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라산 조릿대와 ‘앵무새의 의리’.. 그리고, “너는 어찌 그리 미련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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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라산 조릿대와 ‘앵무새의 의리’.. 그리고, “너는 어찌 그리 미련하냐?"
  • 고현준
  • 승인 2022.07.20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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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조릿대, 그냥 손 놓겠다”는 세계유산본부장의 직무유기..이런 공무원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할까

 

 

아무 것도 안 하는 것과 뭔가 작은 노력이라도 해 보는 것의 차이는 어느 정도나 될까..

우화로 읽는 팔만대장경에 ‘앵무새의 의리’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옛날에 한 앵무새가 멀리 떨어져 있는 산에 놀러갔다가 여러 날짐승들이 모두 앵무새를 친형제처럼 대해 줬다는 이야기가 그 줄거리다.

잠시 이를 소개하자면, 앵무새는 시간 가는 중 모르고 놀다가 섭섭해 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몇 달 후 친구들이 사는 그 산에 큰 불이 나고 말았다.

마치 밤이 대낮처럼 환했고 낮에는 시커먼 연기가 태양을 가려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앵무새는 그 숲속 친구들이 모두 타 죽을까 봐 홀로 전전긍긍하다가, 마침내 근처에 있는 호수 속에 들어가 온 몸을 적셨다.

그런 뒤 그 산으로 날아가 깃털에 묻은 물을 뿌렸다.

앵무새는 오로지 친구들을 구하겠다는 생각에 수백번 똑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신이 말했다.

“앵무새야, 너는 어찌 그리 미련하냐? 그렇게 해서 어떻게 저 큰 산불을 끌 수 있단 말이냐?”

“물론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제가 얼마 전 그 산에 놀러갔을 때 모두들 저를 친형제처럼 잘 대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들이 타죽는 모습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 있단 말입니까?”

천신은 앵무새의 의리에 감동해 곧 구름을 불러 폭우를 내리게 했다.

 

힘겹게 버티는 산수국
힘겹게 버티는 산수국

 

불가항력이라고 포기해 버리면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도 뭔가 조금씩이라도 해보려는 노력의 대가는 아마 이처럼 천지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한라산을 조릿대가 모조리 차지한 충격적인 광경을 많이 보아왔다.

지금은 한라산 곳곳을 조릿대가 차지해 어린 나무는 물론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귀한 꽃들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아직 남아있는 것은 조릿대보다 키가 큰 나무들만 그나마 조금 견디며 서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2미터 이상 올라가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란 조릿대도 많아지는 실정이다.

한라산 조릿대는 아무런 대책없이 그냥 머뭇거리는 동안 이젠 아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까지 확장돼 거의 속수무책인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이는 이를 관리해야 할 전문가 집단인 세계유산본부가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방목을 한다거나, 조릿대 베어내기 등 뭔가 해보려는 노력이라도 한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다.

이후 방목이 실패했다는 소식 이후 뭔가 특별한 대책을 세웠다는 계획은 더 이상 나온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세계유산센터 변덕승 본부장에게 대책을 물었을 때 본부장을 대변한 임홍철 부장은 “조릿대는 베어내도 또 자라고 뿌리까지 깊어 세 번씩이나 자르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아무리 방법을 찾아봐도 대책이 없어 조릿대 퇴치는 아예 포기한 상태”라며 이미 오래전부터 직무유기를 하고 있음을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

한라산이 죽건 말건 자기들 세계유산본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같은 책임부서의 무책임함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까지 치솟을 정도였다.

조릿대는 이미 한라산을 점령한 상태다.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하나씩 처리해 나갈 준비를 해 나가도 늦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겠다는 자세는 책임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해결방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박새가 있는 곳은 조릿대가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지는 이미 예전에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박새를 많이 심어 그 추이를 계속 살펴봐야 할 것이다.

방목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10마리에서 100마리 천마리라도 할 수 있다면 예전처럼 초원에 풀어 놓아야 한다,

등산 탐방로도 문제다.

현재의 탐방로를 더 넓혀 사람들의 발길이 더 닿게 하여 조릿대의 번성을 작은 부분이라도 막도록 해 나가야 야 할 것이다.

사람이 출입 가능한 곳에는 길을 더 내서 사람의 발길이 닿도록 하는 것도 방법중 하나가 될 것이다.

베어내기도 연중 내내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이는 더 많은 일자리도 만들고 조릿대도 없애는 동시에 환경을 지키는 노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라산조릿대 문제는 분명, 속수무책이 아니라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세계유산본부장의 무책임이 만든 결과라는 사실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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