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민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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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민머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0.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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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882.7m 비고:82m 둘레:2,459m 면적:387,181㎡ 형태:원추형

 

민머르

별칭: 민머루. 민머르오름.

위치: 중문동 산 1-3번지

표고: 882.7m 비고:82m 둘레:2,459m 면적:387,181㎡ 형태:원추형 난이도:☆☆☆

 

 

 

어엿한 오름이지만 민머르라고 해서 결코 슬퍼해야 할 입장이 못 되는 화산체...

 

머르는 머루나 모르 등과 같은 맥락으로서 길게 이어지는 등성이나 언덕, 꼭대기 등을 일컫는 말이다. 또한 '민'은 민둥과 뜻이 비슷한 말로서 꾸밈새나 덧붙은 것이 없는 형태를 말한다. 결국 민머르는 보통의 오름들과 달리 봉우리가 없는 등성 정도로 풀이를 하면 될 것 같다.

어엿한 오름이라고 하나 산 체의 전반적인 형세를 생각한다면 민머르라고 부른다고 해서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입장이 못 된다. 북쪽에서 볼 때는 오름의 형태를 떠나서 평평하게 숲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남쪽으로는 경사가 심한 편이며 깊숙한 계곡을 이루고 있어서 높게 보인다.

한라산 기슭을 차지하였다는 자부심을 들춰내고 싶겠지만 1100도로가 생겨난 이상은 어차피 표고나 비고(高)를 거론할 바가 못 된다. 특히 오래전부터 표고버섯단지가 들어선 때문에 베일을 감추는 데는 한계가 따랐을 것이다. 일찍이 자신의 치부를 경작의 한 부분으로 내어준 데다 어깨를 짓밟으며 들어선 이동통신 기지국은 불가항력이었으리라.

좋은 곳 좋은 위치에 자리를 한 탓에 착한 민머르가 된 지금으로서는 선행에 일익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니던가. 민머르로서는 고고한데 처하기보다는 이제 변화와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면서 함께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외면으로 일축하고 소외감 마저 느끼는 민머르이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의 자부심을  지니고 있으리라.

자신의 어깨를 선뜻 내어준 철탑의 상단에는 원거리에서 식별이 되는 자연보호 글씨까지 써서 매달게 허락을 해줬지 않았는가. 주변에는 녹하지악과 거린사슴이라고 부르는 오름이 있다. 이곳들은 예전에 사슴의 무리들이 드나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어서 붙여진 명칭이다. 하지만 사슴의 무리들은 결코 민머르까지 터전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풍수지리설에서는 거린사슴을 사슴이 산으로 오르기 위하여 뛰어가는 형상이라 하였고, 민머르는 개(犬)가 납작하게 몸을 숨긴 채 엎드려 있는 형상을 지녔다고 했다. 이 두 곳을 연계하여 산으로 오르려던 사슴이 개의 위용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고개를 쳐든 체 그 자리에 멈춰버린 것이라 비유를 하였는데 그럴듯한 표현이라 여겨진다.

 

8부 능선에 위치하였지만 정상부가 평평하고 지금의 1100도로 옆의 버섯농장 길과 맞닿은 지점부터 하나의 등성이를 이루고 있으며 명칭처럼 이렀다 할 굴곡이 없고 밋밋한 형세이다. 원추형으로 구분이 되지만 식별에 한계가 따른다. 초입부터 큰 경사가 없이 오가는 과정이 이어지는 데다 정상부 도착점 역시 이렇다 할 경사가 없다.

오름의 북쪽에서 보면 평평한 산림지대를 이루고 있으나 동~남쪽으로는 깊고 가파른 계곡을 이루고 있어서 동산처럼 보인다. 전사면에 걸쳐 자연림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어 오름이라는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그런 만큼 민머르 오름 자체를 두고서는 탐방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산책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화산체이다.

 

 


-민머르 탐방기-

거친 탐방이나 전투형의 습격이 아닌 이상 초입지는 1100도로변 버섯단지가 무난하다. 1100고지에서 영실 입구를 지나다가 우측으로 버섯연구소라는 팻말이 보이는데 사유지를 포함하는 곳이라 절대적인 공손과 예의를 갖추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예상은 했지만 조심스럽게 들어가면서도 결국 관리소를 지나다가 쥔장에게 '발각'이 되고 말았다.

