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문제... 생활기준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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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시문제... 생활기준이 해법이다.
  • 김희훈
  • 승인 2014.02.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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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훈 서귀포시청 도시개발담당

김희훈 서귀포시청 도시개발담당
생활민원이 많은 도시건축부서는 우(雨)요일이면 하루 종일 민원인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민원 사항들은 개발행위허가, 도로개설에 따른 보상 문제, 건축허가 등 민원인들이 쉽게 포기하거나 양보하려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건물 신축에 따른 주차대수를 줄이려는 민원인들의 집착은 더 집요하다. 토지이용의 극대화를 위한 토지주의 당연한 요구이겠지만 법의 기준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는 집을 지을 때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하지만 거실, 부엌, 화장실 등 집안구조는 건축주가 생활기준에 맞춰 배치한다. 같이 살아갈 가족들의 편의성 때문이다. 그러나 주차장만큼은 지독하리만치 법적기준을 고수하려 애쓴다.

두 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법적기준이 한 대이면 1면의 주차장만을, 그것도 이용하기 불편한 구석진 곳에 주차선을 그려놓아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은 한 대의 자동차는 도로에 주차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법대로 했으니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결국에는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회문제를 생성하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일본의 작은 도시, 카시마시에 파견 근무 갔을 때의 경험이다. 집 앞에 마련된 자기 차고지와 상가 건물마다 여유 있게 마련된 주차 공간으로 도심에서 주차로 인한 문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해법은 자동차를 매입할 때 자기 차고지를 갖춰야 하는 법적 기준과 건축주가 필요에 따라 건축물 주차장을 확보하는 생활기준의 조화였다. 우리와 사뭇 다른 부분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주차대수를 줄이고 건축면적을 늘리려 한다. 이에 반해 카시마시에서는 법적기준이 없는데도 건축주가 필요에 따라 주차장을 확보한다. 주차장은 건물임대를 위한 필수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상가마다 비어있는 주차장이 많아 오히려 도시가 삭막한 느낌마저 든다.

이러한 일본인들이 여유 있는 생활 문화도 처음은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생활의 불편은 생활기준으로 풀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국가의 강제력이 수반되는 법적기준으로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법적 기준은 최소한의 기준이다. 여기에 생활기준을 접목시키자. 손해 볼 것 같지만 결국은 나를 위하고, 남을 위하는 일이다. 편하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질서의 싹이 조금씩 발아할 것이다.


습관은 일상의 반복에서 오고, 문화는 습관의 귀결이다. 나부터 시작해보자. 도시의 문제는 스스로 정한 생활기준이 해법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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