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병곳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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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병곳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2.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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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69m 비고:129m 둘레:3,046m 면적:585,044㎡ 형태:원형

 

병곳오름

별칭: 벵곳오름. 안좌오름(安坐). 병고악(兵庫岳). 봉귀악(鳳歸岳)

위치: 표선면 가시리 산 8번지

표고: 569m 비고:129m 둘레:3,046m 면적:585,044㎡ 형태:원형 난이도:☆☆☆

 

 

명칭이 여러 가지로 나오는 만큼 그 유래와 사연이 다양하게 나오는 화산체...

병곳은 병화(甁花)에 기초를 두고 표기가 된 말이며 이 꽃은 낙엽 활엽 관목(인동과)으로서 봄에 병 모양의 노란 꽃을 피우는데 이 병꽃이 많았었다는 데서 유래한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오름의 남동쪽 기슭에 안좌라는 동네가 있었던 부분과 기러기가 둥우리에 앉아 있는 모습에 연유하여 안좌오름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맥락으로는 봉황새가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형국이라 하여 봉귀악(鳳歸岳)이라고 하며 한자 표기로 병고악(庫)이나 병구악(口)이라고 한다. 오름 탐방으로서 최적이 높이인 129m의 비고(高)를 지닌 원형의 화산체이다. 가시리 권역에서도 이 일대는 걸쭉한 오름들이 있는데 지금의 녹산로가 생긴 이후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이어져 있다.

그러면서 두 오름을 함께 탐방하는 기회가 많아졌는데 전반적인 여건은 번널에 비하여 산 체가 크고 다소 거친 면도 있으나 잘 구성이 된 탐방로가 길잡이 노릇을 해준다. 세월의 흐름과 생태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원형의 화구는 침식되었으나 부분적으로 그 형태를 확인할 수는 있다. 또한 침식이 되는 과정에서 한쪽이 더 낮아진 때문에 말굽형으로 변한 모습도 확인할 수가 있다.

남동향으로 터진 모습을 띄고 있는 굼부리를 중심으로 사면에는 삼나무와 해송을 비롯하여 잡목과 수풀들이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녹산로 주변을 대표하는 따라비나 큰사슴이에 비하여 인기는 없지만 탐방의 묘미와 오름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이 살아있는 오름이다. 어쨌거나 병곳은 산책이나 탐방의 의미를 더 느끼기 위해서라도 번널을 함께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곳오름 탐방기-

병곳오름 한 곳만을 탐방할 경우는 별도의 초입지가 있으며 번널오름과 함께 어느 곳을 선입으로 할지라도 정해진 루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초지를 나오면 다시 길이 있고 좀 더 따라가다가 오름으로 진행할 방향이 나오는데 이 지점까지만 숙지를 하면 편안하게 이어가기를 할 수가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병곳의 몸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다소 편안하게 갈 수가 있다. 산 체의 특성상 어느 방향을 거슬러도 되기는 하겠지만 덤불과 숲을 헤치는 요란함보다는 편안한 진행이 낫지 않겠는가. 오름 기슭을 거슬러 오르다 묘지 옆을 지나게 되었는데 어차피 이곳을 경유하는 과정이라면 예정대로 잘 진행이 되는 셈이다.

친환경 매트 등 인위적인 시설물이 전혀 없는 숲과 자연의 길이며 경사를 오르는 동안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보였다. 번널의 어깨를 짚을 때쯤에 비로소 정해진 탐방 순환로가 나왔는데 이곳에 전에는 없었던 친환경 매트를 깔아 놓았다. 번널 자체의 초입을 이용할 경우 연결이 되는 탐방로이며 화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곳이면서도 일부만 매트를 깔아놓은 것이다.

정상에 도착을 했지만 원형의 산 체라서 주봉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정상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하다. 주변에는 삼각점이 있으며 쉴 수 있는 공간과 전망 터가 있어 남쪽을 중심으로 일부가 보이지만 최고의 전망대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나마 날씨 역시 심하게 질투를 했는데 봄날의 가시거리는 미세 먼지와 구름층의 시기로 인하여 제 역할을 하지 못 하였다. 이제쯤은 벤치에 앉아서 고독의 무게를 느껴볼 순간이 건만 포기를 하고 이내 자리를 떴다. 어차피 초행길도 아니고 언젠가 다시 찾게 될 곳이기에 더한 미련을 남기지 않았다.

전진형으로 기슭을 따라 진행을 하다가 갈림길을 만나게 되었다. 병곳의 초입과 연계가 되는 지점으로서 곧바로 갈 경우 경사를 따라 소로에 도착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병곳의 특징 중 분화구의 일부라도 만난 후 돌아오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좌측 순환길을 따라  갈 경우 화구를 중심으로 한 바퀴를 돌아보게 되는데 오름이라는 환경을 떠나 깊고 그윽한 숲의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

 

정상 능선에 도착을 하기 전에 열린 위치가 있으며 이곳에서 화구의 일부를 바라볼 수가 있다. 건너편 정상부를 사이에 두고 원형의 굼부리를 포함하는 전망이 되지만 눈높이를 달리하는 때문에 안쪽을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애써 숲을 헤치고 안으로 진입을 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도 참았는데 기러기와 봉황새가 침식이 된 굼부리 안을 보금자리로 삼았다면 필시 이곳이 진입로였을 거다.

공교롭게도 이곳에 묘 두 기가 있고 산담까지 둘러진 것으로 봐서는 이곳을 명당으로 여기고 망자의 영원한 안식처로 삼았을 것 같았다. 원래의 진입로 기슭의 일부는 지금처럼 흙길로 구성이 되었으며 바닥을 장식하지는 않았다. 다른 종류의 수림들이 자리를 잡았다면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겠지만 아쉽게도 바닥 층에서 더한 매력을 찾기에는 부족했다.

목장과 농로로 이어지는 길에 번널의 초입지가 있으며 병곳을 따라 이동을 한 때문에 역방향이 되었다. 마무리 과정이 시멘트길이지만 별 경사는 없으며 몇백 미터를 나가야 녹산로에 도착이 된다. 실컷 힐링을 한 탓에 분위기가 바뀐 장소이지만 걸음에 무게가 더해지지는 않았다. 

결코 외롭지 않은 산책이었고 절대 고독하지 않은 탐방이었다. 때마침 벚꽃과 유채꽃이 만발한 시기인지라 이 역시 부담을 줄여주었다. 아니 그런 사실을 알고서 이러한 진행을 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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