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구그네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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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구그네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1.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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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37.4m 비고: 47m 둘레: 792m 면적: 38,935㎡ 형태: 원추형

 

구그네오름

 

별칭: 가시네오름. 설레오름. 기시네. 그시네

위치: 조천읍 와흘리 957번지

표고: 237.4m 비고: 47m 둘레: 792m 면적: 38,935㎡ 형태: 원추형 난이도: ☆☆

 

 


아리따운 처녀의 가슴을 그리면서 둘러본다면...


구그네라 함은 고무래를 뜻하는 다른 표현이며 이는 논이나 밭의 흙을 고르거나, 씨를 뿌린 뒤 흙을 덮을 때 또는 곡식을 모으거나 펴는 데 쓰는 연장을 말한다.

즉 산 체의 모양새가 마치 구그네처럼 생겼다 하여 붙은 명칭이라 할 수 있다. 또는 설레(써레. 서레의 제주방언. 갈아놓은 논바닥의 흙덩이를 부수거나 판판하게 고르는데 쓰는 연장)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농기구의 생김새와 관련한 명칭의 유래로 알려져 있다.

등성을 중심으로 기슭과 주변에 변화가 이뤄진 지금으로서는 그 모습을 그려보기 힘들지만 옛 조상들의 번뜩이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와 다른 맥락으로는 가시네(내)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아리따운 처녀의 젖가슴 같다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외형상 어울리지는 않지만 차라리 그런 느낌을 지니고 만나는 것이 어울릴 법도하다.구그네오름이 빛나는 것은 주변의 환경이 한몫을 하는 때문이다.

구그네 자체의 규모나 산 체의 원형만을 생각한다면 보잘 것 없으나 근거리에 높은 산이나 숲이 없어 전망이 좋은 편이다.

허리 아래로는 광활한 초지가 펼쳐져 있고 마소들의 방목장이 들어서 있어 여유롭고 평화스러운 풍경을 느낄 수가 있다. 큰 경사가 없고 정상까지의 거리가 짧아서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와흘리 소재이며 이 마을의 중심을 이룬 산 체이기도 하다. 번영로를 기준으로 할 때 와흘리 마을 쪽으로 가다가 소로를 따라가면 선영목장을 만나게 되며 이곳에서 진입을 하면 된다.

이 오름이 있는 마을인 와흘(臥屹)은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의 형세가 마치 사람이 편안하게 누운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름 주변으로는 목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사유지를 포함하는 일대는 더러 변화가 이뤄졌지만 자연미를 잃지는 않았다.

드넓은 초지를 중심으로 하는 일대는 마소들의 터전이 되었으며 오름과 목장이 하나가 된 채 어우러진 풍경은 너무 아름답다.

47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낮은 산 체로 여겨지지만 막상 오르고 나면 반전이 이뤄진다. 주변 일대의 목장과 농지를 비롯하여 사방으로 열린 공간을 따라 한라산과 해안까지 풍경이 펼쳐지며 초지와 농경지 등도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철탑이 있고 삼각점 표시를 해놨으며 오름 기슭과 아래에는 일부 묘들이 있어 망자들의 넋을 달래주는 장소가 되었다.구태여 계절을 논할 오름은 아니지만 푸름으로 색칠이 되는 시기에 찾는다면 마소들이 풀을 뜯는 모습과 전원의 평화로움도 함께 느낄 수가 있어서 덧셈의 효과가 있다.

 

 

-구그네 탐방기

 

-오름을 중심으로 넓은 초원을 이룬 목장은 여름을 앞두고 푸르게 변하여 풍경의 있는 그림을 보여줬다. 불과 며칠 전에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망아지를 포함하여 몽생이 가족들이 한가롭고 여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사유지인지라 방목 중인 때문에 철문이 닫혀있어 옆 공간을 통해서 들어갔다. 다소 떨어진 곳에 다소곳이 누워있는 산 체와 주변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평화로움 마저 느끼게 했다.

어느 방향에서 봤길래 처녀의 가슴을 운운하며 가시네오름이라 했는지 이해를 하려고 한동안 그림을 그렸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행여 하는 엉큼한 생각으로 좌우를 살피며 기웃거렸지만 위대한 착각으로 끝났다.

세월이 흐르고 변화가 이뤄진 만큼 지금으로서는 넉넉하고 풍요로운 초지를 받든 산 체에 불과하는 생각으로 정리를 했다.정상까지 가는 과정은 이렇다 할 경사도 없고 거친 숲이 없어서 비교적 편안한 편이다.

느리게... 가능한 천천히 가까운 곳을 우선으로 먼 곳까지 눈을 돌렸지만 흐린 날씨인데다 구름층이 낮게 깔려서 풍경 자체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맑은 날이었라면 북쪽 해안을 비롯하여 사방을 전망할 수 있지만 근거리의 일부만 파악이 되어 아쉬움이 컸다. 더욱이 주변에 큰 산이나 숲이 없는 때문에 전망의 요지라 할 수 있거늘 하필 찾은 날의 날씨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자연미가 흐르는 곳이기에 애써 주변을 살피며 탐방의 묘미를 살리려 했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허접하고 볼품이 없는 산체 같지만 정상에 오르면 반전이 되는 오름이다.

제주의 중산간과 오름 주변은 변화와 발전이 이뤄지고 도로와 골프장을 비롯한 여러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구그네의 일대는 초지와 들판으로 이뤄졌기에 변화의 정도가 얄밉지가 않았다.

옛 마을 지명과 관련해서 유래하는 내용을 떠올리면서 근거리의 모습을 살피니 그럴듯하다. 한라산 기슭에서부터 이어지는 완만한 산맥이 바다로 향하는 모습이 마치 사람이 편안하게 누운 모습이라고 하여, 이 지역 마을 이름을 와흘리 또는 눌(누운)흘리라고 하였다.

건너편 능선에 도착을 하니 보리밭이 보이는데 그 면적이 대단했다.누렇게 퇴색이 되어 수확을 기다리는 보리와 건초지가 합세를 하여 볼품을 제공해줬다.

구그네의 옆구리는 심하게 파헤쳐 진 상태이다. 단순히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흔적 치고는 너무 ​골이 깊었다. 일부 지역은 아예 작업용 트랙터 등이 다니는 길로 변해 있었다.

사유지이면서 목장으로 활용을 하는 이상 자연 그대로 놔둘 일은 만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허리 일부를 빼앗긴 채 묵묵히 버티는 가시네의 심정은 얼마나 아플까.총각이 지나간 자욱이라 여기면서 그래도 기꺼이 파헤친 상처를 안고 지내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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