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느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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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오름]느지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5.0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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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25m 비고: 85m 둘레: 2,609m 면적: 332,844㎡ 형태: 복합형

 

느지리

별칭: 망오름. 만조악(晩早岳). 망월악(望月岳)

위치: 한림읍 상명리 산5번지

표고: 225m 비고: 85m 둘레: 2,609m 면적: 332,844㎡ 형태: 복합형 난이도: ☆☆☆

 

 

봉우리와 굼부리가 2막 3장을 갖췄고 봉수대 터가 있던 산 체...

 

이 오름이 있는 마을인 상명리의 옛 지명이 느지리였으며 이와 연계하여 느지리(오름)라고 부른다. 다른 명칭으로는 망월악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정상에 봉수대가 있었던 것과 관련하여 붙은 명칭이며, 이 봉수대 이름이 만조봉수라 하였기에 만조봉이라고도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석양과 낙조의 모습이 빼어난 때문에 상명망봉(上明望峰)이라 하였는데 서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마을 지명이 느지리에서 상명리라고 바뀐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다.

느지리는 보통의 오름들과 달리 특별한 화산체이다. 세 개의 봉우리가 에워싼 내부에는 두 개의 굼부리가 있으며 각각 큰암메와 족은암메라고도 부른다. 전 사면을 둘러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잡목들이 깊은 숲을 이루고 있으며 등성과 분화구 내부까지 빽빽하게 자연림이 우거져 있다. 정상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지금은 그 자리에 경방 초소와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열리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한라산을 비롯하여 오름 군락과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모습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산책이나 운동을 겸하는 탐방으로도 흥미가 있고 환경적 조건이 양호한 편이다. 세 개의 봉우리와 두 개로 나뉜 굼부리를 다 살필 수는 없지만 탐방로를 따라 진행을 하는 동안 어느 정도 가늠을 할 수가 있다.

이곳 분화구 안에서는 과거 방앗돌을 제작했었다는 기록이 있다. 주민들이 화구 안에서 방앗돌을 제작하여 마을로 옮겼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깊은 숲을 이루고 있어서 출입이 어려우며 확인을 하는데 한계가 따른다.

또한, 산 체의 남과 북쪽에는 용암동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동굴은 천연기념물(제236호)로 지정이 된 황금굴과 소천굴로 연결이 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쪽 동굴 역시 보호를 위하여 현재까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생태와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굼부리와 동굴을 살필 수는 없지만 보통의 오름들보다 특징이 뚜렷하고 베일에 가려진 산 체임은 확실하다.

이 인근 지역에서는 비교적 산 체의 규모와 비고(高)에서 앞서는 금오름(거문오름)이 있으나 전반적인 화산체의 특성을 논한다면 느지리가 우선인 셈이다. 제주의 오름들 중 곳곳에 망오름이라 부르는 오름이 여러 곳 있는데 이는 과거 봉수대가 있었던 것에 연유한 별칭이라 할 수 있다.

봉수대가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변을 살피기에 용이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만큼 전망이 좋다는 뜻이다. 사실 느지리는 높이와 면적 등 산 체의 규모나 특성이 대단하지는 않은 편이나 복잡하게 얽힌 화산체이면서 특성이 잘 나타나는 오름 중 하나이다. 오름 기슭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산책로가 잘 구성이 되었으며 둘레의 요소마다 갈림길이 만들어져 있고 안내판이 있다.

봉우리와 화구의 다양성만큼이나 산책로 역시 여러 곳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오름은 오르라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지금의 느지리는 너무 편하고 다양하게 산책로가 잘 구성이 되어 있다.

 

전망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산책형 외에 탐방이나 운동 모드로 즐기기에도 너무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때로는 잡풀도 스쳐 지나가고 송이로 된 흙길도 밟으면서 올라야 오름답고 깊은 맛이 나는데 이런 환경을 잘 갖추고 있다.

포장길~야자수 매트길~타이어매트길~목재 계단로~자연 그대로의 길 등이 번갈아 이어지며 변화를 주기 때문에 지루함은 물론이고 그다지 힘든 점이 없다. 여행객들이나 단순한 산책형으로 찾는 이들에게는 편한 접근성과 안전한 탐방으로 좋은 점들이 있다. 진행에 앞서 선택되는 방향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인 오름행의 구성은 다양성이 있다.

곰솔을 중심으로 다른 잡목들도 산책로의 양옆을 에워싸고 있어서 오름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여러 갈래의 길을 만나면서 다 기억하기란 힘들겠지만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을 참고하면 된다.

 

-느지리 탐방기-

 

예전에 비하여 지금은 접근성도 한결 더 좋아졌다. 넓은 주차장과 안내도,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추어졌으며 산책로의 구성 역시 다양하게 이뤄졌다. 네비의 안내를 통하여 쉽게 찾아갈 수가 있으며 주변을 연계하는 오름 탐방이나 관광지도 많은 편이다. 해안과 중산간으로 이어지는 지역이라서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코스의 선택을 하는 폭도 넓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난 곳이지만 계절을 달리하여 모처럼 다시 찾았다.

