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와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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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와 건강
  • 김종덕
  • 승인 2013.10.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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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에게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 그래서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한다. 이처럼 건강이 중요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건강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개인적 요인 보다 사회적 요인이 더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가 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생계의 책임을 개인이 질 수밖에 없고, 그러한 가운데 끊임없이 경쟁하고 일을 오래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OECD 국가중에서 가장 많이 일을 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보다 높은 비율의 과로사, 40대 사망률 세계 1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오랜 병고를 치른 후 일생을 마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년에 건강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의료비 지출의 지속적 증대를 가져와 국가 재정에 어려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건강이 소중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어떤 사람들은 운동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는다. 또 일부 사람들은 보약이나 영양제 등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자 한다. 이중에서 어떤 방식이 최선이라고 말 할 수 없다. 사람마다 또 그가 처한 조건에 따라 건강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슬로푸드와 건강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슬로푸드는 자연의 리듬에 따라 생산된 음식재료로 만들은 것이다. 사철과일이 아니라 제철과일을 지칭한다. 또 글로벌푸드가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로 만든 것이다.

사람의 몸이 유기체이기 때문에 자연의 리듬에 따라 생산된 재료로 만든 슬로푸드가 더 잘 맞고 더 좋다. 또 신토불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근지역에서 안전하게 생산된 농산물이 그렇지 않은 농산물보다 몸에 더 좋다. 또 슬로푸드에는 성장호르몬이나 항생제 등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슬로푸드는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대량생산된 것이 아니라 만든 이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다. 즉 음식을 만든이가 먹는 사람을 배려하면서 만든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정성과 배려가 들어간 음식은 보약 그 자체이다.

슬로푸드는 생산자와 생산과정이 알려져 있는 음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이 경우에 생산자는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가운데 음식재료를 생산하기 때문에, 이러한 재료로 만든 음식은 정체불명의 식재료로 만든 인스턴트나 즉석식품과 달리 사람의 몸에 좋고, 건강에 이롭다.

대부분의 슬로푸드는 시간과 자연이 빚어낸 발효식품이다. 청국장이나 김치, 간장, 된장과 같은 발효식품에는 원래의 식재료에는 없으나 발효과정에서 생긴 사람의 건강에 이로운 많은 미생물과 효소를 가지고 있다. 장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발효식품을 매일 섭취하고 있다.

슬로푸드는 느린 식사를 의미한다. 슬로푸드운동에서는 2시간 점심시간 갖기를 권장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급하게 먹을 경우 몸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몸에 탈이 날 수 있다. 반면에 느린 식사는 소화를 돕고, 음식에 있는 영양분이 몸속에 잘 흡수되도록 함으로써 건강에 보탬이 된다.

슬로푸드운동은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데, 슬로 라이프 또한 건강에 이롭게 작용한다. 속도에 매달려 자신을 돌볼 틈도 없이 무리한 생활을 하는 경우 몸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자연과 몸의 리듬에 맞게, 즉 기계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의 속도로 생활한다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24절기에서 볼 수 있듯이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의 흐름과 리듬을 중시하는 생활을 해왔다. 경제적으로 궁핍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유있는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확산과 짧은 기간에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빨리 빨리를 추구하는 사회가 되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처음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라고 할 정도로 빨리 빨리가 일상생활에 자리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인 슬로라이프가 사라졌다. 또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슬로푸드도 멀리하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의 젊은이들은 고추장 보다 케첩을 더 좋아하고 집에서 어머니가 만든 음식보다 햄버거, 피자 등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이 서구 음식을 선호하면서 신체적 발육은 커졌지만, 체력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슬로푸드와 슬로라이프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실제의 생활에서 슬로푸드만 먹고, 슬로라이프 방식으로 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보면 슬로푸드가 아닌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이미 속도에 익숙해 있음으로서 빨리 빨리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슬로푸드를 먹고, 슬로라이프 방식대로 살아 건강을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슬로푸드를 선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슬로푸드를 생산하고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외면할 경우 슬로푸드의 생산과 공급이 계속 이루어질 수 없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능동적 역할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슬로푸드의 공동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속도전쟁에서 벗어나 천천히 자연의 리듬에 따라 사는 것도 개인의 노력이 요구된다.

지금 거의 보편화 되어 가고 있는 하루 8시간 근무, 주 5일제 근무도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의도적으로 천천히 살려고 노력하고, 사회제도를 그렇게 만들어 가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슬로라이프 방식이 우리의 생활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빨리 빨리에 익숙하여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사는 것도 전투하듯이 살아 왔고, 음식의 질 등을 고려하지 않는 가운데 빨리 먹어왔다. 그렇게 하면서 많은 것을 성취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이제 문제의 먹을거리, 빠른 식사, 그리고 속도에 기반을 경쟁적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아무 음식이나 먹지 말고 슬로푸드를 먹도록 하자. 슬로푸드가 없다면 슬로푸드가 더 많이 생산되고 공급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식사도 대충할 것이 아니라 격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먹을 수 있다. 또 기계의 속도가 아니라 자신의 실정에 맞게 살려고 해야 한다. 속도추구의 끝은 우리에게 성취보다는 스트레스와 낙오에 기인한 좌절감을 낳는다.

슬로푸드를 먹고, 여유를 가진 슬로라이프를 실천할수록 우리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사는 사회 또한 보다 서로 상생하면서 살게 된다. 이것은 슬로푸드운동이 우리에게 주는 약속이다. 좀 늦었지만, 슬로푸드를 통해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고, 슬로라이프를 통해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종덕 교수는


   
▲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객원교수로 재직하는 중에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글과 강의, 인터뷰 등의 활동으로 우리나라에 슬로푸드 운동을 알리고 있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슬로푸드 운동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한국슬로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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