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눈오름 (장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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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눈오름 (장전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5.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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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27.5m 비고: 13m 둘레: 606m 면적: 20,708㎡ 형태: 말굽형

 

눈오름 (장전리)

별칭: 논오름. 노은봉(老恩峰)

위치: 애월읍 장전리 1,756번지

표고: 127.5m 비고: 13m 둘레: 606m 면적: 20,708㎡ 형태: 말굽형 난이도: ☆☆

 

 

굼부리를 농지로 내어주고 쓸쓸히 지내지만 심지가 있는 산 체...

 

눈오름 외에 같은 맥락의 누운오름을 비롯하여 논오름이나 와악(臥岳) 등으로도 부른다. 오름의 형상을 두고서 표현을 했는데 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있는 모습이라 해서 붙여진 명칭이며 동명의 오름들이 몇 곳에 있다. 한자로 노은봉(老恩峰)으로 표기를 한 것은 오름의 모양새를 떠나 다른 의미를 사용한 것이며 입지나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이해를 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아마도 누운~눈~논~노은으로 이어지는 변음을 요약했거나 장전리 마을의 설화나 구전되는 내용에 기초를 했을지는 모르지만 풀이는 어렵다. 눈오름과 동명이거나 비슷한 명칭들이 있는데 누운오름과 구분을 하기 위하여 보통은 눈오름으로 부르지만, 구태여 혼동을 피하려면 장전리 눈오름이라 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비고(高. 13m)와 면적이 말해주듯 산 체의 특성이 두드러지거나 이렇다 할 볼품은 없는 편이며 농지와 빌레를 사이에 두고 나지막하게 솟은 동산 정도로 보인다. 정상부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등성마루가 골고루 퍼졌으며 주변에서 살피면 낮은 언덕처럼 솟은 원추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동향(東)으로 뻗은 말굽형 화산체이면서 화구 자리는 분지처럼 넓은 지대로 이뤄져 있다. 사

방이 경작지이며 오름 주변은 개간으로 인한 변화가 이뤄진지 오래되었고 밀감 밭도 있다. 주변에 건물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농로와 마을로 이어지는 소로가 나 있어 비교적 노출이 잘 되는 편이다. 마을과는 다소 떨어져 있으면서 고고한데 처한 오름이지만 사방 어디에서 바라보더라도 어엿한 산 체의 모습이 드러난다. 숲이라도 울창하면 볼품이라도 있으련만 낮은 데다 허접한 모습이 우선이라 더러 아쉬움도 느끼게 된다.

소나무들이 주인이 되고 일부 잡목들이 보이면서 덤불들이 더부살이를 하는 모습이 확인되며, 산 체의 내부가 열악한 환경인 때문인지 수령은 제법 되어 보이지만 굵고 커다란 나무들은 없다. 특히나 가느다랗게 치솟은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왜소하게 자라난 때문에 더러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솔수염하늘소들의 만행으로 인하여 일부는 고사하거나 잘려나갔으니 눈오름으로서는 중증의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이다.

 

 

-눈오름 탐방기-

 

마을길에서 농로를 따라 이동을 한 후 입구에 도착을 했다. 정차를 하고 바라보니 왜소하고 낮은 산 체이지만 뚜렷하게 특성이 나타났다. 오름으로서의 매력이라는 특성이 아니고 개간과 변화로 인하여 달라진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말이다. 기슭 아래는 농지이며 창고 비슷한 건물이 있는데 살림이 가능한 상태이다.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데다 느낌으로는 가까이 가면 바로 흰둥이가 육박을 지를 상황이 전개될 것 같았다.

놈삐(무우)밭 옆을 따라 살며시 진입을 했지만 사람도 개도 안 보여서 조용히 지날 수가 있었기에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눈오름의 허리를 중심으로 일부는 돌을 쌓아서 변화를 줬다.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개간을 통하여 농사지을 땅 한 평이라도 더 차지하려 한 때문일 것이다. 사유지라면 누구인들 그런 발상을 하지 않았겠는가.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잘려나간 소나무의 흔적이 우선적으로 보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숲을 이룰 정도도 아니고 허전함을 채울 정도이 건만 사정없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한쪽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있다가 잘려나갔는데 무병장수를 그리며 장수를 꿈꿨던 부부사랑나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오르기에는 걸림돌이 있어 번거로웠는데 야생 노루 부대를 차단하기 위하여 만든 그물망이 오름 중턱을 빙 둘러 설치가 되어 있는 때문이다. 잘못 넘을 경우 손상이 되는 때문에 고민스러웠는데 가까스로 산담이 있는 곳을 통하여 진입을 했다.

진입 후 한숨을 돌리며 지나온 옆을 쳐다봤다가 깜짝 놀랐다. 감시를 위하여 보초병이라도 되듯 서 있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허수아비이다. 사람 마냥 그럴듯하게 차림새를 갖춘 모습에 청담동이나 말죽거리에 있으면 어울릴 것 같고 강남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영특한 노루와의 전쟁으로 인하여 농민들은 허수아비의 진보적 기획을 하여 만든 것이다. 등성에는 산담까지 정교하게 둘러진 묘가 있는데 명당이나 풍수지리를 떠나서 그럴싸한 위치이다.

 

사방이 트이고 양지바른 곳을 차지하였다. 망자를 받아들인 눈오름 정상부는 차라리 을씨년스럽다고 해야 할 만큼 어지러웠다. 계절이 그러하고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고사한 소나무 흔적들이 곳곳에 보이는 때문이다. 애써 멀리 바라보기를 하는 것으로 마음 추스르기를 했다. 마을을 비롯하여 해안까지 눈에 들어오면서 약하게 불어오는 계절풍에 몸을 맡기니 비로소 기분전환이 되었다. 낮든 높든 숲이 우거지지 않은 이상 오름에 오르면 오름을 볼 수가 있고 전망은 선택의 폭이 있게 마련이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지만 풍경 놀이는 큰 보탬이 되었다.

다시 입구로 나온 후 눈오름과 작별 준비를 했는데 하필 주차를 한 바로 옆이 밀감 밭이다. 상황으로 봐서는 이미 수확을 했어도 될 법 하건만 일손이 모자란 모양이다. 담장을 넘어 들어가서 상태를 가까이서 확인을 할까.... 말까.... 생각을 했을 뿐인데 이미 몸땡이는 남의 밭에 침입이 되어있었다.

가장 맛있는 밀감은 주인 몰래 따 먹는 밀감이라지만 절대 셔터 누르기만 하여 황급히 빠져나왔다. 변화의 정도가 말해주는 것일까. 애써 머리를 들고 누워있는 소의 모습을 그려보았지만 억지도 안 통했고 누워있는 형체라고 한 점 역시 어설프게 느껴졌다. 솔수염하늘소들의 만행이 있기 전에는 그래도 볼품이 더 있었을 텐데.... 눈오름!
너 또한 오름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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