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영국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에서 대규모 개인전 '이상한 끌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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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영국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에서 대규모 개인전 '이상한 끌개' 개최
  • 고현준
  • 승인 2020.10.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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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 영국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Tate St Ives..2020년 10월 24일 – 2021년 5월 3일
양혜규(b.1971) <Non-Indépliables, nues> 2010/2020 Drying racks, light bulbs, cable, zip ties, terminal strips Left to right: <Non-Indépliable, nue – Crowny Figure in Crossed Leg> 183 x 105 x 78 cm <Non-Indépliable, nue – Lifting Up> 191 x 140 x 75 cm <Non-Indépliable, nue – Three Hearts Lifts a Sprout> 198 x 144 x 62 cm <Non-Indépliable, nue – Three Times on Shoulder> 264 x 188 x 62 cm <Non-Indépliable, nue – Sandwich Swing Squeezed Between Buildings> 129 x 156 x 108 cm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Nick Ash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영국 콘월에 위치한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에서 양혜규 작가의 개인전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s》가 개최된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는 테이트 미술관의 네트워크(분관) 중 하나로, 이번 개인전은 지금까지 양혜규가 영국에서 선보인 전시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본 전시의 제목인 ‘이상한 끌개’는 나비효과와도 연계되는 수학적 개념으로, 혼돈의 성질을 지닌 자연 생태계의 복잡한 역학을 지시한다. 이 이론을 시발점으로 삼은 이번 개인전에서 양혜규는 언캐니하고 이질적으로 보이는 다양한 사상, 문화, 시대가 다채롭게 공존하는 환경을 구성한다.

전시는 거칠지만 아름다운 해안 풍광을 내다볼 수 있는 구관 전시장과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신관의 공간을 모두 아우르며 펼쳐진다. 이러한 규모와 구성의 현대미술 전시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에서도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양혜규(b.1971) <Sonic Intermediates – Three Differential Equations> 2020 Powder-coated steel frame, mesh and handles, casters, turbine vent, brass, copper and nickel plated bells, metal rings, plastic twine, broom Left to right: <Sonic Intermediate – Parameters and Unknowns after Hepworth> 216 x 125 x 125 cm <Sonic Intermediate – Parameters and Unknowns after Gabo> 220 x 145 x 145 cm <Sonic Intermediate – Parameters and Unknowns after Li> 215 x 172 x 172 cm Courtesy of Galerie Barbara Wien, Berlin 사진: Nick Ash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양혜규는 《이상한 끌개》에서 세인트 아이브스라는 지역의 역사와 모더니즘 미술과의 관계성을 가시화하는 데 세 명의 작가를 소환한다.

새롭게 공개되는 조각군 <소리 나는 중간 유형 – 미분 방정식 셋Sonic Intermediates – Three Differential Equations>은 세인트 아이브스 지역과 각자 다르게 관계 맺으며 활동한 바바라 헵워스Barbara Hepworth, 나움 가보Naum Gabo, 리 유안 치아Li Yuan-chia 간의, 그리고 어쩌면 양혜규마저 포함한 이들의 역사적 혹은 가상의 만남을 상정한다.

영국 콘월의 자연 풍경과 풍부한 고고학적 유산 역시 작가에게 주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전통적인 종교적 상징물을 십자수로 새겨 장식하는 교회의 ‘무릎 방석church kneelers’을 변주한 <세상 방석 – 푹신한XMundus Cushion – Yielding X>를 통해서, 작가는 고유한 방식으로 신성과 세속성에 대한 탐구를 추상화한다.

미술관 구관에 위치한 반원 형태의 전시장에서는 두 겹의 반투명 천이 바다를 마주한 곡선 유리벽 전면을 덮는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며 어른거리는 천의 빛깔은 창 너머의 바다와 어우러지는데, 이러한 무아레moiré 현상은 빨래건조대로 제작된 조각군 <비非-접힐 수 없는 것들, 누드Non-Indépliables, nues>를 청록빛으로 물들인다.

