞으로는 그 인원이 더 늘어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2주 정도를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자니 올레 이외에는 당장 어디론가 멀리 떠날 수도 없고 해서, 나는 올레코스 스탬프포스트를 하나씩 찾아 걸어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다음 포스트까지 걸어가 보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난 13일 회사에서 가까운 제주올레 간세라운지를 찾아 17코스를 거꾸로 해서 해안도로를 지나는 어영마을까지 걷기로 작정했습니다.

길지는 않은 코스지만 그렇게 걷고 나면 이틀이면 한 코스를 걷게 돼 또 한 6개월여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계절의 제주올레를 철 따라 제대로 느끼게 될 것 같아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올레에서 만나는 제주도의 풍광은 어디를 내놓아 손색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다시 걷다보면 새로운 제주도의 또 다른 무엇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기에 길을 한번 나서 봤습니다.

 

5월13일 오전 9시10분경 간세라운지에서 17코스 스탬프를 찍고 출발했습니다.

이상한 일은 올레를 걸으려면 일단 그 거리에 놀라고 걷는 시간을 계산하면 까마득합니다만..
반만 걷는다 생각하니..아무리 길어도 3시간여..
별로 마음에 부담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덕정에 있는 돌하르방도 자세히 사진을 찍고 그 옆골목으로 들어서니 이익적거터라는 석비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하는 사람들도 보였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또 올레꾼들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직 앞만 보고 바쁘게 걸어야 할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지요.

무근성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용연에 도착하니 단체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었고, 흔들거리는 구름다리의 그 진면목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용두암에는 여전히 많는 사람들이 찾고 있었고..그곳을 지나 해안도로 커피숍에서 아이스티 한잔을 하는 여유도 부려 봤습니다.

그곳을 걷다보니 어느 해안도로 옆 포구에 숨어있는 해신당을 둘러볼 수도 있었고, 바닷가에 앉아 낚시를 하는 모습도 감상했습니다.

 

 

 

 

 

 

전에는 볼 여유가 없었던 바닷가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전에는 보지 못했던 알작지같은 자갈밭도 용두암 해안도로 바닷가에 아름답게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 19.2km를 걸어야 하는 전 코스였다면 걷기에 바빠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한 1시간 40여분을 걸으니 이날 목표한 중간스탬프 지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하프코스를 걷도록 한 나의 권유는 옳은 일이었음을 걸으면서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 코스를 걸을 때는 도착하면 저녁 늦게나 밤이 되기도 해서 빨리 집으로 향해야 했지만..이날 중간스탬프를 찍고 나니 시간이 너무 일렀습니다.

어차피 내일 다시 걸어야 할 길이니 조금만 더 걷자고 결정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도두봉을 향해 다시 걸었습니다.

도두봉을 오르니 향기로운 꽃내음이 코를 찔렀습니다.

이름을 모르는 꽃이 가득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봄의 향기겠지요.

도두봉을 내려와 점심을 하려고 식당을 찾으니 사람으로 가득 했습니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다 회덮밥으로 식사까지 여유롭게 했습니다.

이렇게 오전에 시작한 도두항까지 거리는 9km, 걷는데 걸린 시간은 딱 3시간 정도였습니다.

건강을 위해 그 정도의 시간은 전혀 아깝지가 않은 시간이겠지요.

게다가 올레를 걷는다는 그 기분도 사실 뭔가 모를 뿌듯함을 줍니다.

올레수첩을 한 권 사서 스탬프를 채워간다면 꼭 다 찍어야지 하는 투지도 생기기도 하구요.
요즘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도민들은 올레걷기에 많이 나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주어진 삶의 무게가 무거운 탓이겠지요.

 

 

 

올레코스를 차례대로 걸을 때는 실크로드 1만2천 km를 걸었던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글과 함께 했습니다만..

이번 올레 하프코스를 걸을 때는 박영만(프리월출판사 대표)의 저서인 ‘인생열전’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 주제는 ‘묘비명으로 본 삶의 의미’입니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인생찬가’라는 롱펠로우의 시를 옮겨 놓았습니다.

 

인생은 참된 것, 진지한 것
무덤이 그 종말이 될 수는 없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 말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이 아니네.

우리가 가야할 곳, 가야 할 길은
향락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목표요 길이라네.

모든 위인들의 생애가 깨우치는바
우리도 숭고한 삶을 살 수 있고
떠날 땐 지나온 시간의 모래 위에
우리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네.

그 발자국, 아마도 훗날 다른 사람이
장엄한 생의 바다 저어가다가
외롭게 파도에 난파하는 때를 만나면
보고서 다시금 용기를 얻으리.

박영만은 이 시를 소개하면서 또 그렇게 적습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큰 주제에 비하면 일상의 사소한 것들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들인가?

사업에 실패한 분들은 사업은 단지 살아가는 방편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사랑의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분들은 세상에 사랑할 대상은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대학입시에 실패한 학생은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그리고 또 말하지요.

"(중략)..물론 오늘 당장 살아가야 하는 현실속에서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다 하더라도 그 약효는 오래 가지 못하고 이내 일상의 치열함 속에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 깨달음의 잔재는 무의식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소한 감각적 사건을 계기로 되살아나 아주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여름은 덥고..겨울은 춥고..봄.가을은 다른 일 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라는 이유 등으로 우리는 선뜻 올레걷기에 나서기 힘든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
그리고 주말마다 결혼식에 장례식에 바쁜 일들이 우리의 여유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올레를 반만 걷는다면 그런 일과 속에서도 충분한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권유를 드리는 바입니다.

걷다 보면 무언가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걷기만 해도..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을 바라보게 됩니다.

성찰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 다음의 휴식은 정말 달콤합니다.

올레길에서 만나는 모든 올레꾼들은 그래서 늘 반갑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