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완성도 높은 3단구조..청수리 이계오름갱도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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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완성도 높은 3단구조..청수리 이계오름갱도진지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9.09.0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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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오름·새신오름의 일본군부대는 보급품이 거의 없는 등 가장 가난한 군대'

청수리 이계오름갱도진지

위치 ; 한경면 청수리 1854번지 이계오름 저지리쪽 아스팔트길 가까운 쪽
유형 ; 전쟁유적(갱도진지)
시대 ; 일본강점기

 

 


한경면 청수리에 소재한 이계(二鷄·離鷄)오름은 겉으로는 낮게 보이는 조그마한 오름(표고 168m)이지만 서북쪽 사면은 경사가 매우 완만하지만 동쪽(저지리 방면)으로는 경사가 매우 급한 지형이다. 한경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저지오름의 서쪽에 있어서 가마오름과 더불어 모슬포와 고산 방면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이다.


갱도는 입구에서부터 이어진 주통로가 약 80m 정도 된 데다, 주통로 왼쪽으로도 50m 정도 갱도가 연결돼 있다. 동쪽방향으로 난 입구 폭은 150cm, 높이는 1m 내외다. 입구는 일부 무너지고 훼손 등으로 인해 좁아져 있는 상태다. 입구 앞쪽으로는 교통호가 나 있다.

주통로(폭 115cm 내외, 높이 180cm 내외)의 끝부분은 위쪽으로 경사진데다 돌로 막혀있는 점으로 미뤄 정상부와 관통됐으나 후에 주민들에 의해 입구가 메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갱도를 따라 크고 작은 방과 넓은 공간과 좁은 공간이 잘 만들어져 있고, 습기도 별로 없어 지금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5부 능선의 갱도는 입구 폭이 130cm, 높이가 170cm내외로 7부 능선의 갱도와 달리 횡으로 갱도를 연결한 구조다. 입구 옆에는 또 다른 입구가 나 있다. 갱도는 양쪽 끝부분의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아 입구를 중심으로 오름 사면 좌우측에 또 다른 갱도 입구를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내부에는 크고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계오름의 지하갱도는 가마오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전체적으로는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또 지금까지 조사한 갱도에 비해 완성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구조 역시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방과 통로가 잘 연결돼 있다.

이 정도의 규모면 당시 이 일대에 주둔했던 일본군 지휘부가 내부에서 생활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제58군배비개견도’등에 따르면 이계오름은 ‘주저항진지’로 구축돼 일본군 제111사단 보병제244연대(한경면 역사문화지에는 243연대라고 되어 있음)와 포병부대가 주둔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계오름에는 대형갱도 뿐만 아니라 파다가 중단한 소규모 갱도도 확인된다. 입구가 2개인 소규모 갱도는 5부 능선의 갱도와 20m 정도 아래쪽에 위치한다. 전체적으로는 Y자형 구조로 길이는 12m 정도된다. Y자 교차지점에는 90cm×90cm 크기의 수직환풍구가 나 있다.

아마도 이 갱도가 완성됐더라면 이계오름의 갱도는 전체적으로 3단구조로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지 구축 시기는 1945년 4월 이후로 추정되며 작업은 일본군에 의해 진행되었다. 구조는 Y형, ㅑ형, 지네형 등이다.


임경재씨(1935년생·한경면 청수리 425번지)는 1945년 태평양전쟁 말기 당시 11세의 나이로 조수국민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었다. 임씨에 따르면 이계오름에는 탐사단이 확인한 갱도보다도 더 큰 갱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일제 패망후 3∼4년 뒤까지 남아있다가 주민들에 의해 메워졌다는 갱도는 입구가 수직굴로 돼 있었기 때문에 도르레를 달고 2∼3명이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 보일 정도로 컸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계오름에는 기마부대가 일부 있었지. 군마는 청수리에서 낙천리로 가는 중간지점의 소나무 숲인 ‘방에왓’에 매뒀어. 또 이계오름에는 전투병도 있었어. 그런데 일본군에 징용된 조선병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청수곶자왈에 돌로 막사를 짓고 그 위에 억새를 덮고 잠을 자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생활을 하는 걸 봤지. 또 이계오름·새신오름의 일본군부대는 보급품이 거의 없는 등 가장 가난한 군대였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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