최대한의 굽신거림과 ​상냥함을 드러내어 인사를 건넸다. 그러한 응대가 통했는지 관리인은 아예 입구까지 안내를 하면서 중간의 갈림길 코스까지 설명을 해줬다.​ 경사가 없이 살짝 내리막처럼 느껴지는 소로를 통하여 진입을 했는데 한적한 숲길을 따라 들어가는 동안 이따금 까마귀들의 합창이 들려왔을 뿐 숲 안은 정적이 흘렀다.

바닥 층의 일부는 조릿대가 차지를 하였고 굴거리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자라고 있지만 분위기를 논할 바는 못 되었다. 더욱이 오름의 능선을 떠나서 천연의 숲이 있는 기슭이 건만 작업용 도로를 비롯한 환경의 변화가 이뤄져서 깊고 그윽한 맛은 약한 편이었다. 얼마 후 작은 천을 만났는데 계곡이나 내창을 운운하기에는 비좁아 보이지만 길게 이어지는 상황을 알 수가 있었는데 소곡의 줄기가 어느 지점과 연계가 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1100고지의 삼형제오름 계곡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주변에는 잡목들이 우거졌지만 초봄의 현장은 수북하게 쌓인 낙엽과 조릿대 군락이 전부였다. 이들도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무던히도 애를 쓰며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안으로 더 전진을 하다 보니 자연의 숲길처럼 그윽한 맛이 났다. 떨어진지 이미 오래된 낙엽들이지만 빌레와 작지왓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부드럽게 해줬고 자연의 길이라고는 하지만 버섯 재배를 하는 현장이라 이 때문에 구성이 된 모습으로 확인이 되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제법 환경의 변화가 이뤄졌는데 푸른빛의 소나무와 일부 잡목들이 숲을 차지한 덕에 바라보기에 더 좋았다. 바닥 층 역시 떨어진 솔잎과 낙엽들이 깔려서 초입지에 비하여 다소 편하고 운치를 느끼기에 너무 충분했다. 마침내 민머르의 어깨를 짚었다. 탐방로의 끝은 이 지점이 되겠지만 정상은 아니며 분화구가 있는 지점도 아니다.

 

등성 중 평평한 곳을 중심으로 더러 개간을 하여 이동통신 기지국 철탑을 세운 것이다. 1100도로를 지나면서 일정한 지점에서 보이는 글씨는 민머르가 한몫을 한 결과물이다. 기지국과 자연보호..... 아무리 매치를 시키려 하지만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민머르의 역할이 크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봄 햇살에 반짝이는 굴거리나무 잎을 바라보며 그 흔적을 담는 것으로 이곳과 작별을 했고 다음은 지표상의 정상을 ​찾기 위하여 이동을 했다. 평평한 등성에 구성물이 생기고 종점으로 정해졌지만 비고(高)점은 다른 곳이다.​ gps는 한사코 방향을 ​좌측으로 안내를 하지만 마땅히 들어갈 만한 공간이 없어 난감했는데 조금 더 주변을 살피니 희미하게나마 틈새가 생겨 진입을 했다.

정상부에 도착을 하니 커다란 바위체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행여 민머르 지킴이라도 되는 양 특별하게 보였다. 정상 주변에는 이렇다 할 표식이 없지만 ​거대한 화산석 몇 개가 보였는데 행여 한라산 기슭을 뛰어놀던 사슴의 무리들이 녹하지악이나 거린사슴에서 ​버림을 받았다면 이곳을 터전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있어 이보다 더한 놀이터가 있겠는가. 크고 작은 나무들이 주변을 차지한 때문에 경관이나 전망을 생각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바위에 오른 후 다시 나무를 타고 어느 정도 오르니 한 방향이 펼쳐졌고 삼형제 오름과 노로오름 등이 보였다. 좀 더 시기를 늦추고 찾았으면 푸른빛의 등성과 대자연의 모습을 만났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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