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투욱”하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였다. 남편이 잡은 손을 힘주어 잡더니 “여보!”, “응”, “언젠가 우리가 생이 다하여 죽게 된다면 한 줌 흙으로 돌아가지 않겠어, 우리도 나중에 화장을 해서 화장한 뼛가루를 우리가 평소 아끼던 나무 곁에 묻는 수목장 형태로 하면 어떻겠어?”라고 제의를 했다.
나는 바로 대답을 회피하며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은데.. 나 죽거든 그냥 화장해서 좋은데 아무데나 뿌려 줘”라고 웃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 한번 태어나 일생을 살다 생을 마감한 다음 한 평 내지 두 평의 땅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온전히 죽은 육신위에 얹어놓고 간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남편의 설명에 의하면 국토가 좁은데도 불구하고 확대되는 묘지 때문에 목초지와 주거지가 훼손되었던 스위스에서 1999년 1월 가장 먼저 수목장을 도입한 이후 각 나라들이 다투어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곁들여서 수목장용 나무는 영생목(永生木)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고 하며, 주로 참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등이 사용되는데 2004년 별세한 김장수 전 고려대 농대 교수의 장례는 평생을 함께한 숲과 나무 곁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수목(樹木葬)장으로 치뤄져 그분이 평소 아꼈다던 50년생 참나무와 함께 숲(고려대학교 연습림)의 일부로 돌아갔다고 하는 일화도 듣게 되었다.
그이와 숲으로 들어가서 숲의 기운을 마음껏 받고 돌아와 다음과 같이 다짐했다.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자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목록을 꼼꼼히 적으면서 죽기 전에 하나 하나씩 실천해 보자고,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다가 만약 생이 다하면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육신이 살 집은 만들지 말고, 나무 곁에 묻혀 숲의 일부가 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