양혜규(b.1971) <Sonic Half Moon Type III – Large Light #22> 2015 Powder-coated steel frame, powder-coated mesh, steel wire rope, brass and nickel plated bells, metal rings 187 x 84 x 84 cm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Florian Kleinefen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양혜규(b.1971) <Non-Linear and Non-Periodic Dynamics> 2020 Digital color print on self-adhesive vinyl film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미술관 신관의 공간은 삼각형 벽체 구조물들로 구획되는데, 그 벽에는 필리핀 전통 직물에서 유래한 ‘돌개바람’ 문양을 표현하는 패널이 부착된다. 기하학적 무늬를 완성하는 이 패널 사이로 관람객의 시야가 구조물 너머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전시장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이 삼각 벽체를 따라 중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통로에는 놋쇠와 니켈로 도금한 방울로 구체의 표면을 뒤덮은 <소리 나는 반달Sonic Half Moon>이 위치한다. 미술관 건축의 일부인 기존 벽면은 벽지 작품을 도배하거나, 특정한 패턴으로 문손잡이를 설치하여 벽 전체를 채우거나 아예 텅 비우는 등, 각기 다른 세 가지 방식으로 분절된다.

별도의 처리를 하지 않은 빈 벽면에는 종이 콜라주 연작 <신용양호자들Trustworthies>이 자리하고, 파노라마적 화면을 자랑하는 벽지 작업 <비非-선형적 비非-주기적 역학Non-Linear and Non-periodic Dynamics> 위에는 소형 평면작업 <래커 회화Lacquer Paintings>가 걸려 있다.

또한 대형 조각 <반사성 금속 입체파 무도회 가면Reflected Metallic Cubist Dancing Mask>과 불특정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중간 유형The Intermediates> 연작, <소리 나는 중간 유형Sonic Intermediates> 연작이 모여 기하학, 추상, 모더니즘의 여파에 대해 고찰한다.

G. I 구르지예프의 노나그램을 참조한 기하학적 형태로 전시장 벽면을 수놓은 문손잡이는 차이와 경계의 구조를 가시화하는 매개자라는 존재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반영하는 작업으로,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 및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서도 각 지역적 특색을 드러내는 문손잡이를 활용한 벽면 설치를 볼 수 있다.

반면 신관의 삼각형 벽체 구조물을 장식한 필리핀의 전통 공예 문양은 양혜규의 마닐라 개인전 《우려의 원추》를 위한 리서치 과정 중에 발견한 것이다. 이처럼 올 하반기에 여러 도시에서 잇달아 개최되는 개인전들을 통해 작가의 영감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본 전시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관장 앤 발로우Anne Barlow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자일스 잭슨Giles Jackson과 함께 기획했으며, 전시와 연계하여 도록(테이트 출판, 베를린 기반의 마누엘 래더 스튜디오 디자인)이 발간될 예정이다.

양혜규(b.1971) <The Intermediate – Airflow of Pyramid Winnow> 2015 Artificial straw, powder-coated steel frame, casters, plastic raffia string, artificial plants 180 x 95 x 95 cm Courtesy of Galerie Barbara Wien, Berlin 사진: 김상태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


동역학계dynamical system 이론에서 끌개attractor란 일반적으로 시간의 변화에 따라 상태가 함께 변화하는 시스템 혹은 그 시스템을 기술하기 위한 수학적 개념을 일컫는다. 초기 상태와 무관하게 특정한 중심점을 기반으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즉 안정화된 점과 궤도를 의미하는 끌개가 프랙탈 구조fractal structure를 지닐 때, 이는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로 세분화되어 지칭된다.

안정적으로 반복되는 궤도를 그리는 끌개와 달리 이상한 끌개는 한 번 지나간 곳은 다시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어떤 질서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궤적을 그린다. 끌개 위에 인접한 두 지점은 시간이 지나며 그 정도나 거리가 무작위로 멀어지기에, 이상한 끌개는 같은 자료와 조건 속에서도 늘 다른 궤도와 결과를 산출해낸다. 이러한 예측불가성은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로렌즈Edward Lorenz, 1917-2008가 고안한 혼돈 이론The Chaos Theory과 나비 효과The Butterfly Effect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 되었다.


