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모두에게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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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모두에게 당연한 일
  • 신철민
  • 승인 2023.11.02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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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민 서귀포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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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부탁을 받는 입장에서 번거롭고 힘든 일이 더해진다면 그 부탁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그런 경우 대부분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곤 한다. 부탁하는 사람의 미안함의 정도에 따라 간단한 음료, 작은 선물, 식사 등 다양한 성의 표시를 한다.

지난 4년여의 짧은 공직 생활 동안, 참 많은 민원인이 그렇게 무언가를 준비해 오셨다. 항상 지난 일들, 혹은 일어날 일들에 대한 감사와 부탁의 뜻이라고 하며 나를 당황하게 했다. 당연히 공직자로서 업무와 관련된 분에게 작은 것 하나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하지만, “그럴거면 쓰레기통에 버리겠다.” “그냥 여기 두고 가겠다.”라며 가져온 물건을 두고 난감한 상황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나뿐만 아니라 공직에 있는 많은 공직자들이 위와 같은 문제를 자주 겪고, 목격했을 것이다.

민원을 처리함에 있어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그 가부(可否)를 따지는 일은 우리에게 힘든 일도 아니고 공직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업무이다. 또한 민원인은 공직자에게 그 업무와 관련하여 관련 법령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으며, 이는 위에서 말했던 “부탁”과는 다르다. 어찌 보자면 이는 마음의 부담이 개입하지 않는 상호간에 당연한 일이다. 법령이 허락하는 범위 외의 것은 민원인이 어떤 성의를 표시하더라도 공직자가 들어줄 수도, 봐줄 수도 없는 일이다.

행정기관을 방문하며 그 누구도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민원인은 당연한 일을 요구하고 공무원은 그 일을 당연하게 처리하였으면 한다. 준비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운 성의 표시보다는, 서로 간에 오고 가는 친절과 진심을 담은 “감사합니다.” 한마디가 당연한 일을 하는데 유일한 보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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