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도항선 무슨 일 있나..”‘녹음’ 과민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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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도항선 무슨 일 있나..”‘녹음’ 과민반응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6.07.21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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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선장 등 취재녹음파일 강제 삭제..기자신분까지 확인

▲ 우도도항선에 무슨 일 있나..

 

21일 우도로 가는 뱃길 성산포항은 그야 말로 대만원이었다.

오전에 성산포항에 도착했지만 이미 입구부터 우도로 들어가려는 관광객들을 태운 자동차들로 주차장과 도로는 이미 만원..

겨우 표를 끊고 긴 줄을 서서 배에 올라 2층으로 올라가니 선장실이 있기에 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선장실  안으로 들어가 선장에게 몇가지 질문을 시작했다.

이왕 나선 길이니 도항에 대한 분위기나 물어보자는 심산이었다.

이 도항선 선장은 “올해 58세로 자신은 우도출신이 아니고 큰 배를 타다 온 사람”이라며 나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도항선은 3개 회사에 모두 8척이 다니는데 외항선 출신은 딱 2명 뿐이고 나머지 선장들은 우도에서 모두  어선을 타던 사람들이 몰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루에 몇 번이나 왕복하느냐”고 물으니 “16번을 왕복한다”며 매우 힘들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동안 있었던 3개 회사의 도항선 문제는 이제 다 해결됐느냐”고 물었고 “뭐 자기네들만 먹고 살려고 하는 문제가 아니었겠느냐”며 “모두 다 우도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제 문제는 없다”고 대답했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좋은 일은 무엇이냐”고 묻자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50분까지 하루종일 배를 몰아야 하는데 좋은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취재를 하려면 태풍 부는 날 한번 와서 직접 배를 타 보고 취재를 해보라”는 권유까지 했다.

“그렇다면 바람이 세게 부는 날도 운항하느냐”고 묻자 “어떡하느냐..회사에서 나가라면 나가야지..”하며 고된 일과와 함께 안전운항에 대해 회사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투의 얘기로 마무리됐다.

▲ 취재녹음에 과민반응을 보였던 선장..기자의 취재파일을 직원을 모두 불러 강제로 삭제시켰다

일종의 일반적인 취재였고 선장은 포즈까지 잡고 사진까지 찍으며 취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터였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 한번 와야겠네요..”하며 핸드폰의 녹음파일을 정지시키는 순간, 이 선장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

갑자기 기자의 전화기를 뺐더니 “불법녹음”이라며 “빨리 지우라..”고 요구했다.

“일반적인 취재인데 왜 그러냐”고 묻자 갑자기 무전기를 들고 직원들을 호출하며 내게 “불법취재”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여긴 선장실이야.. 당신 불법녹음이야..경찰에 고발하겠다..”는 둥 별 소리를 다하더니 직원들 3명이 한꺼번에 나타나자 “불법녹음했다”며 “빨리 지우도록 하라”고 소리쳤다.

기자는 “알았다..중요한 내용이 아니니 지우겠다..”고 말하고 직원 4명 앞에서 취재녹음된 파일을 지웠다.

그리고 말했다.

“취재할 때는 내용을 잊어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녹음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한 직원은 “기자가 맞느냐..”며 신분확인까지 요구했다.

기자는 명함을 주고 신분을 확인시켰고 그 직원은 그제서야 명함을 돌려주었다.

물론 아무런 사과 한마디 없이 그들은 돌아서 자기 자리로 갔다.

직원 4명이 협박하듯 기자의 취재 녹음파일을 지우게 한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도를 취재하는 동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혹시 세월호처럼 태풍이 와도 배를 띄우라는 선사의 안전불감증 문제를 걱정한 것인지, 선원들의 과로로 인한 안전사고를 걱정한 것인지, 다른 선장들의 운항실력에 대한 경력문제 지적을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리한 운항으로 인한 해난 사고 우려를 걱정하는 것인지..이해가 안되는 일이었다.

우도는 입구도 만원이었고 우도안도 관광객들로 대만원이었고 자전거 오토바이 버스 관광버스 마을버스 관광객이 타고 온 자동차 등이 뒤엉켜 정신없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우도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 상황이, 기자의 취재조차 불법으로 몰아가야 하는 이 현실이, 과연 우도가 정당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기자는 우도를 취재하는 동안 내내..
“이건 우도의 참모습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행복해야 할 곳이, 그곳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사람들에겐 고역이 되고 고통이 되고 있는 이 현실을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우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분명히 말했다.

"우도는 지금 장사치들만 사는 곳 같아요.."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우도를 나을 때도 또 같은 배를 타고 나왔지만 기자는 선장실에는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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