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전진거점진지' 역할..신도1리 녹남봉 일본군갱도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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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 '전진거점진지' 역할..신도1리 녹남봉 일본군갱도진지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3.03.01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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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주둔 및 갱도구축 실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곳 중 하나이다

신도1리 녹남봉 일본군갱도진지

 

위치 ; 대정읍 신도1리 1304번지 녹남봉 7~8부 능선 일대
유형 ; 방어시설(갱도진지)
시대 ; 일제강점기

신도1리_녹남봉갱도진지(한라일보)

 

신도1리_녹남봉갱도진지

 

녹남봉은 한자로는 녹나무를 뜻하는 장목악(樟木岳)․장목봉(樟木峰)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오름 정상부에는 아담하게 패인 분화구가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분화구가 마치 가마솥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가매창’이라 부른다. 오름 정상부에 서면 소나무로 시야를 가리긴 하지만 제주섬의 최서단인 수월봉과 최남단인 송악산을 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산방산과 단산․모슬봉이, 북쪽으로는 가마오름 등이 보인다. 녹남봉은 비고가 60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처럼 전망이 탁 트인 것은 제주섬에서 가장 넓은 평원지대에 솟아 있기 때문이다.

사방을 둘러보면 녹남봉 서쪽 해안가 방면으로는 고산평야가 있고, 북동쪽으로는 모동장(毛洞場)의 너른 들녘이 자리한다. 대초원 위에 자리해 있어 '낮지만 높은 오름’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입지조건 때문에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은 이 오름에도 길이 60m 이상 되는 관통형 대형갱도 등 10여 곳 갱도진지를 구축했다.

①녹남봉에 구축된 가장 큰 갱도는 동쪽 사면 7부능선 쯤에 위치한다. 이 갱도는 일직선으로 정상을 향해 파들어갔다. 입구는 높이가 170cm, 폭은 110cm, 갱도 내부는 높이 200cm, 폭이 140cm 정도 된다. 갱도 내부는 진입하자마자 가로 6m, 세로 5m 정도의 공간과 마주친다.

이 공간은 1960년대 무렵 마을주민들이 도로를 포장하기 위해 갱도 내부의 송이를 파내면서 형성됐다. 갱도는 이곳서부터 약 35m 지점까지는 수평형태를 보이다 가파르게 경사져 있다. 정상부와 관통되게 갱도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정상부 출구는 마을주민들이 막아버려 현재 막혀 있다.

②또 다른 갱도는 정북방향 사면 6부능선 쯤에 있다. 총 길이는 30m 정도로 역시 정상부를 향해 파들어갔다. 끝부분은 왼쪽으로 꺾여 있다. 갱도 내부 폭은 150cm, 높이는 190cm 정도 된다. 입구 앞쪽으로는 교통호가 8m 정도 나 있다. 이 갱도 라인을 따라 길이 10m 정도의 소형갱도도 자리한다.

③녹남봉의 그밖의 갱도는 정상부와 분화구 주변에서 확인된다. 길이 12m의 갱도를 비롯 5개의 갱도가 확인됐으나 모두 구축도중에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북서방향의 갱도는 길이가 490cm, 폭 230cm, 깊이 260cm로 장방형 참호가 앞쪽에 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아마도 단순한 갱도보다는 다른 용도로 구축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녹남봉의 대형 갱도는 갱목을 세우는 등 완성된 형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군이 패망한 뒤 주민들이 가져다가 집을 짓거나 불을 때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녹남봉에는 1개 소대 병력이 주둔했었지. 본부는 가마오름이고 거기서 일본군들이 파견나왔어. 가마오름에는 1년 정도 앞서 일본군들이 왔는데 녹남봉에는 해방되는 해 봄철에 와서 3~4개월 정도 있었지. 일본군들은 오름 밖에 천막치고 갱도를 직접 팠어.(신도1리 거주 1925년생 변해운씨 증언)

녹남봉의 일본군은 가마오름에서 파견나왔다고 증언한다. 가마오름은 일본군 최정예부대인 제111사단 예하 243연대본부 주둔지다. 243연대는 가마오름에 연대본부를 두고 새신오름과 굽은오름 일대에 대규모 갱도진지를 구축한 채 탱크 등 중무장 상태로 집중 배치됐다.

녹남봉의 일본군은 3~4개월 정도 주둔했다는 이야기로 미뤄 가마오름과 새신․굽은오름의 갱도구축이 어느 정도 끝난 뒤에 이곳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 규모는 갱도구축 실태나 마을주민들의 증언을 비춰볼 때 가마오름에서 1개소대 정도의 병력이 이곳에 파견돼 갱도진지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군의 상륙지점으로 예상되는 송악산 일대 해안가와 수월봉 사이의 저지선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즉, 녹남봉은 가마․새신․굽은오름 주저항진지의 전방에 위치한 '전진거점진지' 역할을 했다. 일본군 제111사단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전진거점진지인 것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제주섬에 주둔한 일본군 배치도인 '제58군배비개견도’를 보면 '전진거점 진지’는 주로 주저항진지의 전방에 위치했다.

이처럼 녹남봉의 갱도진지는 가마오름이나 새신오름에 비해 그 규모는 작지만 일본군 주둔 및 갱도구축 실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곳 중 하나이다.(한라일보 060525)
《작성 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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