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물웅덩이에서 자라는 '물고사리'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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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물웅덩이에서 자라는 '물고사리'가 사라지고 있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1.09.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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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에서 제주로 와 정착 한 물고사리.. 물 웅덩이에서 살고 활발하게 번식활동도 안하는데 사라질 위기

 

어린 아이들의 앙증맞게 작고 부드러운 손을 '고사리손'이라고 한다.

고사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군락(群落)을 만들어 자생하는 생활력이 왕성한 식물이다.

사람들은 매우 오래 전부터 고사리를 식용으로 사용해 왔다.

고사리는 제주의 들판에 지천으로 자라는 양치식물로 예로부터 제주 인들에게는 친근한 음식재료이다.

봄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오름과 들판에서 고사리 꺾기에 나선다.

고사리는 한낮 볕이 뜨거울 때는 반사가 되어 잘 안 보인다고 하여 새벽이나 늦은 오후에 들판에 나가서 꺾는다.

봄철 집 마당이나 동네 공터에 고사리를 삶은 후 말리는 모습들을 제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광이다.

 

봄철 산과 들에 나가서 어린고사리를 채취한 후 삶아서 건조시켜 저장해두었다가 연중 나물로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고사리축제도 열리고 고사리 관광이라고 하여 육지지역에서 관광객들이 제주로 와서 관광을 하면서 고사리를 채취하는 여행상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고사리를 사용하여 만든 제주의 향토음식들 중에 배지근한 맛을 내는 고사리육개장은 제주사람 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아 온 외지 사람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고사리는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참고해야 할 내용들이 있다.

고사리는 섬유질이 많고 갤로틴과 비타민B2, 비타민C 등을 함유하고 있는 산채(山菜)이지만, 독성인 아노이리나제(Aneurinase)가 들어 있어서 날것을 먹으면 비타민B1이 파괴되므로 꼭 삶아서 먹어야 하고 날 것으로 식용해서는 안 된다.

방목을 하는 소나 말, 양과 같은 가축들이 고사리를 뜯어 먹고 중독증상을 일으켜 폐사하는 경우가 방목 목장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고사리에서 문제가 되는 독성분은 아노이리나제(Aneurinase)와 후디키로사이트 두 가지인데 아노이리나제(Aneurinase)는 비타민B1을 파괴시켜 각기병을 유발하므로 보행곤란, 직립불가 등의 증상을 유발하고 후디키로사이트는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고사리의 어린순을 충분히 삶고 우려먹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린 고사리를 따서 나뭇재를 섞은 후 삶으면 아노이리나제(Aneurinase)가 파괴되어 고사리의 독성과 함께 쓴 맛이 사라진다고 한다.

예전엔 고사리를 약으로 사용했는데 이질로 인한 설사에는 고사리 녹말을 먹었고 어린잎으로는 치질을 치료했다.

가을에 고사리를 캐어 말려서 이뇨제와 해열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고사리는 소염작용이나 해독작용이 있으므로 칼에 베인 상처나 뱀에 물렸을 때도 사용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고사리 뿌리로 조충과 회충의 구제, 피임 등에 사용했다고도 한다.

 

이른 봄 고사리의 새순이 나와 잎이 펴지지 않고 둥그렇게 말려 있을 때 채취해 삶은 다음 나물 또는 국거리로 썼고 봄철 춘궁기인 보릿고개를 대비해 가을철에 고사리뿌리를 캐어 찧은 후 자루에 넣어 주물러서 녹말을 만들어 떡이나 풀을 만들기도 했고 건조시킨 후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요즈음은 새로운 영농방법으로 고사리를 비닐하우스에서 촉성 재배하여 계절에 관계없이 시장에 나와 연중 어린고사리를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사리에 대한 노래도 전국 각지에서 전해지고 있다.

경상북도 상주지방의 ‘고사리 노래’는 “고사리를 캐어와 보니 멀리 가셨던 낭군이 돌아왔으므로 너무도 반가워 고사리로 나물을 장만하여 밤새워 정답게 낭군과 함께 먹었다”는 내용의 민요이다.

