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을엔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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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엔 보물찾기
  • 홍기확
  • 승인 2013.11.02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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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동홍동주민센터 홍기확(수필가)

서귀포시 동홍동주민센터 홍기확(수필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항상 책을 주워오셨다.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하셨는데, 페달이 밟히는 눈높이의 버려진 책들은 모두 집으로 가져오셨다. 아버지의 보물찾기였다. 책이 귀하던 시절,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그렇게 책들을 만났다.

성인이 되서도 책 읽는 습관은 변한 것은 없다. 가까운 도서관에 가는 것이 가장 즐겁다. 책장의 책들을 들춰보며 사색하다 얻는 영감들,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고 옆구리에 끼울 때 느끼는 거만함은 쏠쏠한 휴식을 안겨준다.

안대회의 『부족해도 넉넉하다』를 뒤적거린다. 정약용이 제자 황상에게 준 편지글의 원문을 본다. 책의 한 귀퉁이에 누군가 연필을 이용해 원문을 행서(行書)체로 쓴 습작이 보인다. 서예를 오랫동안 배웠지만 나는 이 사람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듯싶다. 그래서 깨닫는다. 세상엔 고수(高手)가 많구나!

박숙자의 『속물교양의 탄생』을 읽는다. 이런! 파랑새를 찾아다녔던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틸틸”과 “미틸”의 일본식 발음이라니! 왠지 억울하고 그 동안 속았다는 느낌이다.

보물이 널린 시대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 불리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간편한 정보들을 빠르게 확산시킨다. 하지만 왜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책에서 이러한 디지털 종속을 경계하고 있을까?

널린 보물도 찾아야 내 것이다. 책을 읽다 가슴이 막히는 구절에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것, 그러다 기어코 감동을 추출하는 것, 진정한 보물찾기를 시작해야 한다.

해봐야 안다. 게다가 독서의 계절, 가을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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