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7)"..'미완의 길'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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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7)"..'미완의 길'을..(1)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3.14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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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17코스 탐방기)광령-제주시, 여전히 부족한 아쉬운 아름다움

 

 


“‘(구)’라는 글자 하나만이라도 빼 주세요.”

아무리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직선거리로 불과 10여m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앉아 있으면서도, 건너편 목적지를 찾지 못해 반경 1백미터 이내에서 1시간동안이나 헤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자주 걸어다니는, 제주시내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일은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일어나기 힘든 일을 경험했다는 느낌이 든다.

제주올레 17코스는 종점이 산지천 광장에 있을 거라고 믿고 열심히 걸어갔는데 막상 그곳에 도착하니, 종점은 내가 걸어 온 훨씬 뒤쪽으로 옮겨졌다는 안내문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17코스 종점은 다시 뒤로 5백m를 돌아가서 (구)중앙양과 뒤편 골목에 있는 간세올레라운지 앞으로 옮겼다”는 안내문 때문이었다.

그런데 중앙양과나 (구)중앙양과나 가서 보니 거의 비슷한 지점에 있는 빵집이었기에 차라리 ‘(구)’라는 글자만 없었어도 조금 덜 헤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구)중앙양과라는 곳이, 중앙양과가 그곳으로 이전하기 전에 어디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나도 답답했지만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참 난감한 일이었다.

헤매고 헤매다가 결국 내비게이션을 켜고 길 찾기에 나선 후 올레리본을 찾아 따라가면서 겨우 종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도 아마 30분 이상을 왔다 갔다 하다가 거리를 헤맨 후 찾은 결과라 대략 난감했고 허무하기조차 했다.

10여미터 앞 건너편 길에 앉아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가를 무척 궁금해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우스웠기 때문이다.

제발 안내문에 ‘(구)’라는 글자 하나라도 빼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중앙양과 인근 골목길에 있다고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종점을 찾아 헤매며 마지막엔 지치고 힘들었지만, 올레를 다 걸은 후에는 마음만은 다시 편해진다.

목표지점에 다 왔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17코스의 마지막은 그렇게 어렵게 찾은 간세올레라운지에 앉아 케이크 한 개와 커피를 마시며 지친 마음을 달랬다.

 

사실 제주올레 17코스를 걷는 날은 아침부터 그런 조짐이 약간 있긴 했다.

이날은 광령에서 제주시로 들어오는 코스라 굳이 차를 갖고 갈 필요가 없어 출발은 버스를 타기로 전날 결정했었는데 정류소 안내판 시간이 들었던 말과 달라 잠깐 당황했기 때문이다.

3월11일 전날(10일)제주도 통합안내센터인 120안내로 물어본 광령1리사무소까지 가는 87번 버스는 분명 중앙로 기준으로 오전 8시23분과 09시 50분에 있다는 안내를 받았었다.

그런데 버스정류소에 있는 안내판에는 그 시간대의 버스가 보이지 않아 잠시 당황했던 것이다.

어제는 분명 8시20분경이면 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안내판에는 토,일요일에는 8시14분인가.. 하고 써 있어서 잠시 미리 버스가 지나갔나 걱정했다.

택시를 탈까 다른 버스를 탈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안내문이 떴다.
곧 87번 버스가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120번 안내가 맞았고 버스안내판은 엉터리라는 얘기였다.

다행이다 생각하고 버스를 타고 광령1리사무소로 향했다.

40여 분만에 17코스 출발점에 도착한 시간은, 스탬프를 찍고 보니 09시04분이었다.

걷기를 시작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아직 벚꽃은 필 기미가 보이지는 않고 있었지만 분명 봄은 시작되고 있었다.

오전엔 따뜻했고 오후에는 겉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더워 날씨도 좋은 날이었다.

시작점인 광령1리사무소앞 안내판의 광령리 설촌유래를 보니 이 마을은 “산칠성 수칠성으로 이뤄진 마을로 산가수청(山佳水淸)하니 산이 아름답고 물이 맑다하여 광(光)이요 주민이 밝고 선량하다 하여 령(令)이라는 리명이 설촌당시부터 표기돼 왔다”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제주올레 17코스 출발은 대로변을 위험하게 걷는 것으로 시작됐다.

