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도청의 형태를 본 뜬 축소판..상모리 옛대정면사무소건물
상태바
[향토문화]도청의 형태를 본 뜬 축소판..상모리 옛대정면사무소건물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0.06.04 0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록문화재 157호로 지정..건축기법과 건축 재료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상모리 옛대정면사무소건물

 

등록문화재 제157호(2005.4.15. 지정)

위치 ;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3862-1번지
시대 ; 대한민국
유형 ; 관청건물

소유자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관리자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서부보건소장 - 등록문화재 지정 당시)
건립연대
- 기공 : 1955.3
- 준공 : 1955. 8.5
건축구조 : 석조(제주현무암) 조적벽체, 경량철골트러스지붕(아스팔트 슁글 마감)
설계 및 시공자
- 설계자 : 제주도 건설국 서무과
- 시공자 : 신흥토건사(대표 서상흠)
건축용도
- 건립당시 : 관청업무용 청사(면사무소)
- 현 재 : 관청업무용 청사(보건지소)
건축규모
- 대지면적 : 1632.0㎡(494.34평)
- 층수 : 지상2층(건물최고높이 : 9.40m)
- 연면적 : 284.16㎡(86.07평)
- 건축면적 : 142.08㎡(43.04평)
- 부대시설 : 진료시설, 기숙사 등 2동

 

상모리_구대정면사무소.
상모리_옛대정면사무소건물

 



조선시대 행정구역이 제주목·정의현·대정현으로 나눠졌던 제주도는 일제시대인 1914년 대정군 우면을 대정면으로 개칭했으며, 1915년 도제(島制)가 실시되면서 제주도 전체가 1읍 12면으로 재편됐다.

면(面)은 지방행정의 하급기관으로서 공공사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게 됐다. 대정면사무소는 원래 대정관아 소재지이자 대정골로 불리던 인성리에 있었다. 홍살문 거리에 있었던 향청(鄕廳) 건물을 사용했다.


일제가 1912년부터 신작로(新作路:일주도로)를 개설하기 시작하면서 경제 중심은 항구가 있는 모슬포로 옮겨졌다.

대정면사무소도 1933년 상모리(현 대정초등학교 옆)로 옮겨져 모슬포는 대정 고을의 중심이 됐다. 당시 면사무소는 일본식 기와 건물이었으며, 건물 본체 옆에 호적부를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고 한다.


4・3사건 때에는 1948년 4월 21일 무장대의 습격을 받아 호적부를 탈취당하였다. 다음 달 대한민국 제헌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5·10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선거인명부의 기초자료인 호적부를 탈취한 것이다.

이 사실을 관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1949년5월30일 관보에 〈대법원공고 제12호로 제주도남제주군대정면사무소 비치의 호적부 도난에 나하여 멸실 공고〉가 났다.

면사무소는 불타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숙직을 하던 직원 정을진, 박근식씨가 목숨을 잃었고 호적은 법원에 있는 것을 보면서 다시 만들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1951년 모슬포에 육군 제1훈련소가 설치되면서 면사무소는 고등군법회의 건물로 쓰이기도 했다.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 일제시대의 면사무소 건물을 허물고 그 터에 새 청사를 짓게 됐다.


1년 남짓 공사 끝에 1955년 8월 5일 새 청사가 완공됐다. 대지 1632㎡(494평)에 연면적 284㎡(86평)의 지상 2층 건물로 신축됐다. 관청 건물로는 크지 않지만 제주석(현무암)을 일정한 규격으로 깎아 쌓으면서 단아한 느낌을 주고 있다.

외부 역시 현무암을 일정한 규격으로 가공해 쌓았으며(현무암 조적벽체), 경량 철골 트러스 지붕으로 이루어졌다. 외벽 모서리에서 벽체를 약간 안쪽으로 기울게 처리하는 등 입면에서 보이는 투박하면서도 단정한 모습은 제주도 건축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건물 외형은 세로로 긴 창과 입구 정문의 기둥, 박스형 중앙 출입문(포치) 등 일제 건축양식을 띄고 있다. 1952년 옛 제주도청(현 제주시청)을 모델로 삼아 건축양식을 답습한 것이다. 당시 각 면사무소 건물은 도청의 형태를 본 뜬 축소판이었다.


시공은 도내 건설업체인 신흥토건사가 맡았고, 지역주민들도 공사를 거들었다. 석공이 현무암을 깨면 주민들은 소마차로 실어 날랐다. 석재 운반은 마을마다 하루씩 돌아가며 할당됐다. 도르래로 돌을 옮기면 주민들은 등에 지고 2층으로 날랐다. 공사기간이 농사철과 겹쳐 동원됐던 주민들은 고생이 많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면사무소 1층에는 민원업무, 병역업무를 담당하는 호병계, 서무계, 지출원(회계업무), 부면장실이 있었고, 2층은 마루바닥이었는데 총무계, 산업계, 읍장실이 배치되었다. 준공식에는 길성운 도지사 대신 도청 총무국장이 참석했고 그 밖에 기관장들과 대정면장 강필성 등이 참석했다. 준공식 이듬해인 1956년 7월 8일 대정면은 읍으로 승격됐다.


청사 준공식에선 신축을 기념해 기념비 2기가 세워졌다. 하나는 길성운 도지사와 강경옥 서귀포 민의원(현 국회의원), 강선옥 남제주군수 등의 이름을 새겼고, 다른 하나는 강필생 면장 등 당시 대정면사무소 간부 직원들의 이름을 적었다.


1980년 6월 5일 읍 청사를 상모리에서 하모리로 신축 이전하면서 24년 동안 읍사무소로 사용된 이 건물은 매각하려고 했지만 살 사람이 나서지 않아 1983년 11월부터 대정보건지소, 서귀포 서부보건소로 사용하였다.

보건소로 사용되는 동안 3차례 개·보수되었고, 건물 뒤편에 2층 규모의 슬라브 건물(공중보건의 숙소)이 증축되었으며, 1997년 4월에는 두 건물을 연결하면서 환자대기실과 화장실이 생겼다. 2002년 6월에는 33평 규모의 한방과 물리치료실이 증축되었다.


2011년 서부보건소가 새 건물로 이사를 가면서 빈 건물이 됐었다. 2014년부터는 지역 내 향토 문화재 자료 및 유물, 일제강점기 군사 유물 및 자료와 1950년대 전후 육군 제1훈련소와 관련된 자료 및 유물을 수집하여 향토문화 자료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붕은 일식 기와에서 아스팔트 슁글(아스팔트를 주재료로 얇은 판형을 만든 지붕 재료)로, 목제 창호에서 플라스틱 창호로, 1층 시멘트 몰탈 바닥에서 비닐 타일로, 2층 나무 마루 바닥에서 콘크리트 슬라브 위에 비닐 타일로 교체되었다.

이와 같이 개·보수됐지만 1950년대 신축된 면사무소 가운데 유일한 건축물로 남아 있다. 이 청사는 제주 전통의 현무암을 주재료로 사용했고, 건물 원형이 잘 보전돼 건축기법과 건축 재료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투박하면서도 단정한 모습을 보이며 제주 관청건물의 초기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이 건물을 2005년 4월 15일 등록문화재 157호로 지정했다.
《작성 090831, 보완 130708, 16012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