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산신령이 내린 아이 산방덕.. 사계리 산방굴사전설(산방덕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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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 산신령이 내린 아이 산방덕.. 사계리 산방굴사전설(산방덕의 눈물)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2.06.22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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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덕이 인간 세상에서 사랑했던 고승을 그리워하며 현세의 고해를 비탄하여 흘리는 눈물

사계리 산방굴사전설(산방덕의 눈물)

 

위치 ; 안덕면 사계리 산방굴사
시대 ; 미상(조선시대 추정)

사계리_산방굴사(1993년)
사계리_산방굴사샘물(김창집)

 

아주 오랜 옛날 산방산 굴 속에서 한 계집아이가 태어났다. 그 핏덩어리 계집아이는 지나가던 산 아래 마을 부부가 발견했는데 마침 슬하에 자식이 없던 그들은 산신령이 내린 아이라고 기뻐하면서 집으로 데려다 키웠다.

산방산에서 주워 왔다고 해서 이름을 산방덕이라 짓고 친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웠다.
어언 십수년이 흘러 이팔청춘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보는 사람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리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마치 하늘의 선녀가 인간으로 현신한 것 같구나.”
사실 산방덕이는 인간이 아니었다. 암굴의 여신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었다. 본래 여신이라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그녀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를 길러 준 어버이가 돌아가실 때는 한없는 슬픔을 맛보아야 했고, 혼자가 된 그녀는 이제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아……,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었으면…….”


밤이면 달을 보며 한숨짓는 그녀에게 한 남성이 나타났다. 같은 마을에 사는 고승(高僧)이라는 씩씩한 사나이가 틈틈이 찾아와서 외로움을 덜어 주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산방덕은 사랑에 눈을 떠서 그를 열렬히 사모하여 결국은 그와 혼인을 하였고 인간으로서 지극한 행복을 누렸다.


그러나, 인간 세상의 행복은 그리 길지 못했다. 그녀가 혼인을 하자 그녀를 탐내던 뭇남성들이 포기하고 돌아섰지만, 고을의 벼슬아치로 있는 한 사나이만은 더욱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하루는 느닷없이 포졸들이 들이닥쳐 남편을 잡아가고 가재도구마저 압수해 갔다. 영문도 모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벼슬아치가 찾아와 갖은 위협과 감언이설로 설득하려고 하였다. 벼슬아치의 공세에 견디다 못한 산방덕이는 결심을 하고 정색하여 말하였다.


“좋아요. 당신의 요구를 듣겠어요. 그러나 오늘은 안 돼요. 하루만 여유를 주세요.”
하고 벼슬아치를 돌려 보냈다. 산방덕은 정든 보금자리를 한 번 둘러보고는 곧 집을 나와 산방산으로 올라갔다.


“슬퍼라! 인간 세상에는 악이 가득하구나. 끝없는 고통의 바다로구나. 견딜 수가 없구나.”
산방덕이는 산으로 올라간 즉시 굴로 들어가서 그대로 바위 덩어리로 굳어지고 말았다. 암굴의 여신이 암굴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지금도 산방굴에는 산방덕이 변해서 된 바위 밑으로 한 줄기의 물이 쉬지 않고 뚝뚝뚝 떨어지며 작은 샘을 이루고 있는데 그 물즐기는 산방덕이 인간 세상에서 사랑했던 고승을 그리워하며 스스로 기막힌 운명과 현세의 고해를 비탄하여 흘리는 눈물이라 전하여진다.(월간 탱자꽃 창간호 6-13쪽)
《작성 1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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