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운랑천(雲浪泉)으로 추정되는 물(水)..강정동 고둔과원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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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 운랑천(雲浪泉)으로 추정되는 물(水)..강정동 고둔과원터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1.12.2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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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구지(王子舊地) 탐방 풍악 즐기는 그림..귤밭 안에는 용천수가 흐르는 수로가 있다.

강정동 고둔과원터

 

위치 ; 강정동 2052-8번지 일대. 서일주도로 염돈마을 입구(염돈주유소)에서 북쪽으로 350m 정도 올라가면 길가에 샘물이 있는데 그 샘물의 동쪽에 있는 과수원이다.
유형 ; 농업시설
시대 ; 조선~

고원방고(그림만)

 

용흥동_고둔과원울담추정

 

이형상 목사의 탐라순력도 중에 고원방고(羔園訪古)라는 그림이 있다. 숙종28년(1702) 11월 초6일 고둔과원(羔屯果園)에서 왕자구지(王子舊地)를 탐방하여 풍악을 즐기는 그림이다.

마을 아래에서 말을 쉬게 하고, 과원 입구에는 군기를 세우고 앉아 쉬면서 경계하는 모습이다. 나무 아래에도 몇 사람이 앉아 감귤을 보고 있고 과원 한쪽 왕자구지에는 목사가 양산 아래에 앉아 술을 들면서 악기 연주와 노래를 감상하고 있다. 이 날 동행했던 정의현감 박상하(朴尙夏)와 대정현감 최동제는 조금 떨어져 앉아 있는 모습이다.


과원 둘레에는 방풍림으로 대나무가 심어져 있고, 과원의 밖에는 참나무밭(眞木田)과 매화나무(梅宗木)가 많이 있었으며, 운랑천(雲浪泉)으로 추정되는 물(水)과 인근에는 그 물을 이용한 논(畓)이 형성되어 있음을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은 옛날의 귤나무들은 확인할 수 없고 그 일대가 여전히 귤밭으로 운영되고 있다. 귤밭 안에는 용천수가 흐르는 수로가 있다.


오른쪽 아래에 씌어진 고둔(羔屯)은 염돈의 차자 표기로 고(羔)는 염소를 뜻하는 한자다. 탐라지나 한라장촉, 제주읍지 등에는 고둔으로 탐라지도와 제주삼읍총지도, 해동지도 등에 고둔촌으로 나온다.


고둔과원은 대정현성에서 동쪽으로 55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현 용흥동 속칭 염돈마을 운랑천(雲浪泉) 부근의 염돈과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귤향촌 건물이 들어선 곳이 왕자구지이고, 이곳을 포함한 동쪽 과수원 3,000평 정도가 고둔과원 터이다.(2013년 3월 1일 지역주민 문옥남씨과 대화) 과원 터에는 옛 과원의 울타리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돌담이 몇 군데 남아 있다.


이 과원은 진상용 귤을 재배하는 곳으로 중종 21년(1526) 이수동(李壽童) 목사가 도내 5개(별방, 수산, 서귀, 동해, 명월) 방호소에 설치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후 제주에 부임한 목사들은 과원에 귤나무를 심고 병사들로 하여금 관리하게 하였다. 이형상 목사 당시 대정현에는 ‘읍내(邑內)․법화(法華)․동수(洞水)․암림(暗林)․아악(丫岳)’ 등 6개의 과원이 있었다.(제주신문 1994년 12월 7일)


이원진의 탐라지(耽羅志)에 의하면, 果園 條에 ‘羔屯 ; 在縣東五十五里 卽高得宗別墅基也 柱礎階砌猶存柚六十六根石金橘十二根唐柚一根枳殼三根梔五十一根山橘二十二根靑橘三根乳柑四根洞庭橘三根果園外多梅花’라고 기록되어 있다.(역주 탐라지 부록 ‘탐라지 영인본’ 157쪽) 당시 이곳에 심어있던 귤은 유자 66주, 석금귤 12주, 당유자 1주, 지각 3주, 치자나무 51주, 산귤 22주, 청귤 3주, 유감 4주, 동정귤 3주와 과원 밖에는 매화가 많이 있다고 나온다. 고원방고 그림도 위로는 참나무가 우거지고 아래 울타리에 방풍림 대나무가, 담 밖으로는 매화나무가 무성히 자라고 있다.


이형상은 ‘귤유(橘柚)가 숲을 이루고 매화의 둥치는 굽혀 구부러졌다’고 적고 있다. 또, 이 목사는 “풍치(風致)로 말하면 가을 겨울에 낙엽이 떨어질 때 홀로 과원은 녹음으로 단장해 하늘을 가리고 누런 열매는 햇빛에 비치니 나무마다 영롱하고 잎마다 찬란하다.

귤의 크기는 혹은 고니 알 같기도 하고 혹은 달걀 같기도 하다. 귤밭 사이에 매화가 섞여 있고 치자(梔子)가 있으니 그 밑에서 상영(觴詠, 술을 마시면서 흥겹게 노래함)하면 추위를 깨닫지 못한다.”고 적었다. 이 목사는 순력 후 이 고둔과원이 제주의 북원(北園), 정의의 성산(城山)과 함께 제주 과원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하였다.


이형상 목사보다 앞서 청음 김상헌은 남사록(南槎錄)에서 “동정(洞庭)에는 귤이 있되 매화는 없고 서호(西湖)에는 매화는 있되 귤이 없는데, 이곳은 동정과 서호가 함께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이곳을 돌아본 감상을 적은 바 있다.(제주신문 941207)
《작성 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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