경상남도 거창지방의 ‘고사리 꺾는 노래’는 처녀, 총각이 고사리를 꺾으러 들로 나가서 정답게 노는 내용의 민요이다.

전라북도 남원지방의 ‘고사리 꺾기 노래’는 산에서 고사리를 캐면서 부르는 노래로 노동의 고단함이 담긴 민요이다.

전라남도 진도나 완도지방에서 부르는 ‘고사리 껑자’라는 민요는 강강술래놀이의 일부로 선후창 형식으로 부르는 민요다.

충청남도 청양지방의 ‘고사리타령’은 집을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낭군님에 대한 불만과 시집살이의 고생스러움을 달래기 위해 애꿎은 고사리만 비틀어 꺾는다는 내용의 민요다.

 

중국에서도 춘추시대 백이(伯夷), 숙제(叔齊)에 대한 고사리에 대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백이(伯夷), 숙제(叔齊)는 중국의 주(周)나라 때 사람으로 형제성인(兄弟聖人)이라고 한다.

백이(伯夷), 숙제(叔齊)는 은(殷)나라 고죽국(孤竹國: 河北省 昌黎縣 부근)의 왕자였는데 아버지가 죽은 뒤 서로 후계자가 되기를 사양하다가 끝내 두 사람 모두 왕위를 사양하고 둘째 아들인 주왕(紂王)이 은나라의 왕위를 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주나라 왕이 된 무왕(武王)은 은나라의 주왕(紂王)을 멸망시키고 주나라 왕조를 세우자 두 사람은 무왕(武王)의 행위가 인의(仁義)에 위배된 행동을 했다고 하면서 주나라의 곡식을 먹기를 거부하고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먹으며 지내다가 굶어죽었다고 한다.

유가(儒家)에서는 이들을 청절지사(淸節之士)로 크게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사리를 소재로 한 고전문학작품으로는 성삼문(成三問)과 주의식(朱義植)의 시조가 있는데 백이(伯夷), 숙제(叔齊)가 고사리를 먹으면서 연명한 것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글을 쓴 것이 유명하다.

 

고사리에 대해 전해오는 내용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고사리를 많이 먹었고 제사음식으로도 사용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고사리 순을 궐채(蕨菜)라 하며 "성질이 차고(寒) 활(滑)하며 맛이 달다(甘)”고 하였는데 갑자기 나는 열을 내리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삶아서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고 기록되고 있다.

중국의 진나라, 한나라 시대 한문의 유의어와 언어 해설을 기록한 유교 사전(事典)인 이아(爾雅)에는 고사리를 나물 중 하나인 궐채(蕨菜)로 표기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 때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1518∼1593)이 52권으로 엮은 약학서 인 본초강목(本草綱目 : 1596년에 간행)에는 “고사리는 음력 2, 3월에 싹이 나 어린이의 주먹과 같이 펴지는데 모양이 봉황새의 꼬리와 같다.”라고 설명했다.그런데 고사리는 사람에게 이익 함이 없다고도 하였다.

중국 당나라 때 진장기(陳藏器)가 편찬한 전10권의 의서(醫書)인 본초습유(本草拾遺)에는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양기가 사라진다고 하면서 백이(伯夷), 숙제(叔齊)가 고사리만 먹어서 빨리 요절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당나라 때 맹선(孟詵)이 전3권으로 편찬한 전문 의학서인 식료본초(食療本草)에는 식물(食物)로 병을 고칠 수 있는 것과 병에 걸릴 수 있는 것을 정리했다.

 

고사리는 오래 먹으면 눈이 어두워지고 코가 막히고 머리털이 빠진다고 하였으며 어린이가 오랫동안 먹으면 다리가 약해져 걷지를 못하고 눈이 어두워지며 배가 불러 오른다고 하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사리이지만 제주에서는 식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제주도는 기온과 습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라 양치식물들이 성장하기에 알맞은 지역이다.

제주도에서 자라는 거의 대부분 양치식물들은 오름이나 곶자왈, 숲 등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는데 특이하게 물속에서 자라는 양치식물들도 있다.

