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오현(五賢), 제주에 남긴 자취[影]와 울림[響](완)-‘皇天后土 可表此心(황천후토가표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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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오현(五賢), 제주에 남긴 자취[影]와 울림[響](완)-‘皇天后土 可表此心(황천후토가표차심)’
  • 현행복 (전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장)
  • 승인 2024.01.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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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엮음 ‧ 마명(馬鳴) 현행복(玄行福)/규암(圭庵) 송인수(宋麟壽) 선생의 제주 목사 재임 3개월

제주 역사에서 충암 김정, 규암 송인수, 청음 김상헌, 동계 정온, 우암 송시열 등 오현이 남긴 업적과 흔적은 많지만 이를 집대성해 발표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최근 제주시 소통협력센터는 현천(賢泉) 소학당(小學堂) 인문학 강의를 통해 이들 오현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한학자이자 음악가이기도 한 마명(馬鳴) 현행복 선생이 이를 집대성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발표해 온  것이다.

본지는 현행복 선생으로부터 이번에 발표한 내용을 긴급입수, 이를 전부 연재해 왔다. 오늘로써 모든 연재를 마치게 됐다. 그동안 발로 취재하며 전국을 누벼 온 현행복 선생의 노고에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이 연재물을 통해 제주의 오현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오현은 1520년(중종 15년) 충암 김정 (유배), 1534년(중종 29년) 규암 송인수 (제주목사), 1601년(선조 34년) 청음 김상헌 (제주 안무사), 1614년(광해군 6년) 동계 정온 (유배), 1689년(숙종 15년) 우암 송시열 (유배) 등이다. 오늘 연재는 오현의 마지막 편이다.(편집자주)

 

 

(이어서 계속)

 

7. 나오는 글

《규암문충공송인수연보(圭庵文忠公宋麟壽年譜)》 <명종 2년(1547) 9월 19일>조에 보면, 송인수에게 사사(賜死)의 후명(後命)을 내린 사실과 더불어 왕의 회계(回啓)한 내용이 소개되어 실려 있는데, 금부도사가 사약을 가지고 도착하자 목욕재계해 의관을 갖춘 뒤 최후의 순간을 맞는 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사약을 마시기 전에 종이와 붓을 가져오도록 해서 큰 글씨로 여덟 자를 쓴 게 ‘皇天后土 可表此心(황천후토가표차심)’이다. 이 말을 풀이하면, “천지신명께서 내 마음을 드러내리라!”는 뜻이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문뜩 떠올려진 인물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중국 북송 말기에서 남송 초기에 금(金)나라에 대항해 싸웠던 악비(岳飛, 1103~1142)란 명장(名將)이다.

어느 시대이건 주전파(主戰派)가 있으면 동시에 주화파(主和派)가 있게 마련이다. 당시에 금나라와의 화의(和議)를 도모하는 세력 가운데 진회(秦檜)가 바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금나라에서 화의조건으로 악비 제거를 내걸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악비는 금나라와의 화의를 도모함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드디어 악비를 모함해서 옥에 가두고 그를 두고 간신이라고 치부하면서 아예 죽일 심사로 음모를 꾸며대기 시작했다.

이런 모함에 대해 악비가 웃으며 말한 게 바로 ‘皇天后土 可表此心(황천후토가표차심)’이란 여덟 자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등에 새겨진 ‘진충보국(盡忠報國)’이란 네 글자를 보여주며 무고함을 증명하려 시도해 보기도 한다.

<그림 (33)>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에 실린 충신 악비(岳飛)의 활약상(김홍도 그림)

 

그렇지만 당시 남송 조정은 진회가 전권을 휘두르고 있던 터라 조정의 어떤 관료도 악비의 억울함을 알면서도 그를 변호해주진 못했다.

이때 조정에서 마주친 또 다른 명장 한세충(韓世忠)이 진회의 면전에서 그를 직접 나무라면서 나눈 대화의 내용 가운데 나온 ‘莫須有(막수유)’란 세 글자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게 ‘아마 있을지도 모른다’란 뜻인데, “‘莫須有’란 세 글자로 어찌 천하를 설복할 수 있을까 보냐.”라고 따지고 든 것이다. 그러나 악비는 하옥된 지 두 달 만에 옥사(獄死)하게 된다.