엄청난 속도로 자동차가 끝도 없이 달리는 대로를 조금 따라 걷다 보니 다리 아래로 거대한 계곡이 나타났다.

 

무수천이다.

그런데 반대쪽을 보니 뭔가 또 때려 부술 심산인지 기계가 하나 들어가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아름다운 계곡을 또 어떻게 부수려고 하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라 어떻게 건너갈 수가 없었다.

이어진 대로변 안쪽으로 걷는 길은 길고 긴 장대한 무수천을 따라 옆길로 계곡과 함께 걷게 했다.
그런데 걸으면서 보호벽위에 쓰여 진 글이 참 좋았다.
다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 차례대로 사진으로 찍으면서 내려왔다.

옮겨 본 글은 이렇다.

 

 


상상발룬티어 8th

 

야 요즘
이상하지 않아?

복잡한 걱정거리만
늘어놓고 말야

답답한 마음에
이야기해 봤어

원래 사는 게
다 그런 거래

작은 실수에 예민하고
큰 칭찬에는 어색해지고

아쉬운 마음에 짜증나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나도

알잖아
어차피 지난 일인걸

다시 시작해 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해

서둘지 말고
한걸음씩 즐겨봐

어때 느낌이 와?


이 글은 아마 젊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써 놓은 글 같았다.
뭔가 희망을 갈구하는..

이 글 제목 옆에 수많은 이름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단체작품으로 만든 글일지도 모른다.

(찾아보니 상상volunteer]는 상상univ.와 봉사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여 따뜻한 나눔을 전하는 대학생 봉사단으로 KT&G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렇게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하얀 계곡이 나무 아래로 보이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거대한 엄청난 계곡이 숨어 있었다.

 

무수천..
보기에도 아름답기 그지 없는, 존재감을 크게 느끼게 해 주는 그런 계곡이었다.


하지만 곳곳에 지난 태풍에 쓰러진 그대로 보호책이 넘어져 있고 공사는 미완인 채로 남아있는 곳이 많이 보였다.

분명 태풍 피해로 인한 정부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이곳은 여전히 쓰러진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절벽인 듯 위험해 보이는 구간임에도 아직까지 이런 공사를 마치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슬아슬한 이런 구간을 지나는 동안 무수천의 아름다움은 계속 됐다.

이 계곡을 거의 내려왔나 싶은데 아직 끝나지 않은 무수천 구간 막바지에 다다르자 3km지점이 나타났다.
하지만 계곡은 그 다음 길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참으로 길고 긴 계곡이었다.

그렇게 동네를 돌아 나오게 된 조그만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어진 계곡 아래 쪽에 끊어진 옛다리가 하나 나타났다.

큰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건너갔을 일종의 배고픈 다리(가운데가 약간 들어간 기다란 유자형 길로 배가 고프면 배가 들어간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였겠지만 지금은 끊어져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이 다리 위로 올라오니 올레길은 P턴을 하도록 안내했다.(17코스에는 특이하게도 P턴을 하는 곳이 2곳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마을 안길..

가다 보니 아직 마무리가 안 된 돌하르방 하나가 집 앞에 앉아 있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인지, 미완성 돌하르방인지..

 

 

 

그 길은 상수도보호구역인 외도 월대로 들어서는 길목이었다.

그곳에서는 엄청난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외도 제2축구장 본부석 신축공사라고 쓰여져 있었다.
이 월대로 이어지는 도근천  옆길을  따라 가다 보니 제1축구장에서는 동호인들 인듯 열심히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월대로 내려오는 동안 물은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 않았지만 상수도 공급을 위해 취수하는 곳이라는 설명이 있었고 백로같은 하얀새와 청둥오리 몇 마리가 노닐고 있었다.

 

 

 

이어진 외도물길20리라는 설명이 붙어있는 월대천변에는 수령이 250년이나 됐다는 소나무가 3-4그루가 보호수로 보호되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보니 이곳이 얼마나 경관적으로 수려한 곳인가를 느끼게 만든다.

