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편지)"어려운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입니다"
상태바
(송년편지)"어려운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입니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8.12.31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앞으로 해녀들이 의지할 수 있는 바다가 남아있을까..
▲ 용담해안도로 일몰

한해를 보내며 이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지나온 1년간의 과거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어떤 때는 좋았고 어떤 것은 잘못 됐었다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어려운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입니다.

불과 10여년 전의 제주와 10년 후의 현재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처럼 쉽게 제주도가 바뀔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편안하던 길거리.. 그렇게 좋았던 바다.. 그렇게 아름답던 제주의 모든 것이 지금은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며칠 전 제주해녀문화보전회(이사장 장정애)가 주최한 ‘바다사랑 콘서트’에서 월정리 해녀 두분이 밝힌 제주바다 이야기는 참으로 슬펐습니다.

평생을 해녀로 삶을 일궈 온 강숙자 씨는 “월정바다의 썩어감에 대해 누군가는 하수종말처리장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보다도 더큰 이유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계곡을 다 부수고 일직선화해 모든 땅의 쓰레기와 흙이, 나무 등이 바다로 모두 다 들어와 주변 바다를 황폐화시켰다”는 고발이었습니다.

“태풍이나 큰 비가 한번 오고 나면 바다는 온통 흙탕물로 변해 이 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물에는 들어갈 수 없어 쉬어야 하고 더욱이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다들 시름시름 힘이 없어 죽어간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말을 받은 이미현 해녀는 “자신은 신풍의의 막내 해녀”라고 소개하며 “20대에 해녀로 살기 위해 해녀라는 직업을 택했지만 바다를 믿고 살 수가 없을 것 같다”며 이 지역 해녀 어른들의 속상함을 전해 주었습니다.

“많은 해녀분들이 자기들은 어쨌건 바다에서 일을 하며 미역도 따고 감태도 따고 전복이나 소라도 잡으면서 생활했지만 너희들 세대에도 우리처럼 작업을 할 바다가 남아있을지 걱정이라는 말씀을 한다”며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이곳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참 착잡했습니다.

 

아무도 걱정해 주지 않는 바다..

나중에 보상해 주면 될 것이 아니냐는 단순한 논리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그 기막힌 답변들..

해녀들은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살려내라”는 것이라며 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무도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이야기들입니다.

앞으로 10년 후의 제주도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10년 전에도 오늘이라는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제주도정은 지금도 이들 도민들의 통곡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인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지 못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폐수와 똥물이 마구 바다 속으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생기는 쓰레기들이 넘쳐납니다.

돈을 번다고 돼지를 기르는 업자들이 숨골을 마치 하수구인양 똥물을 버리다 적발된 것은 물론 이들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돼 우리가 먹을 물을 취수하는 정수장까지 폐쇄됐습니다.

이 모두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혜안의 부족에서 오는 폐단이 되고 있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주는 그대로를 받아 들입니다.

영양을 주면 잘 자라지만 독을 주면 죽어버립니다.

사랑을 주면 열매도 맛이 있지만 미움을 주면 그대로 시들어 버릴 정도로 연약한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살려온 자연을 지금 희롱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자연을 마구 학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미래 세대가 살아가야 할 터전을 무턱대고 할퀴고 있습니다.

현재의 제주는 미래는 없고 오직 오늘만 있는, 그래서 나만 살다 가면 되는 탐욕의 화신이 돼 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이라도 모든 개발을 중지해야 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제주도로 다시 돌려놓아야 합니다.

해녀들의 통곡이 아니더라도 제주도의 모든 신들이 분노하고 있고, 도민들이 이제 개발은 그만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해를 보내면서도 즐겁지 아니 한 것은 이러한 무책임하고 환경에 무지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의 제주도를 다시 환경적으로 잘 다듬어 사는 사람이나 찾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한해를 보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새해에도 똑같은 오늘의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주도민의 힘으로 제주환경을 살리는 ‘제주환경 회복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때입니다.

올 한해 수고하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경의와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올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8년 12월31일

제주환경일보 임직원 올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