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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발행인편지/담담한 환경이야기
"아직 태어나기 전인 혼돈의 몸은 유쾌했다"(발행인편지)노벨상 수상한 일본 혼조 교수가 말한 '장자의 혼돈'
고현준 기자  |  kohj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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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8.10.11  11: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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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노벨상 수상식 연회 모습(사진=노벨상위원회 제공)

 

   
혼조 다스쿠 교수(本庶佑·76) (사진=노벨상위원회 제공)

일본은 요즘 두 가지의 일로 나라가 온통 축제분위기인 듯 합니다.

하나는 암치료약 개발로 암을 정복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과, 이 약을 개발한 교토대 특별교수인 혼조 다스쿠 교수(本庶佑·76) 가 노벨상을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수상소식이 발표되자 신문사는 호외를 발행하고 일본방송에서는 연일 암을 정복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보도되면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는 중입니다.

더욱이 일본 수상까지 지냈던 모리 전 수상도 암에 걸려 이 약으로 치료중이라고 하니 암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습니다.

기존의 암치료 약의 경우 암세포가 이 치료약을 통해 암덩어리를 더 크게 만드는 역효과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고 합니다. 암세포가 암치료약을 먹고 암덩어리가 더 커지는 일이 생겨버리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이 약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치료하는 것으로 이미 상용화할 정도로 암치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라고 합니다.

아베 총리는 수상자 발표 직후 혼조 교수에 전화해 "일본인으로서 자랑으로 생각한다. 연구 성과로 많은 암 환자에게 희망과 빛을 줬다"고 축하했다고 합니다.

일본은 2014년(물리학상), 2015년(생리의학상), 2016년(생리의학상)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작년에는 수상자를 내지 못했지만 올해 수상한 혼조 교수를 포함하면 일본 국적자인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24명이 됐습니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두 사람이 선정됐습니다.

이번에 공동수상한 앨리슨 교수는 1990년대부터 T세포 수용체인 CTLA-4를 연구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CTLA-4가 활성화되면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CTLA-4를 억제해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항체를 만들어냈습니다.

이후 이 항체는 2010년 다국적제약사 BMS에 의해 면역항암제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로 개발됐습니다.

혼조 교수 역시 1990년대 T세포에서 PD-1이라는 수용체에 암세포가 PD-L1이라는 물질을 뿌려 면역세포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항체를 개발해냈습니다.

2014년 일본 오노약품은 이 기술을 이용한 면역항암제 신약 '옵디보(니볼루맙)'를 출시했고, 같은 해 다국적 제약사 MSD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개발했습니다.

특히 키트루다는 2015년 흑색종(피부암)이 뇌까지 전이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4개월 만에 완치시키면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출처=네이버)

혼조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노벨상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영어로  "이 실험은 아직 환자의  30% 정도에서만 효과가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두가지 정도의 과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칼럼자는 노벨상 수상이라는 그 의미보다 방송을 통해 혼조 교수와 함께 연구에 수십년간 주력해 온 한 동료교수가 혼조 교수를 소개하는 글에서 밝힌 그 글 서두에 나오는 장자의 혼돈(chaos)이라고 적힌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생리학 교수가 말한 그 혼돈,.

혼돈은 과연 어떤 상태를 말할까요.

다음은 장자 내편 대종사(제6)편에 나오는 혼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해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이라 하며, 중앙의 임금을 혼돈이라 한다. 숙과 홀이 때마침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매우 융숭하게 그들을 대접했으므로,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에 보답할 의논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눈, 귀, 코, 입의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이 혼돈에게만 없다. 어디 시험 삼아 구멍을 뚫어주자. 그래서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7일이 지나자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이는 ‘혼돈이 칠규로 죽었다’는 유명한 장자의 우화입니다.

하지만 장자가 말한 혼돈보다 이를 해설한 내용이 참 좋습니다.

 

남해와 북해는 명암을 말하고 숙과 홀은 현상이 재빨리 나타났다가 재빨리 사라지는 모양을 나타내 유,무의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중앙은 미분화의 고장을 말하는 상대를 초월한 절대의 경지로, 즉 인위를 가하지 않은 자연을 의미한다.

혼돈이란 사물의 미분화된 상태, 즉 천지가 아직 개벽되지 않아 모든 사물이 확실히 구별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인위적인 차별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뜻한다.

 

따라서 7일 만에 혼돈이 죽었다는 것은 자연을 따르지 않고 억지로 이목을 열었음을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말은 현재도 꽤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인간적인 유위의 행동이 자연의 순박을 파괴함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 안동립 역주 장자(현암사 간)를 보면 중국 초당(7,8세기)의 전설적인 시인 한산이 혼돈의 이야기를 주제로 쓴 시가 나옵니다.

 

아직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인 혼돈의 몸은 그지 없이 유쾌했다.

밥 먹고 오줌 누는 번거로움도 없었다.

어쩌다 누구에게 구멍을 뚫렸는가.

덕분에 사람이 되어 아홉 구멍을 갖춘 몸이 되었다.

덕분에 날마다 의식 때문에 허둥지둥

해마다 상납할 걱정뿐,

사람들은 일전의 돈에 천인이 다투고

와글와글 모여서 목숨 걸고 외친다.

 

일본 사람들도 노장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농법을 세상에 알렸던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그의 책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라는 책에서 노자의 무위사상을 말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연을 신성시 했던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심오한 터득이 세상을 더욱 좋게 바꿔나가기도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노벨상 수상자인 혼조 교수의 ‘장자의 혼돈’을 소개한 일은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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