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눈오름 (해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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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눈오름 (해안동)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5.0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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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03.5m 비고: 54m 둘레: 1,370m 면적: 105,922㎡ 형태: 말굽형

 

눈오름 (해안동)

별칭: 누운오름. 와악(臥岳). 와우악(臥牛岳). 와호악(臥虎岳)

위치: 제주시 해안동 166-5번지

표고: 203.5m 비고: 54m 둘레: 1,370m 면적: 105,922㎡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누워 있는 산 체의 내부는 아방궁전을 방불케 하는 넓은 굼부리가...

 

산 체의 모양새가 누워있는 모습이라 하여 붙은 명칭이며 누운+오름 외에 부르기 편하고 축약된 표현으로 눈오름이라고도 한다. 이런 연유로 인한 동명의 오름들이 몇 곳에 더 있는데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한자로는 와악(臥岳)으로 표기를 하며 그 외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 하여 와우악(臥牛岳), 범이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와호악(臥虎岳)이라고도 하는데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평지를 주변에 두고서 낮고 길게 솟아오른 모습이야 다 누운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몇몇 오름들에게 이러한 명칭을 붙였는지 생각하면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산 체의 특성이나 여러 정황들을 살폈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점보다는 편안하게 누워있는 형세가 우선적으로 보였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오름의 명칭을 확인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등성에 서서 바라보면 길고 펑퍼짐하게 퍼져나간 모습에서 누워 있는 자태를 그려볼 수 있다.

소나 호랑이가 누운 모습까지 추상하기에는 과거와 달리 일부 변화가 이뤄져서 막연하지만 예전의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비고(高)에 비하여 면적은 넓은 편인데 굼부리가 드넓게 차지를 하고 있으며 북서쪽으로 벌어진 곳에는 잘 단장이 된 문중 묘역이 있으며, 동쪽을 차지한 다른 굼부리에는 세계도(世系圖)가 크게 그려진 비석이 있어 특별함을 느낄 수가 있다.

누워있는 형세라고는 하나 여느 오름처럼 비교적 전망이 좋은 편이다. 정상이 아닐지라도 등성마루의 한쪽에 서면 제주시내와 더불어 가깝고 먼 곳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시원하고 후련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해안선은 물론이고 한라산 방향을 비롯하여 남조순오름을 시작으로 괭이오름과 상여오름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정상 부근에는 경방 초소가 있는데 제주의 오름들 중에 경방 초소가 있는 곳은 어디나 그만큼 전망이 좋다는 것과 일치하게 된다. 날씨만 좋다면 해안부터 한라산까지 펼쳐지는 풍경 놀이에 빠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찾는 이들이 많지 않고 오름으로서의 인기가 덜한 때문일까. 오히려 그러한 점 때문에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묻어나고 매력과 운치는 덧셈으로 부피가 더 커진다.

높지도 거칠지도 않은 사면을 따라 오르는 일이 버겁지도 않고 까다롭지도 않다. 구태여 정해진 탐방로가 없어도 적당한 허리 능선을 따라 오르면 어느새 정상부에 도착을 하게 된다. 제주시를 기준으로 할 때 이동성이나 접근성에 있어서 별 어려움은 없다. 어쩌다 날씨라도 좋을 때 찾으면 사방을 전망할 수 있으며 특히나 해안으로 이어지는 사정권은 압도적이다. 한림읍 금악리와 애월읍 봉성리 지역 등에도 누운오름이나 눈오름으로 부르는 동명이거나 비슷한 맥락의 오름들이 있지만 해안동 눈오름은 화산체로서의 특징을 비롯하여 전망이나 환경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눈오름 탐방기-

 

겨울의 중심이 지나는 시기이지만 유난히도 맑고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나들이를 부추겼다. 주 중이라 외출은 둘째하고 오름 탐방은 생각조차 못 할 상황이지만 인근에 볼 일이 있어 내친김에 눈오름 사냥을 결정했다. 잠시 짬이 되었다기보다는 억지로 짬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바른 표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겨울을 외면하는 맑은 날씨라서 분위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입구에 도착을 하니 포클레인이 한 대 세워져 있었다.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가 싶었지만 주변을 살피니 눈오름 등성의 재선충병 작업을 하는 중장비 차량이다. 목장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 때문에 철문이 굳게 닫혀있으나 가볍게 월담을 하였다. 오름 사면을 오르는 능선은 마치 탐방로처럼 새로운 길을 탄생시켰다. 재선충병 작업과 관련하여 포클레인이 다니면서 길 아닌 길이 생겨난 셈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 더러 수월할 것도 같지만 애써 허리의 적당한 부분을 따라 올랐다. 높지 않은 비고(高)인데다 하절기에 무성했던 수풀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어 선택의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오름의 허리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겨울이라 대부분의 수풀과 넝쿨들이 동면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이 어수선했다. 재선충 작업과 관련하여 잘린 나무 가지들이 여기저기에 뒹굴고 있었는데 작업 과정에서 일부 다른 나무들도 휩쓸려 잘린 상태이다. 산산이 부서진 가지들이여. 흩어져 설움에 겹도록 어지러운 나무토막들이여.....

