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늦가을의 정취 물씬 풍기네
학습관 앞 잔디마당이 이른 아침부터 들썩입니다.
주차장 확장 공사가 시작 되었군요.
며칠 안 본 새 어떻게 변했나 한 바퀴 둘러보러 나섰습니다.
양치식물원으로 들어서면서 위쪽을 바라보니 소나무숲 너머
노랗게 물든 나무들이 보이네요. 어릴 적 동네 가까운 야산에서 많이 보던
익숙한 풍경입니다. 땔나무하러 갔다가 단풍 구경하느라 해저무는 줄 모르다
허둥댔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웃어봅니다.
이나무숲이 훤해졌네요.
언제보아도 시원스런 이나무들.
바닥에는 큼지막한 잎들이 나뒹굴고 있군요.
길 건너편 수련지 뒤쪽엔 구불구불한 수형이 멋진 담팔수나무들이
발치에 붉은 잎들을 얇은 이불처럼 깔아놓았군요.
담팔수나무는 상록수인데도 잎이 꽤 많이 떨어졌네요.
보통 상록수들은 새잎이 돋기 전이나 꽃피기 바로 전에 낙엽이 많이 지던데,
변화가 심한 날씨에다 낮밤 기온차가 커서 살기가 힘든 건지,
자리잡은 곳이 동산인데다 연못 근처인지라 추워서 그러는 건지...아무튼
그런 담팔수나무 그늘에서 숨죽인 듯 살고 있는 비쭈기나무에
반들반들 빛나는 까만 열매들이 눈에 띄네요.
새 한 마리가 휘릭 날아와서 산딸나무에 착 붙습니다.
오호~큰오색딱따구리네요. 잎이 많이 지니 새 보기가 훨 쉬워지는군요.
어르신 한 분이 커다란 무환자나무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웬 일일까요??? 물음표를 늘이며 바라보고 있는데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려
활처럼 몸을 뒤로젖힙니다. 아~ 운동 중이셨군요.
지나가는 사람들에 아랑곳 않고 한참동안을 저러시네요.
수많은 나무들 중에서 무환자나무 앞에서 저러시는 것은
긴 호흡에 어떤 간절한 기원을 담은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따라 무환자나무님이 더욱 멋진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짙푸른 향나무 너머에 노란 단풍이 빛을 발하네요.
그 노오란 빛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정말 온몸이 노랗게 물드는 것 같네요.
노랑병아리처럼 기분이 발랄해지네요.
붉은 단풍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주변은 온통 노란 잎들로 출렁입니다.
하지만 어디서나 예외란 있는 법
화목원 입구에다 애기동백이 붉은 꽃잎을 가득 깔아 놓았네요.
노랑단풍 일색인 주변을 단풍 대신 꽃을 떨궈
독특하고 유별난 풍경이 되었네요.
한 바퀴 돌고나니 머지않아 추위가 닥칠 것 같군요.
신령스런 무환자나무로 되돌아와 저도 기원 한 마디 올려볼까요.
'올 겨울도 건강하게 잘 나게 해 주십시오!'
(글 사진 한라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