전시 큐레이터 겸 관장, 안 발로우Anne Barlow


《이상한 끌개》전을 기획한 앤 발로우Anne Barlow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의 큐레이터(2018-)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에서 약 1년간 예술감독Artistic Director으로 일하며 소장품 진열부터 아티스트 레지던시, 리서치 프로그램 등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과 관련된 학예 및 전시 업무 전반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의 전시 기획을 본격적으로 맡아 미술관의 지역적, 국제적 입지를 다지는 데 힘써왔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관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박물관의 큐레이터(1994-1999), 뉴욕 뉴 뮤지엄 큐레이터(1999-2006), 비영리 전시공간 아트 인 제너럴의 관장(2007-2016)을 역임했다. 또한 제5회 부쿠레슈티 비엔날레(2012)와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라트비아관(2013), 제2회 트빌리시 트리엔날레(2015)에 각각 큐레이터, 공동 큐레이터,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하는 등 영국 안팎은 물론 다양한 국제 무대 경험치를 가진 기획자로 평가받는다.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에서 개막한 양혜규 필리핀 첫 개인전 《우려의 원추》



전시제목: 우려의 원추The Cone of Concern
전시기간: 2020년 10월 15일 – 2021년 2월 28일
전시장소: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
웹사이트: www.mcadmanila.org.ph/the-cone-of-concern/

양혜규(b.1971) 《우려의 원추》 전시전경,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 필리핀, 2020 사진: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전시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양혜규의 필리핀 첫 개인전 《우려의 원추The Cone of Concern》가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에서 개막했다. 전시 제목인 ‘우려의 원추’는 본래 기상예보에서 태풍이나 열대성 저기압의 경로를 예측하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정보 그래픽 도구로, 자연현상을 관측하여 대응하고자 하는 인간 문명의 의지를 표방한다.

조셀리나 크루즈Joselina Cruz가 기획한 이 전시에서 작가는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였을 때 발현하는 연대감, 나아가 지구상에서 인류의 현주소를 인지하려는 인간의 시도를 은유적으로 승화하고자 한다. 자연현상에 대한 작가의 이러한 관심은 에너지나 기후와 관련한 3D 이미지로 구성된 렌티큘러 벽지 작업 <열대저압부의 환상적 날실 씨실The Fantastic Warp and Weft of a Tropical Depression>을 배경으로 배치된 다중적 오브제들—현지 장인들과 협업해 제작한 라탄 조각, 소리 나는 방울, 돌개바람 패턴에서 착안한 구조물, 직물 차양, 다양한 청각적 요소들을 통해 가시화된다.

양혜규(b.1971) 《우려의 원추》 전시전경,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 필리핀, 2020 사진: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개인전에서도 공히 활용된 돌개바람 문양은 필리핀의 전통적인 직조섬유 비나콜binakol의 특정 문양을 참조한 것으로, 작가는 이 전통문양과 60년대 유럽의 옵아트를 연상시키는 모티프 간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서양 미술사의 장식적 추상과 동양 전통 공예 사이에서 포착된, 이 예기치 않은 공통 분모를 필리핀과 영국에서 동시에 변주해냄으로써 작가는 ‘땅을 접어 산과 산 사이를 날아다니는’ 자신만의 축지법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전 《우려의 원추》는 괴테 인스티튜트, 예술경영지원센터, 현대카드, IFA(Institut für Auslandsbeziehungen)의 후원으로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리며, 전시에 대한 담론을 위해 타이완 출신 에스터 루Esther Lu와 미국 출신 데이지 남Daisy Nam에게 에세이를 의뢰했다.

양혜규(b.1971) 《우려의 원추》 전시전경,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 필리핀, 2020 사진: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작가 소개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양혜규는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대 작가들 중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온 그는 1994년 독일로 이주 후 프랑크푸르트 국립미술학교 슈테델슐레Städelschule에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모교인 슈테텔슐레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19년 영국의 현대미술지 ‘아트리뷰ArtReview’가 선정하는 <2019 파워 100>에서 36위를 기록하였고 2018년에는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미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개인전 《양혜규: 손잡이》(2020년 11월 15일까지)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온타리오 미술관 《양혜규: 창발》전(10월 1일 - 1월 31일)을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전(9월 29일 - 2월 28일), 필리핀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 《우려의 원추》전(10월 15일 - 2월 28일), 영국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이상한 끌개》전(10월 24일 - 5월 3일) 등 개인전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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