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매일 비가 와도 시간은 계속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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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수목원)매일 비가 와도 시간은 계속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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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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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수목원

 

 
 

매일 비가 와도 시간은 계속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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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내리던 비가 그쳤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밖으로 나오니 새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리는군요.

오랜만에 보는 귀여운 박새들이 여기저기서 기웃거리는데 참 빠르기도 하지

박새를 좇아 걸음을 옮기다 참나무숲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어, 숲바닥이 이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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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두꺼운 참나무들은 갈색으로, 보다 얇은 자작나무과 나무들은 황색으로 물들어서

​​숲바닥에 색깔의 경계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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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어 낙엽 색깔이 선명해지면서 그 차이가 더 뚜렷해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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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니, 숲천정은

낙엽참나무와 상록참나무의 옅고 짙은 초록의 대비 가 선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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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처럼 나타난 노루 두 마리가 이리 저리 옮겨가며 아침을 먹다가

결국 멀리 달아납니다. 갑자기 밀려든 방문객들의 시선이 몹기 부담스러웠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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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자리를 옮겨 교목원 위쪽으로 갔습니다.

굴거리나무 아래 빨개진 죽절초 열매들이 시선을 잡아끄네요.

엊그제 우산 속에서 보았을 때보다 색깔이 더 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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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한 숲 속에서 누군가 슬며시 날아오르길래 눈으로 따라가 보았더니

앗, 이게 누구인가요? 흰배지빠귀로군요.

​​며칠 전부터 소리로만 들었는데 오늘 결국 만나는군요.

반갑고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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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소리를 좇아 고개를 돌리니 키 큰 나무 위에 밀화부리도 두 마리 보입니다.

어쩐지 직박구리들이 좀 설친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기분좋은 야단법석이네요^^

지난 겨울 밀화부리떼가 자주 모이던 곳에는 잎을 다 떨어뜨린 참죽나무가

열매도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네요.

꽃 피는 걸 보지 못했는데 아예 꽃이 피지 않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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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죽나무를 생각하며 올라가다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어머나, 이건 또 웬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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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서 앞을 바라보니 꽃보다도 아름다운 화사한 단풍길이 펼쳐졌네요.

여름에 사람주나무처럼 강아지꼬리같은 노란 꽃대를 올리던 오구나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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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잎에는 단풍이 들고, 열매는 검게 익어가는군요.

삭과 열매가 검게 익어 벌어진 모양을 두고

검을 오자를 써서 오구라 했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납니다.

새잎 돋는 모습이 가마귀부리를 닮았다고 오구라고도 한다지요.

약재로도 쓰여서 저 검은 열매를 한약명으로 오구자라 하고 잎을 오구엽이라 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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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에는 아직 덜 익은 푸른 열매들이 맺혀 있는데 ​

열매 모양도 사람주나무와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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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는 교목원 입구에서 낙엽을 들추고 있는 흰배지빠귀를 만났습니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반갑다, 이쁜아!

혹시 광이오름 기슭에는 호랑지빠귀가 와 있지 않을까요?

 


 

 

(글 사진 한라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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