규암(圭庵)이 죽기 전 최후의 유서(遺書)로 남긴 여덟 자의 글, ‘皇天后土 可表此心(황천후토가표차심)’이란 게, 바로 남송의 영웅 악비(岳飛)가 남긴 최후 변론과 일치한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줌은 물론 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게다가 앞서 면암(勉庵) 선생도 제문을 지어 비판했듯이 무고(誣告)의 변으로 내세운 ‘아름다운 꽃은 베어지기 마련이다’란 논리 또한 악비를 죽음으로 내몰기 위해 진회가 내세운 ‘莫須有(막수유)’란 세 글자의 말과 다름없는 황당무계한 궤변의 포장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생각해보면 규암 선생이 제주에 체류했던 기간이 짧았기에 제주인에게 영향을 준 게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란 섣부른 예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규암 선생이 걸어왔던 길을 응시할 필요가 있다. 규암 선생이 맡은 주요 보직이란 게 주로 일국의 언로(言路)를 책임지는 사간원 정언(司諫院正言) ‧ 대사헌(大司憲) 등의 언관(言官)의 직책이었음을 상기해 염두를 둘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평생 부정한 세력과 결연히 맞서면서 공명정대한 세상을 만들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던 규암이란 인물의 삶의 궤적은 오래도록 우리를 감동케 한다.

이게 바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이끄는 오현 선현들이 남긴 모범적 정신의 소산임을 새삼 깨달아 이를 더욱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이다. <끝>

현행복 (전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장)

 

 

※ ‘제주 오현(五賢)이 남긴 자취 …’ 그 연재를 마치며

- 마명(馬鳴) 현행복(玄行福)

“제주 땅에 뿌려진 오현의 자취[影]와 울림[響]을 찾는 여정이 참으로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본래 한 달에 한 번꼴로 오현의 한 인물씩 선정해 이들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특강을 행한 후 다시 그 원고의 내용을 추스른 뒤에 <제주환경일보>에 처음 연재를 시작했던 게 지난 몇 달 전의 일이었다. 그 후 석 달 남짓이나 되는 동안 총 36회에 걸쳐 연재 시리즈를 마련해 이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까지 오현 유적지라고 하면 귤림서원이 위치한 오현단을 중심으로 제주에 남아있는 적거(謫居) 유허비(遺墟碑) 소개 정도에 머물렀기에 다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마침 충암 서거 500주년 추모행사(*2021년 12월 3일)에 참석차 대전을 방문한 이후, 개별적으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오현 인물의 대표 유적지 답사를 벌이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천에 옮겨왔다.

그 대상을 오현 인물들의 생가터나 묘소, 혹은 배향된 서당 등으로 한정해 사전에 지리정보를 마련한 후 크게 3개 지역권으로 나눠 선정했다. 곧 서울 ‧ 경기 지역, 그리고 대전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지역, 또한 안동과 거창을 연계한 경상지역이 그것이다.

현행복 선생의 열강하는 모습
현행복 선생의 열강하는 모습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들 오현 유적을 찾아가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만은 아니다. 예컨대 청음 김상헌 선생 관련 유적지만 하더라도, 그의 생가터는 서울 궁정동에 있는 옛 안기부의 터에, 묘소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본가이면서 은거지는 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재 학가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은, 이들 유적지를 찾아갈 때면 매번 반갑게 맞아주었던 인사들과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뤄졌던 일이다.

특히 대전의 충암 사당을 찾아갔을 때 따뜻하게 대접해 준 충암공 17대 종손인 김응일(金應一) 님, 거창의 동계 고택을 방문했을 때 친절하게 안내해 준 동계 선생 15대 종손인 정완수(鄭完秀) 님, 안동시 학가산 아래에 있는 목석거를 찾았을 때 반가이 맞아준 청음 선생 후손인 김모현(金模顯) 님, 규암 선생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흔쾌히 제공해 준 은진송씨 종중의 송성호(宋聖鎬) 님 등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나그네의 무거운 발걸음의 부담을 덜어준 송관백(宋官帛) 후배는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흔쾌히 시간을 내어 길 안내를 자청해주어 그 갸륵한 정성을 특별히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도 제주 오현의 남긴 자취[影]와 울림[響]을 찾는 여정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께 고마운 인사를 올리며,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연재해 준 <제주환경일보>에 감사드린다.

 

마지막 강의에서 포즈를 취한 회원들
현천(賢泉) 소학당(小學堂)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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