하늘래기(하늘타리)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다가올 것을 주문하기에 기꺼이 지나던 방향을 우회하고 하늘래기 사랑을 받으려 가까이 갔다. 일찌감치 제철에 주인을 만났으면 좋았으련만 이미 약효를 대자연에 기부한 채 남은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불심검문이라도 하듯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떨어진 솔방울과 야생버섯은 눈싸움을 요구하며 한사코 느린 진행을 하게 만들었는데 우린 결코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다. 아직 정상까지는 거리가 남았고 등성의 일부를 올랐을 뿐인데 북쪽 해안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도 바다도 조용하고 평화롭게만 느껴졌다. 이들에게도 휴일은 있는 법. 이들에게도 방문자를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법. 불어오는 계절풍은 쌀쌀하게 느끼기보다는 시원함이 먼저였다. 자연이 안겨주는 배려와 환영을 만끽하다 발길을 돌리니 분위기는 이내 반전이 되었다.

재선충병으로 인한 잔해들...... 잘린 해송 몇 그루가 내동댕이 친 채 있다. 눈오름의 정상부에는 소나무들이 지키고 있지만 빽빽할 정도는 아니다. 허술할 만큼 얼마 안 되는 해송들인데 그나마 일부는 재선충으로 인하여 잘려나가서 지금은 더 허전하게 만들었다.

착한 눈오름으로서는 자신과 함께 동고동락을 했던 해송의 일부를 병마로 인해 떠나보냈다. 멀지 않은 곳에 경방 초소가 보였는데 전망이 좋은 정상부이다. 행여 숲으로 가려져 안 보일지라도 서운하지 않으련만 너무 쉽게 보였다. 겨울이라 할지라도 정상부를 천천히 지나는 샛바람은 오르는 동안 가빴던 숨을 이내 고르게 해줬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지만 어쩐지 맛이 담긴 청정의 이온수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현실이 안기는 무게를 덜어주고 체내의 버거운 불순물을 다 정리해주는 청정 공기가 아니겠는가. 한라산 허리로 이어지는 바람은 반드시 눈오름을 거치면서 진입 신고를 한 후 느리게 남쪽으로 향할 것이다.

분위기와 느낌은 표현의 정도를 가늠하지 못할 만큼 좋았고 혼자 찾았다는 자체가 너무 억울할 정도였다. 선 채로 방향을 돌리니 그림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두 눈을 뺏어버렸다. 어디를 먼저 바라보고 무엇을 우선으로 마음에 담아야 할지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가위 바위 보도 필요 없고 추첨 따위도 불필요하며 순번 따위도 필요가 없다. 닥치는 대로 아무 방향이나 바라보니 모두가 그림이다.

하늘... 바다... 구름.... 눈오름에서는 바람도 공기도 눈에 보인다. 남쪽의 한라산과 어승생악 등은 심하게 질투와 시기를 했다. 낮게 드리운 햇살을 아군으로 합세시켜 가능한 노출을 거부하려 애를 썼다. 하지만 눈오름에서는 욕심을 버려도 충분했다.

사방이 아니면 어떠하리. 모든 것을 차지하지 못한들 어떠리..... 남쪽 등성을 따라 이동을 했다. 숲마저 없는 허허한 눈오름 어깨에는 떨어진 솔잎들이 바닥을 가려보려 무던히도 애를 쓴 것 같지만 부실했다. 더욱이 여기저기에 노출형 지뢰들이 매설되어 있어 진행을 더디게 했다. 그조차 매설을 한지 얼마 안 되어 보이고 화약 성분이 많이 남은 상태라 실수로 밟았다가는 대형사고가 터질 것 같았다.

목장으로 이용이 되는 만큼 근간에도 우군(牛)들이 이곳을 터전으로 지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정상부의 비고(高)점을 조금 지나니 거대한 거목이 보였는데 수령을 떠나서 몸체와 높이가 대단하고 위엄이 있게 느껴졌다. 뒤로 또 뒤로 물러섰지만 스마트폰의 액정은 전부를 담는데 도저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행여 눈오름지기는 아니런가.

솔수염하늘소의 횡포도 감히 이 거목에게는 엄두를 못 낸 모양이다. 기슭을 따라 조금 내려간 상태에서 굼부리를 바라봤다. 분화구의 일부는 침식이 된 상태이고 일부는 개간이 되어서 목초지로 사용이 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구의 둘레를 차지한 소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주는 때문에 잠시 동안은 방목을 할 환경이 되는 모양이다. 한쪽에는 마군(馬)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바로 등성마루를 따라 노출형 지뢰들을 매설한 범인들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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