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건소에서 방문건강관리 사업을 맡게 됐을 때 방문건강관리 사업의 비전은 건강형평성 제고라 하였다. 건강형평성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형평성 있게 건강이 지켜지는 것” 정도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문건강관리 사업을 하면서 건강형평성 이라는 건 그 이상의 뜻이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보건소방문건강관리 사업은 취약계층의 건강수명 연장과 건강형평성 제고를 목표로 2007년 전국 253개 보건소 2,000여명의 전문이력이 ‘찾아가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전략으로 시작하여 올해 6년째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취약계층 건강관리 사업이다.
방문이란 말 그대로 가가 호호 직접 집으로 방문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건강관리 서비스란 금연, 절주, 식이,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평가, 교육, 상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내가 속해 있는 보건소는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으로 5명의 방문간호사가 약2,040 가구 취약계층을 방문하여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 종일 혼자 밭일을 하고, 해녀 일을 하는 제주 여성이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나트륨 섭취가 건강에 해롭다고 신문 방송에서 연일 나오지만 홀로 사시는 어르신은 라면 한 봉지 또는 김치에 밥이 한 끼 식사이다. 이 대상자분들에게 식단에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간호사는 폭염 때나 혹한 때나 어김없이 내 지역 취약계층을 찾아 간다. 방문간호차량으로 대상자 집을 찾을 때 거리에서 만난 어르신은 차량만 보고도 방문간호사임을 알아보고 ‘아이고 우리 손주로구나’ 라며 인사 해주신다.
어르신! 하고 문을 두들이면 ‘아이고 나가 영 허난 살아졈쭈’라며 함박 웃음으로 맞이해주신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시고 음식은 싱겁게 드시고 금연하시고... ” 날마다 반복적인 이야기를 하고 돌아서면서 씁쓸함을 많이 느낀다. 일상적 삶이 지켜지지 않는 취약계층에게 건강이라는 것은 현실이 아닌 이상이 되어 버린다.
건강생활 실천에서 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은 단순히 의지의 차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의 차이 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처한 일상적인 삶의 조건들이 불평등하기 때문이라는 걸 여실히 느낀다.
삶의 조건이 나아졌을 때 건강한 삶 또한 지켜지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방문간호사는 오늘도 취약계층을 찾아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상에 바쁜 가족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지금 당장 건강행태 변화는 힘들지만, 날마다 건강행태 변화에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는 그 소중한 노력이 모여 한 사람의 건강행태가 변화 됐을 때 그 가치를 그려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모여 모든 이의 건강 기본권이 지켜지는 건강한 사회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