월대천은 바다와 한라산 계곡물이 만나는 곳으로 사계절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흘러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는 270년 된 해송과 팽나무가 물 위로 휘늘어져 선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냇물에서는 은어들이 노닐고 달이 뜨면 운치가 있어 옛 선인들이 모여 맑은 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구경하며 풍류를 즐긴 누대라는 의미로 월대(月臺)라 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곳 쉼터에 앉아 잠시 쉬는데..
갑자기 굉음을 내며 하늘에 4대씩 2개 비행기 편대가 날으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리고 그 편대를 이뤘던 비행기는 조금 있다 다시 한 대씩 차례로 굉음과 함께 하늘 위를 지나간다.
얼마전 제주 제2공항에 공군기지를 만든다더니..
이제는 아예 하늘에서 비행시위까지 하는 듯..

그 굉음소리가 하늘을 찔러 앞으로 이곳 제주도에 공군기지가 만들어지면 조용한 평화는 사라지고 없을 거라는 걱정이 들었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이 아름다운 월대 끝에는 물을 가로질러 건너는 돌로 된 징검다리가 길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 징검다리를 따라 걷는데 올레리본이 보이지 않아 지나가서 뒤를 보니 길은 아까 내가 걷던 직선 길로 이어져 있는 리본이 하나 반대편에서 보여 그쪽으로 다시 걸어 가야 했다.

 

 
 

 

 

다시 돌아가면서 보니 온갖 쓰레기들이 악취를 풍기며 아름답고 깨끗한 이미지를 완전 버려놓고 있었다.
올레길은 이제 다리 아래를 지나 내도와 외도를 잇는 외도교쪽으로 P턴을 하며 건너도록 안내된다.

다리를 지나는 동안 만난 이곳 내도 입구 공사장의 모습 또한 참 가관이었다.
땅 돋움공사를 하는 곳인데 누군가 지금도 살고 있을 집 지붕위로 턱을 만들어 놓았으니 여기에 터를 잡고 살고 있을 주민의 마음은 하나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참 보기에 안 좋았다.

 

 

 

돌담이 특별히 아름다운 내도동은 달그락거리는 알작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알작지의 아름다운 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공사를 과하게 한 탓인지 작은 돌들은 사라지고 모래밭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알작지 소리가 들릴까 하고 유심히 들어봤지만 달그락거리던 그 경쾌한 소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이 알작지 입구에서 회와 우동 등을 세트로 1만원에 파는 대해수(대표 김도경)라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일본식당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식당에서는 우동과 초밥, 또는 초밥과 돈가스 그리고 우동 등 식성에 따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통합세트메뉴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침을 준비 못했던 나는 이 식당에서 돈가스와 초밥 그리고 우동 세트메뉴를 시켰다.
적당한 양에 아주 맛있는 음식이 나왔다.

식당이 운치가 있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으니 주인은 “마음 놓고, 예쁘게 찍어달라”고 주문까지 했다.


“지난 해 11월에 문을 열었다”는 이곳은 올레꾼들에게도 식사하기 딱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소개해도 될 듯 하다.

자꾸 사진을 찍으려니까 기자냐고 물어 할 수 없이 명함을 주고 이 식당 주인장 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었다.

부담없는 가격과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양이어서 맛있게 먹고 나왔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나와 바다쪽으로 들어가 걸으면서 알작지를 바라보니 한숨만 나왔다.
아무리 개발이 좋다 한들 자연의 소리를 없애버릴 정도로 그런 공사가 필요했던 것인지 아쉽기만 한 현장을 만난 것이다.

그런데 가면서 보니 한 활어차가 서 있는데 이곳에 활어차의 폐수를 버리고 있었다.
바닷가로 난 구멍으로 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왔다.

이제 알작지는 사진으로만 보면 그냥 좋을 정도, 또는 그 정도만으로 만족해야 할 만큼 그 진면목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도동은 가는 곳마다 이렇게 아쉬움만 남는 곳이었다.
옛날에는 자연포구로 사용했다는 암맥군을 소개한 안내문은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고 암맥군 위에 건설되고 있는 해안도로 다리 아래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보여지는 자연만 아름다울 뿐, 이 아름다움을 지키고 보존할 의지는 없는 것은 아닌지..
그 길을 따라 이호까지 나오니 7km를 걸었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내용이 많아 2번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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