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당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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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당산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5.2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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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48m 비고: 118m 둘레: 4,674m 면적: 534,135㎡ 형태: 복합형

 

당산봉

별칭: 당오름. 차귀오름. 당산봉(堂山峰). 차귀악(遮歸岳)

위치: 한경면 용수리 4,705번지

표고: 148m 비고: 118m 둘레: 4,674m 면적: 534,135㎡ 형태: 복합형 난이도: ☆☆☆

 

 

부르는 명칭 만큼이나 유래가 다양하고 산세가 특별한 오름...

 

당산봉의 옛 명칭은 당오름이며 이 당은 신당(神堂)을 뜻하는 말이다. 옛날 이 오름의 산기슭에는 뱀을 신으로 모시는 신당이 있었는데 이 신을 사귀(蛇鬼)라 했으며, 그 후 사귀란 말이 와전 또는 변음으로 차귀가 되었으며 이런 연유로 차귀오름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인근의 해안마을인 자구내 포구는 예전 자귀내라 했던 지명이며 이는 차귀(遮歸)의 유래에 연하는 것이다.

그 외 조선지지자료에는 이 오름에 자귀낭(나무)이 많아서 자귀오름이라고 했다는 내용도 있으며, 고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탐라지에도 차귀악(遮歸岳)이라고 표기를 하고 있다. 또한 차단시킨 곳이라는 내용과 관련하여 그 유래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중국(송나라)의 호종단이 이 근처 섬의 수맥을 끊어 버리고 돌아갈 때 한라산신이 이 길을 막았다는 데에 따른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귀오름으로도 부르고 있으며 이 오름에 딸려있는 새끼오름을 당알오름이나 당산봉 알오름이라 하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 두 오름과 관련한 내용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일찍이 산 체의 특별함을 느꼈던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당오름은 한자의 뜻인 셈이며 여러 명칭이 있으나 지금은 대부분 당산봉으로 통하고 있다.

다만 한자 표기를 참고하면 다소 어색한 면도 있는데 오래전에 이미 당산봉(唐山峰)으로 표기를 한 내용이 전해지고 있지만 여러 자료나 문헌을 참고할 때 어울리지가 않아 보인다. 유래를 참고할 때 당산이라 함은 성황사(寺)라는 자귀당이 들어서면서 당(堂)오름이라고 한 것이며, 섬의 수맥을 끊고 달아나려 했던 호종단과 관련을 했는지 모르지만 당(唐당나라)오름은 표기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

구태여 당오름이라고 한다면 당(堂岳)이 더 쉽게 이해가 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이 오름의 명칭과 관련하여서는 예부터 자귀내 포구 가까이 있는 것과 연유하여 자귀오름이라고 했으나 성황사라는 자귀당(堂)이 들어오면서 당오름이나 당산오름이라 부르게 되었고, 이후 당산봉으로 표시되면서 명칭이 달라졌으니 원래의 지명 유래와는 다소 벗어났다는 견해도 있다.

 

또한 이른바 새끼(알)오름이라고 하는 별개의 화산체와 구분을 하기 위하여 차귀오름(자귀)이라 하고 알오름은 당산봉이나 당알오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 두 산 체의 정황이나 구분의 애매함을 고려할 때 알오름 자체도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화산이나 지리학적으로 당산봉 자체의 가치가 매우 큰 것만은 틀림이 없다. 한라산과 용암대지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에 생겨났다는 점도 중요한 사실 중 하나이다. 또한 이 지역에 있는 화산체이면서 해안을 안고 있는 수월봉의 응회암보다 훨씬 일찍 형성되었다고 학계에 보고가 된 바 있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 먼저 생겨난 곳이 용머리해안 일대와 이곳 당산봉 주변인만큼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결론이다. 제주의 서부권인 한경면 용수리와 고산리에 걸쳐 해안과 인접한 곳에 있는 오름이며, 비탈은 둥그스름 하면서도 가파른 퇴적암층을 이루고 있다.

서쪽 비탈은 바다로 내리지르는 암벽으로 이뤄져 있고 북쪽 비탈은 말굽형 굼부리가 크고 넓게 열려있는 형세이다. 주봉인 남쪽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고 서쪽 봉우리에는 당산봉수(차귀봉수)가 있었다. 중앙의 굼부리 쪽을 제외한 바깥 사면은 경사가 심한 편으로 절벽을 이룬 채 당당하고 위엄 있게 솟은 산 체이다.

 

 

-차귀오름 탐방기-

무릉 생태학교에서 출발하는 제주 올레(12코스)도 이곳 당산봉을 거쳐서 용수 포구까지 이어진다. 차량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일행과 함께 한다면 양방향 주차를 해서 전진 코스로 갈 경우 용수포구와 절부암 등을 연계할 수가 있다. 빼어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생이기정 바당길 역시 이 오름 주변을 지나는 과정에 포함이 된다.