물고사리와 물부추가 대표적인 물속에서 자라는 양치식물이다.

이 들 식물들은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양치식물들이다.

이들 양치식물들 중에 아열대성 양치식물인 물고사리가 어떻게 제주에 들어 왔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관련기관이나 학자들은 물고사리 종자에 해당하는 포자가 바닷물이 이동이나 철새들이 이동을 하면서 제주로 들여왔을 것이라고 추측들을 하고 있다.

 

물고사리가 제주도에 서식하는 것을 언제 알았을까?

지난 2019년 11월 19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발표당시 원장 전범권, 현재 원장 박현)은 제주도 지역에서 물고사리 종의 실체를 확인하고 자생지 2곳 및 6개 집단의 군락정보를 수집했다고 발표했다.

물고사리(water fern, Ceratopteris thalictroides)는 열대 및 아열대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남부지역(부산, 순천, 광양, 구례 등)에서도 드물게 관찰되고 있으나 제주지역에서 자생지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발표당시 소장 고상현, 현재 소장 이임균)는 “제주도 지역은 물고사리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지금껏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아 많은 논의의 대상이 돼 왔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제주도 내 물고사리의 자생지가 확인되면서 종 분포에 관한 식물 지리학 분야의 오랜 의문들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최병기 박사는 “물고사리 자생지는 식물 분포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 내 서식처 희귀성 측면에서도 주목 받아야 할 장소”라며 “제주도가 한반도로 확산되는 물고사리의 유전자 다양성을 위한 보급처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종 보존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주도가 아열대성 식물이 한반도로 유입되고 확장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는 초기 정착지이고 기착지 역할을 하는 곳이란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고사리가 발견되었다고 발표를 한 후 사후 보존과 보호 그리고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대책은 제대로 세워서 보호를 하고 있는지 물고사리가 발견 된 현장을 찾아서 실태를 파악해 봤다.

한마디로 발표는 거창했지만 관리나 보존, 사후대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물고사리가 발견되었다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어렵게 찾아냈다고 자랑자랑을 하며 발표를 한 물고사리의 현주소가 2년이 지난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지 관계자들이 사후에 한번이라도 현장을 찾아 봤는지 의문이 든다.

관계자들이 사후 관리차원에서 물고사리가 발견된 곳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을 찾아가서 이 양치식물이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아열대성 식물들이 초기 정착지이고 기착지 역할을 하는 점을 알리고 그런 점에서 물고사리가 왜 중요한 식물인지 앞으로 보존 방안에 대해 알려드리고 협조를 구해 봤는지 의문이 든다.

 

그럼, 물에서 산다는 물고사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물고사리는 양치식물로 화려한 꽃이나 멋진 잎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물고사리의 잎은 새의 깃털처럼 갈라지고 잎 폭이 좁으면서 길고 가장자리가 뒤로 말리며 잎 안쪽에 홀씨주머니가 달리는데 잎자루는 없다.

줄기에는 달걀모양의 엷은 갈색 비늘조각이 있고 뿌리줄기는 짧은데 비스듬히 서면서 잎이 나온다.

물고사리는 한해살이 양치식물로 사슴의 뿔을 닮은 잎을 가진 작은 고사리로 논이나 논도랑, 물이 깊지 않은 웅덩이인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물고사리는 한해살이 양치식물이므로 물고사리 포자가 생기기 전에 제초를 하거나 농약 세례를 받는다면 자생지에서 사라지고 마는 양치식물이다.

아열대에서 어렵사리 제주로 와서 정착을 한 물고사리는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살고 다른 양치식물들에 비해서 개체의 크기도 작고 생활력도 약해 활발하게 번식활동도 안하는데도 농사를 짓는데 도움이 안 되는 잡초로 여겨 제초를 하거나 농약을 사용하여 없애버리고 있는 현장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서글퍼진다.

제초를 하거나 농약세례를 받고 사라진 물고사리를 흥부의 박씨처럼 아열대에서 철새들이 물고사리 포자들을 언제 다시 가지고 올지 기약 없는 긴 기다림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서글퍼지는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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