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구두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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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구두리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2.0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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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17m 비고: 117m 둘레: 2,470m 면적: 451.437㎡ 형태: 말굽형

 

구두리오름

 

별칭: 구두악(拘頭岳). 구미악(拘尾岳)

위치: 표선면 가시리 산 158-2번지

표고: 517m 비고: 117m 둘레: 2,470m 면적: 451.437㎡ 형태: 말굽형 난이도: ☆☆☆

 

 

 

개의 머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울창한 숲과 계곡이...

 

이 오름과 관련해서는 여러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확실성에 근접한 내용은 산 체의 모양새가 개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 우선한다.

이를 대역한 한자는 구두악(拘頭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으며 구미악(拘尾岳)이라고도 하나 잘 쓰지는 않는 편이다.

조천읍과 표선읍의 경계에 위치하였으며 남조로변을 통하여 진입을 할 수가 있고, 제주 경주마 육성목장 옆으로도 진입이 가능하다.

산 체의 특징은 남과 북으로 이어지는 두 봉우리가 등성을 따라 맞닿아 이어지고 굼부리가 있다. 울창한 숲으로 가려져 이렇다 할 전망은 떨어지지만 구두리만의 매력과 특징은 충분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동향(東向. 북동쪽)의 굼부리 안은 천연의 계곡이 있으며 방대한 규모를 이루고 있는 모습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자연 경관은 이 오름 탐방의 백미이기도 하다. 자연미와 더불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울창한 자연림들이 주변을 메우고 있으며 곳곳에 거대한 바위체들이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데 이른바 수직폭포라고 부르는 거대한 기암도 만날 수가 있다.

 

등성이나 정상부를 둘러 수림이 울창한 때문에 대부분의 외부가 가려졌지만 기슭과 사면에 걸쳐 빽빽하게 자리 잡은 잡목들이 있어 산세의 허전함을 달랠 수가 있다.

이들 자연림들은 조림사업 당시 심어진 삼나무 등과 어우러진 채 오름 탐방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준다.구두리가 있는 주변은 오름들이 즐비하게 어우러져 있다.

남조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으로는 붉은오름이 자리하고 구두리를 시작으로 가문이와 쳇망오름이 있으며 조금 더 떨어진 곳에는 여문영아리와 물영아리가 위치하고 있어 이들을 연계하는 탐방도 노려볼만하다.

남조로가 생기기 이전에는 지금의 제주 경주마 육성목장의 안쪽을 통하여 진입을 하였으나, 근래 들어서는 가문이오름 사이로 난 소로를 통하여 정비가 된 탐방로를 이용할 수가 있다.

수백 개의 오름이 산재한 제주에서 구두리는 비교적 인기가 떨어지는 편이다. 고고한데 처한 산 체이면서도 규모와 특징이 잘 드러나지만 어쩐지 찾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설움에 겹도록 외면당해야 할 이유는 없는 곳이다. 탐방만을 놓고서 볼 때 굼부리와 계곡이 있는 오름을 찾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이제쯤은 텃세를 부려도 좋을 법하다.

또한 여느 오름에 비하여 인위적인 흔적들보다는 자연적인 요소와 환경이 잘 드러나는 산 체임이 확실하다. 지나친 양념을 추가하지 않은 순수함의 매력이 느껴지는 곳이라고나 할까.

탐방로 레시피에 흔하게 첨가가 되는 타이어매트조차 이곳에서는 만날 수가 없다. 이를 대신하여 바닥은 수북이 쌓인 낙엽이 대신 길을 열어준다.

키가 작고 낮은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채 지나는 양쪽을 사열하듯 힘찬 전진을 응원해주며 숙대낭(삼나무)밭을 지날 때는 떨어진 이파리가 푹신함으로 자연의 촉감을 더한층 돋우어 준다.

이만큼의 넉넉함이 깔린 자연의 세상을 가는데 무슨 불평이 더 필요하겠는가. 길이 열린 곳은 순수와 그대로의 자리가 더 매력이 묻어나는 법.

구두리는 결코 외면당해야 할 이유가 없는 진정한 자연의 조건을 갖춘 탐방지이다.