당산봉의 초입지를 딱히 정할 수는 없지만 자구내 포구나 수월봉 주변에서 향할 경우 섬풍경 리조트 입구를 이용하면 된다. 올레 코스를 포함하는 탐방로는 비교적 잘 정비가 되어 있으며 자연의 길과 나무데크로 구성이 된 낮은 경사를 따라 오르면 된다. 능선에 오르면 분화구와 알오름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우측으로 정상가는 길이 나 있고, 제주 올레와 생이기정 바당길은 곧바로 이어가게 되지만 올레꾼들 역시 정상을 만난 후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오름 탐방로는 성지 순례길에도 포함이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당산봉을 지나는 도보여행자들이 많은 편이다. 당산봉은 크게 계절을 타지 않는다. 초록의 시기가 아니다 할지라도 그런대로 무난한 것은 이 오름의 정상 주변에서 전망이 용이한 때문이다. 계절은 산 체의 일부를 변화시켰다. 이미 퇴색의 시기를 훌쩍 넘긴 억새들이지만 길 안내라도 하듯 약한 바람에 출렁거리며 반겨줬다.

 

이른 아침에 내린 눈발은 산책로를 하얀 비단길로 치장을 했고 내딛는 걸음마다 발자국의 흔적이 남았다. 주말의 예보는 오전에 흐리다가 오후부터 눈이 내린다고 하였는데, 여정을 당산봉 일대로 선택한 것도 해안가 주변인만큼 그 양이 적을 거라 판단을 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이곳으로 이동을 할 당시에 이미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당산봉의 신(神)이 우리를 배려한 걸까. 현장을 오르내리는 동안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날씨였고 전망대에 도착을 하기 전부터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수월봉과 차귀도 해안을 비롯하여 평야지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지역적으로 연중 계절풍이 통과하는 곳인 만큼 바람이 많이 불지만 역시나 무난한 편이었다. 당산봉에서 수월봉 일대로 이어지는 곳은 광활한 농경지들이 있으며 제주도에서 흔하지 않은 평야지대이기도 하다.

일대의 지역 명칭을 사용하여 고산 평야라고 해도 어울릴만하며 밭의 경계에 돌담이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주로 지실(지슬/감자)과 마농(마늘) 농사 재배 광경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겨울의 중심임에도 일부 파란 모습들이 보였다. 육지부로 생각한다면 논농사의 현장으로 보일만도 하지만 어디 제주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있겠는가. 거북바위에 도착을 했다.

전망대는 하필 거북바위 옆에 만들어 놨다. 어디인들 좋은 여건이면 되겠지만 왜 거북이 등을 가리면서 구성을 했는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산봉지기이면서 터줏대감 격인 이 바위를 가린 게 좀 어색하다는 뜻이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거북이 주변이 아닐지라도 전망과 휴식을 겸하는 장소로 적당한 지점이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애써 전망대 시설을 피하여 거북바위 옆에 서있으니 차귀도 해안 풍경이 시원하게 열리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른 편으로는 신창 해안과 마을이 보이고 풍력단지 일대도 보였다. 날씨가 시기와 질투로 방해를 했지만 그래도 작은 탄성을 지르기에는 충분했다. 거북바위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다른 바위를 만났고 정상에도 비슷한 성질의 바위체가 있다.

이런 연유로 어느 옛 자료에는 당산봉을 계관산(鷄冠山)이라고도 하였다. 넓적한 바위가 얹혀 있는 모습을 두고서 갓을 쓴 닭처럼 보인다 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생김새 자체보다는 다른 특별함이 따랐기 때문이었을 거라 짐작이 되었다. 낮은 능선을 따라서 조금 더 오른 후 정상에 도착을 하게 되었는데 정상에는 경방초소가 있고 삼각점 표식이 있다. 

별도의 쉼터나 정자는 없지만 작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으며 이곳에서의 전망만큼은 두 말이 필요 없다. 바람이 불고 가시거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고지를 정복한 이상 전망 놀이를 즐기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넓은 굼부리와 더불어 새끼오름인 당알오름이 뚜렸하게 보였다. 굼부리 안을 차지한 알오름의 능선 아래와 기슭의 일부는 농경지로 변화가 이뤄졌다.

내려다보는 모습이지만 산 체의 규모가 결코 적은 편이 아니다. 당오름이 생겨난 이후 다시 폭발을 통하여 탄생이 된 만큼 새끼오름이 맞지만 그래도 볼품을 갖추고 있다. 정상에서 지나온 방향을 따라 전진 코스로 갈 수도 있으나 알오름을 만나야 하고 생이기정 바당길을 따라 이동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백(back) 코스를 따라 진행을 하였다.

당산봉을 찾을 경우 나 아닌 다른 사람들 역시 다음 루트로 생이기정길을 걸어본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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