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맑아진 숲에 들어섰습니다.
봄비를 배 불게 먹은 숲이 더욱 싱그러워졌네요.
숲에 들어서니 점박이천남성이 두 팔 벌려 환영을 해주더군요.
오늘은 나뭇잎 그늘이 드리워진 이곳저곳에서 꽃피운 점박이천남성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기다란 꽃차례를 둘러싸고 있는 포는 윗부분이 모자처럼 앞으로 꼬부라져 있습니다.
그 안으로 불쑥 튀어나온 꽃차례의 연장부가 보이는군요.
포의 끝을 들어올려 그 안을 들여다보고픈 충동이 일더군요.
그 순간 포 안쪽에서 조심스럽게 밖으로 모습을 내미는 거미와 마주쳤습니다.
나오려다 놀란 거미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더니 눈치를 살피던 거미가 드디어 밖으로 온몸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그도 아주 잠시였을 뿐 거미는 도로 미끄러운 통모양의 포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지요.
거미를 한번 보고나니 주변의 천남성 꽃 속에는 어떤 곤충들이 들어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꽃잎 없이 포로 둘러싸인 꽃차례는 자잘한 꽃들이 모여 육수화서(肉穗花序)를 이룹니다.
열매는 옥수수처럼 생겼는데 빨갛게 익습니다.
천남성과 식물들은 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꽃 속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합니다.
주로 밤에 꽃을 피우는데 이때 야행성 곤충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헤매다 꽃 속으로 끌려들어가 꽃가루받이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꽃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지금 저 포 안에는 어떤 곤충이 들어가 있을까요?
(자료제공=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