어차피 오름을 두고서 비교 평가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착각이겠지만 구두리 또한 나름대로의 매력과 깊고 그윽한 맛이 풍기는 곳이다.

 

 

 

 -구두리 탐방기

 

-과거 남조로가 생기기 이전에는 제주 경주마 육성목장 옆을 초입으로 하였으나 지금은 가문이(오름)를 사이에 두고 진입로가 잘 정비가 되어 있다.

소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내문이 있으며 오름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인위적인 그 아무런 것도 만날 수 없는 숲을 향하여 전진을 했다.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깔리지 않았지만 일부 오르미들이 다닌 흔적과 어쩌다 만나는 리본이나 끈이 도움을 줬다.

자연 미가 넘쳐나는 숲을 따라 들어가는 동안은 일체의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완성이 된 레시피처럼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표현을 할까. 아니면 자연의 맛이 넘쳐나며 순수와 생태의 내면이 살아 있는 장소라고나 할까.

오름 능선을 타기 전에 내창이 나왔다. 건천의 작은 계곡으로서 집중호우가 이어질 때의 모습을 그려보기에도 충분했다. 주변에는 이끼류와 함께 잡목들이 식생하고 있어서 느린 진행을 핑계로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여유를 부렸다.

계곡을 건너서 다시 숙대낭(삼나무) 밭을 만났다. 거침없이 하늘로 쭉쭉 뻗어 오른 나무들이 잠시 고개 운동을 요구하기에 기꺼이 따라했더니 마음의 눈까지 열렸고 그 속으로 피톤치드의 강한 움직임들이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음이온 공장의 가동 소리가 요란하게 환청으로 이어졌다. 환경의 변화가 이뤄지더니 이번에는 조릿대 군락이 이어지면서 지나는 동안에 바지 깃에 닫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사락 사락...

경사도가 없이 이어지는 자연 속 걸음마는 그야말로 자연의 세계를 지나는 덧셈의 느낌을 안겨줬다. 밟히고 또 밟히면서 그렇게 쓰러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지만 이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서 조릿대왓은 이곳을 지나는 이들을 위하여 일부의 틈새를 제공해준다. 오름의 능선을 따라가는 중에 이장을 해 간 묏자리를 만났다.

이토록 깊은 곳까지 상여를 메고 찾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새삼 조상들의 애환과 망자를 떠나보네는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근처에는 산담이 남아 있고 나무들이 묘가 있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잘린 숙대낭 토막들이 더러 눈앞에 보이고 가끔은 다리에 걸리면서 기우뚱거리기도 했다.

떨어져 쌓인 이파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지만 차라리 레드 카펫보다 더 푹신하고 부드럽다는 생각에 젖으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아름답고 분이 넘치는 환경에 취할 즈음 마침내 정상부 중 동쪽 주봉에 도착을 했다.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계절을 달리하여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있는 잡목들의 모습이었다.

그런 중에도 가쁜 숨을 가라앉혀주는 것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의 몫이 되었다. 한동안 깊은 숲을 지나온 만큼 새삼스럽게 고개를 쳐드니 열린 공간으로 세상이 펼쳐지면서 구름의 느린 움직임이 시선을 끌었다.

서쪽 주봉과 마주하는 중앙의 굼부리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말굽형으로 나타나 보이지만 과거 원형이었던 것이 부분적으로 침식이 된 상태임을 알 수가 있었다.

계절이 그러하지만 굼부리 안의 모습은 너무 초라했다. 질서 없이 흐트러진 채 식생을 이어가는 잡목들과 엉성할 만큼 제멋대로 뻗은 넝쿨과 덩굴들은 진정한 자유의 한계마저 무너뜨린 모습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너무 자연스러운 곳이라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미 오래전에 침식이 되면서 굼부리로서의 그 원형을 잃어버렸지만 화구 안쪽까지 잡목들과 수풀이 장악을 한 모습은 차라리 위대한 자연의 공간임을 일깨워줬다.

초록의 계절에 찾는다면 볼품이 달라질 테고 비로소 아름다워서 아름답다고, 자연스러워서 자연 미가 넘쳐흐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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