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쌀쌀한 연못 하지만
연못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먹이를 찾던 흰뺨검둥오리 두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수면을 박차며 푸드덕 날아오릅니다.
날개를 활짝 펼치니 물 위에 고요히 떠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빛깔들이 나타나며 매력이 발산되는군요.
흰뺨검둥오리들이 꽥꽥 소리만 지르지 않았어도 근처에 있던 새들이 날아가지 않았을 터인데 새 두 마리가 부산스레 날아가 버린 연못에는 찬바람만 휭하고 몰아칩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흰뺨검둥오리들은 고작 연못 반대편으로 날아갔던 것입니다.
멀리 바람을 피해 물 밖 풀 사이에 서있는 흰뺨검둥오리들의 실루엣이 보이고 그 앞으로 물닭들이 너무도 평화롭게 연못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펼쳐지는군요.
며칠 전 보았던 물닭 여섯 마리가 여전히 연못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이곳에서 겨울을 보낼 모양입니다.
물 위를 조용히 떠다니던 물닭들이 갑자기 자맥질을 시작하는군요.
연이으며 새들이 잠수를 하니 주변으로 동그란 파문들이 쉴 새 없이 퍼져나갑니다.
물속으로 풍덩 몸을 들이밀었던 새는 오래지 않아 멀지않은 곳에서 불쑥 떠오릅니다.
잠수를 했던 새의 부리에는 어김없이 수초의 줄기가 물려있지요.
그러면 옆에 있던 새가 부리나케 그 줄기를 빼앗기 위해 쫓아가더군요.
굳이 잠수를 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수초를 빼앗으려는 것을 보면 그 줄기에 무엇인가 영양가 있는 것이 달라붙어있는 모양입니다.
아, 불현듯 논병아리가 물 위로 둥실 떠오릅니다.
그리고는 아옹다옹 다투는 물닭들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스쳐지나가네요.
자그마한 크기의 논병아리가 물닭을 쳐다보는 눈초리가 어쩐지 우습기만 합니다.
작지만 당찬 기운을 가진 새가 아닐 수 없지요?
새들은 한참 동안 연못을 돌아다니다가도 가끔 물 밖으로 나오며 깃털을 다듬거나 풀밭의 씨앗들을 쪼아대기도 하더군요.
갑자기 겨울이 찾아온 듯 쌀쌀한 날입니다.
그래도 잠시 풀밭에서 바람을 피하던 새들은 이내 연못으로 들어가 자맥질을 합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