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마지막까지 생체(生體)로서의 소명(召命)을 완수하는 질긴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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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마지막까지 생체(生體)로서의 소명(召命)을 완수하는 질긴 생명력..
  • 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 승인 2021.11.2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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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강변의 꽃 폭죽, 강부추..국내에서는 몇 군데밖에 자라지 않는 희귀식물

가을 강변의 꽃 폭죽, 강부추

강부추 (백합과) 학명 AlliumlongistylumBaker

 

외출할 때면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절대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와 함께하는 일상의 연속, 하루하루가 지루한 나날인데도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한여름 지나 조금 선선한가 싶더니만 어느새 여름 가고 가을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가을이 지나면 이른 봄부터 꽃 찾는 꿀벌처럼 꽃 따라 바쁜 일정을 보냈던 꽃쟁이들의 농한기가 시작됩니다. 현기증이 일 만큼 고운 빛깔로 시선을 강탈하는 천자만홍 단풍 물결이 썰물처럼 휩쓸고 지나가면 황갈색의 황량한 세상이 남습니다.

게다가 바람에 날리는 억새의 하얀 솜털 씨앗과 땅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마저 쓸쓸하고 허전해집니다. 이 시기가 되면 산과 들에 꽃이 귀해지므로 풍요의 꽃 계절에 웬만큼 크고 고운 꽃도 안중에 두지 않았던, 눈높이가 한껏 낮아집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이른 봄 작고 흔한 꽃 한 송이에도 감지덕지했던 초심(初心)으로 되돌아갑니다. 이것이 사람의 본성인가 싶기도 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과 자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수양이 필요한지를 야생초의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다시금 느낍니다.

봄, 여름 냇가 주변은 빈약한 냇물과 말라붙은 바닥에서도 들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우거져. 수많은 꽃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지자 하천에 냇물은 넘치는데도 꽃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늦가을이 되니 물이 풍족하고 햇볕이 좋아도 흐르는 세월에는 들풀도 어찌할 수가 없나 봅니다.

이맘때쯤이면 작심하고 특정한 꽃을 찾아가야만 나름 볼 만한 꽃을 만날 수 있어 이들 꽃이 보배처럼 귀하고 소중해 보입니다. 무작정하고 산과 들을 찾아 나가도 고운 꽃을 만났던 시기는 이미 지나버린 늦가을이기에 만나는 하나하나의 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면하게 됩니다.

가을이 한창 깊어가는 낙엽의 계절에 강부추를 찾아 나섰습니다. 강부추는 자생지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국내에서는 몇 군데밖에 자라지 않는 희귀식물입니다. 찾아간 곳에서는 마침 강부추가 제대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강변과 강바닥의 바위 틈새에 뿌리 내려 송알송알 꽃망울을 터뜨린 강부추의 꽃송이가 밤하늘에 환상적으로 작렬하는 폭죽의 불빛처럼 빨간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어둑한 바위 그늘에서는 새어드는 햇살 아래 드러난 빨간 꽃송이가 크기는 작지만 영락없는 꽃 폭죽처럼 곱고 화려했습니다.

꽃이 귀한 계절이라서 작은 꽃에도 감사하는 가난한 눈에 곱고 풍성한 꽃차례가 마음을 풍족하게 채워주었습니다. 해는 짧아지고 추위는 닥쳐오는데 화려한 불꽃을 수놓듯 강부추 꽃이 피고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생체(生體)로서의 소명(召命)을 완수하는 질긴 생명력을 봅니다.

크건 작건, 곱건 평범하건 간에 후대를 이어가는 꽃 피움과 결실에 최선을 다하는 풀꽃의 세계를 봅니다. 찬바람 속에 모든 꽃이 지고 한낱 티끌로 사라져 가는 늦가을에 피는 풀꽃이라서 절절한 감동의 울림이 더욱더 크고 깊게 전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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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강변의 꽃 폭죽, 강부추

 

강부추는 강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잎은 2~3장이 어긋나며, 길이 10~40cm입니다. 잎줄기 단면은 둥글거나 뒷면이 다소 눌려 있으며 잎줄기 가운데에 맥이 없는 점이 특징입니다. 꽃줄기도 잎처럼 원기둥 모양으로 속은 차 있고, 아래는 잎집으로 싸여 있습니다. 꽃은 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 줄기 끝에서 산형꽃차례로 달립니다. 꽃잎 조각은 6장으로 짙은 보라색이며. 암술대는 꽃잎 밖으로 길게 자랍니다.

이제껏 중국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오다가 임진강, 한탄강, 북한강에서 제한적으로 발견되어 2003년 학계에 국내 미기록종으로 발표된 종입니다. 최근에 강원, 충북 등지에도 분포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우선 꽃이 붉다는 점이 채소로 가꾸는 하얀 꽃 색깔의 부추와 구분됩니다. 주로 산에서 자라는 산부추와는 꽃 색깔은 같지만, 서식지가 강변이라서 구분됩니다. 또한 잎줄기가 둥글고 가운데에 맥이 없는 특징이 있어 산부추와 서로 다릅니다. 한라부추와도 매우 비슷하지만, 잎집이 길게 자라고 잎몸의 색이 더 옅은 녹색이며, 달걀 모양의 타원형 꽃잎 조각을 가지는 특징으로 서로 구분됩니다.

강물 도도히 흐르는 황량한 가을 강변에, 딱딱한 바위 틈새에 엉겨 붙어 뿌리내리고 늦가을까지 화사한 꽃 폭죽을 터뜨리는 강부추가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 되면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새로이 피어나는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작고 평범한 꽃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는 이른 봄의 초심을 잃고, 크고 화려한 많은 꽃을 보며 작은 꽃이라 무시하고 소홀히 했던 허황됨을 되돌아봅니다. 앞으로는 그러하지 않고 한결된 마음가짐을 갖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른 봄 새 꽃맞이의 기쁨을 기다리렵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는 작금의 정치판의 정치인들도 허황한 약속과 거짓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진솔함과 애국, 애민의 초심을 끝까지 변하지 말고 이어가기를,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봅니다.

(2021. 11 월 늦가을 꽃에 초심을 돌이키며)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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