녹음이 우거진 시기에 느지리를 찾은 것은 처음이라서 기대감도 더한층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굼부리 내부와 등성을 따라 잡목들이 우거진 때문에 깊은 맛이 날 거라는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입구에 주차를 하고 내릴 즈음 따가운 여름 햇살이 쏟아지며 순간적으로 버거운 과정임을 느끼게 했지만 아량 곳 하지 않았다. 진입로에 들어선 후 느리게 전진을 했다.

이내 커다란 소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햇살을 가려줬기에 계절의 감각조차 잊을 정도였다. 떨어진 솔방울 하나를 옆으로 걷어차는 여유를 부렸는데 굴러간 솔방울 방향으로 주홍서나물이 곱게 꽃을 피운 모습이 보였다. 여름을 노리며 무더위에 굴하지 하지 않고 여유롭게 피어난 모습에 외면을 할 수가 없었다. 약속의 시기에 그 이행을 하는 자연은 분명 아름다움과 운치를 지니게 마련이다.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지만 오르막을 오르는 과정에서의 만남은 느리고 여유로운 탐방을 권했기에 기꺼이 따라 했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찾은 만큼 나로서는 쉬어가는 과정에 더없이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 오르는 도중에 몇 차례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곧바로 이어지는 정상 루트가 가장 바람직하다.

급경사가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을 따라 천천히 진행을 하다 보니 큰 어려움 없이 정상부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정상에는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으며 기둥과 중앙 부근은 경방 초소 관리자를 위한 특별한 구성으로 활용을 하고 있다. 오름을 오를 때는 분명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더러는 힘겨운 발 놀림도 필요하고 거친 심호흡도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정상에 오르면 그 에너지의 가치를 두 배로 얻게 된다. 그러기에 오르는 과정에서의 위안은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과 기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상부는 봉수대가 있던 자리인데 원형 그대로 잘 보존이 되었으며 이곳에 국가기준점과 정상부 표식이 있다.

전망대가 있어서 사방을 볼 수가 있지만 과거 망오름으로 통하던 시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당시에는 숲이 우거진 환경이 지금보다 좀 덜 했기에 전망에 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추측을 할 수도 있다. 전망대에 올라 거친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무더위는 심하게 질투를 하고 바람마저 남의 편이 되어 시기를 했다. 이미 예상은 했으나 가시거리는 보잘 것 없었지만 아무런 불만도 갖지 않았으며 투덜거리지도 않았고 빈정대지도 않았다. 그래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사방의 풍경은 무난했다.

금악(거문)오름과 한라산을 시작으로 새별오름과 이달봉, 북돌아진오름 등도 보이며 우측으로 정물오름 등도 눈에 들어왔다. 시계가 흐렸지만 이미 익숙한 곳들이라 형체를 살피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고 뚜렷하지 않은 모습일지라도 내 두 눈을 피하지는 못 했다. 해안으로는 비양도가 우선인지라 눈길을 먼저 보냈더니 역시나 형체 정도만 볼 수 있었지만 애써 서운하다는 생각은 버렸다.

이따금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바다 향을 실은 계절풍으로 변하여 기분까지 시원하게 해줬다. 여름인지라 마파람보다는 샛바람이 더 좋았다. 그런 바람이 불어왔다. 여름이 불어왔다. 전망대를 내려온 후 탐방로를 따라 화구 바깥 둘레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을 했다. 기슭까지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화구 안쪽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둥글게 이어지는 둘레를 따라 눈길을 돌리면 산 체의 특성이 잘 나타나 보였다. 어쩌다 동절기에 찾을 경우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지만 여름의 느지리는 두텁게 옷을 걸쳐버렸다. 그래도 뚜렷하게 난 탐방로를 따라 화구 둘레를 지나는 동안 깊고 그윽한 맛이 풍겨오면서 사뭇 흥겹게 해줬다. 잘 숙성이 된 묵은지 맛이 나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 맛도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여름날의 무더위는 숲을 이룬 터전에 깊은 맛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러기에 애써 킁킁거리며 자연이 뱉는 향을 훔치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한적한 탐방로. 계절이 그러하듯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곳. 기분을 추스르고 마음을 정돈하기에는 너무 좋은 여건이지만 여성 혼자일 경우는 다소 부담이 되기는 할 것 같았다.

화구 둘레 산책로에는 곰솔과 다양한 참나무류가 자생을 하고 있는데 소나무와 더불어 상수리나무와 보리수나무가 특히 많이 보였는데 이들은 한사코 느지리의 속살을 바라보는 것을 방해했다. 굼부리 내부나 기슭의 일부라도 바라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까지나 희망이고 욕심으로 그쳤다.

나는 자연과의 약속을 잘 지킨다.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을 한다. 언젠가 신록의 계절을 넘어 무더위가 방해를 하는 하절기에 찾겠다고 다짐을 했던 느지리이였기에 또 약속을 지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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