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저녁8시 카톡소리와 함깨 행복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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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저녁8시 카톡소리와 함깨 행복한 발걸음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19.10.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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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희 무릉2리

깨톡~깨톡~ 저녁 8시가 넘으면 어김없이 울리는 아장아장걸음마의 톡소리~

아장아장걸음마는 무릉2리 평지동(고바치)에 사는 네 아줌마들의 걷기 단톡방이다.

재밌게도 우리가 사는 집들이 한줄로 이어져있어 경순언니, 수정이, 영선언니, 맨 마지막 내가 합류하면 모두 넷이서 평지동을 지나 좌기동 방앗간을 거쳐 50분 동안 거의 매일 열심히 걷는다. 작년 9월 걸어보자고 의기투합을 했을때만해도 추워지면 못 걸을거라며 날씨 걱정을 했는데, 추운 겨울에도 덥고 습한 여름에도 바쁜 농사중인 지금도 계속 걷고 있다.

경순언니가 늦은 갱년기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시작된 걷기는 어색할 법도 할 스무살 차이가 나는 수정이와 영선언니를 마치 엄마와 딸처럼 친근한 사이로 지내게하고, 불면의 갱년기는 숙면의 밤을 이루도록 할 만큼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사실 나로 말하자면, 100미터 약줄도 한손으로 잡아당길 것만 같게 생겼다.

그런데 갑자기 자궁내막증으로 수술하게 되면서 면역력이 너무 떨어져 혈관부종으로 응급실을 들락날락하게 되었는데 면역력을 증강시키라고만 하지 특별한 약도 없어 인터넷을 뒤져가며 면역력에 관한 모든 것을 검색하고 있을때여서 나는 이 걷기 모임을 두손 들고 환영했었다. 그리고 한 동네 언니들과 수다 떨면서 한 시간을 걷다보면 지루하지도 피곤하지도 않게 걷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더욱이 응급실 가는 일이 없어지고 살도 좀 빠졌다.

강민정 무릉보건진료소장님의 추천으로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마을 안길 걷는 하영걸을락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측정 비교에 체지방과 근육량 분석까지 받아 대형 헬스클럽 못지 않은 서비스를 받고, 이장님을 비롯한 무릉2리 삼촌들과 마을에서부터 체육관까지 함께 걷던 중 걷기자격증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서부보건소가 주최하는 걷기 지도자 양성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뿔사! 내가 하고 있는 걷기 운동이 인생 최고의 운동이라니... ‘나의 두 다리가 의사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냥 걸으면 되고, 그러면 몸이 저절로 좋아진다니...이틀 동안 이론과 실기 수업을 받으면서 잘 걷는 방법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삶의 나락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걸으면서 다이돌핀이 나오는 경험을 하신 분들의 이야기도 감동 그 자체였다.

교육을 받고 난 후 함께 걷는 이들에게 왜 걷는 것이 좋은지, 어떻게 걷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드렸다. 그동안 그냥 걸었다면 지금은 좀 더 유익하게 걷고 있다고 해야할까? 매일 농사일에 지쳐 허리도 제대로 못 펼 것 같지만 늦은 시간에 짬을 내서 걷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잠도 잘 온다는 경순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걷는게 참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걷는다는 것은 숨 쉰다는 것과 매한가지일 것이다. 걷지 못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오늘도 우리 아장아장 걸음마 톡 방에서 걷게~~ 걷자! 하며 톡,톡 거리고 있다. 걷기에 행복을 주신 강민정무릉보건진료소장님과 올바른 걷기를 알게해주신 서부보건소 건강증진팀 선생님들의 수고에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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