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흐린 날 도드라지는 까만 열매
녹색이 감도는 까만 열매들이 허옇게 빛 바래가는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렸군요.
열매를 감싸고 흐르던 빗물이 끄트머리에 달라붙어 떨어질까 말까 고민 중인 듯합니다.
산철쭉 안쪽으로 잎을 모조리 떨어뜨린 진황정이 동그란 열매들을 매달아 놓았군요.
5월이면 잎겨드랑이에서 3-5개의 꽃이 모여 피고 가을이면 둥근 열매가 흑록색으로 익습니다.
근경이 둥굴레처럼 짧은데 굵고 마디가 있으며 가로로 뻗습니다.
근경을 황정(黃精)이라 하며 약용하지요.
산책로를 거닐다보면 잎 떨구는 산철쭉과 반대로 짙은 녹색 잎을 단단히 붙들고 있는 나무들이 보입니다.
잎 끝이 뾰족한 호랑가시나무와 그 보다 낮게 자라는 꽝꽝나무들이 늘어선 길을 만나게 되지요.
문득 관심을 주지 않고 지나치던 꽝꽝나무가 궁금해집니다.
꽝꽝나무는 높이 3m정도 자라는 상록활엽관목입니다.
땅딸막한 나무의 줄기를 바라보면 여간 야무진 것이 아니지요.
작은 잎 또한 짙은 녹색으로 반들거리는 것이 아주 야무지게 생겼습니다.
재미있게도 엽육에 살이 많아서 불 속에 넣으면 잎이 갑자기 팽창하여 터지면서 꽝꽝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하여 꽝꽝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짙은 녹색으로 반들거리는 잎 위로 울긋불긋 단풍든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있는 모양도 조화로워 보이는군요.
그런데 잎 사이마다 둥근 열매들이 매달려있었네요.
열매가 까맣게 익어서 별 티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앙증맞지요?
저렇게 많은 열매들이 매달려있는 것을 보면 꽃이 피었을 때는 많은 곤충들의 방문으로 북적였을 것 같습니다.
흐린 날이지만 이상하게도 까맣게 익어가는 열매들이 도드라져 보이는군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