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늡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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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늡서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5.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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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488.9m 비고: 59m 둘레: 1,691m 면적: 115,505㎡ 형태: 말굽형

 

늡서리

별칭 : 만상악(晩霜岳). 만상봉(晩霜峰). 놉서리

위치 : 조천읍 교래리 산119번지

표고 : 488.9m 비고: 59m 둘레: 1,691m 면적: 115,505㎡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만상(晩霜)의 화려한 모습을 지녔던 굼부리는 야영장으로 변했고...

 

제주의 동부권 중산간 지역을 가로지르는 번영로에서 남조로 교차로를 지나는 동안에 만나는 교래 자연휴양림 일대는 과거부터 오름과 곶자왈을 비롯하여 수림이 울창했던 곳이다. 남조로의 도로 건설을 포함하는 지역과 현 자연휴양림 주차장의 일부도 해당이 되며 오늘날 이곳의 변모는 점점 방대해진 상태이다.

도로변과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첫 머리는 늡서리라 부르는 화산체가 차지를 하고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하여 시작이 되는 휴양림은 곶자왈 숲과 오름으로 이어지는 탐방로가 만들어졌고 늡서리 주변은 야영장이 개설되어 있다. 변화로 인한 자연 미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관리가 잘 된 편이며 생태의 보존을 의식한 구성을 통하여 찾는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산록도로와 주차 시설 등이 만들어져 접근성과 이동성이 좋은 편이며 숲길과 오름 탐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 휴양림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가 있다. 예로부터 늡서리나 늡서리오름 또는 놉새리오름 등으로 불러왔으나 이와 관련하여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다.

늡서리의 어원 자체가 생소하고 어떤 연유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느 정도 추상을 할 수가 있는데 한자를 참고하면 다소 이해가 된다. 한자로 만상(晩霜)이라 표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풀이하면 늦봄에 내리는 서리를 뜻하는 만큼 산 체의 주변 환경이나 계절에 따른 일정한 모습을 비유한 것으로 추측을 할 수도 있다.

즉, 오름의 외형이나 다른 구전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고, 늦은 봄날 이른 시간에 드넓게 평지를 이룬 분화구에 서리(霜)가 내린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을 참고한다면 늡서리가 늦서리를 뜻하는 표현이라고도 추측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표현인지 아니면 보다 부르기 쉬운 때문인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또한 한자 표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늡서리를 늦서리로 추상을 하여 사용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상악(晩霜岳)이라고 한 만큼 어느 쪽이든 관련이 있어 보인다. 다만 위치나 고도를 비롯하여 산 체의 특징을 고려할 때 특별하게 이곳만이 서리가 많이 내리는 입지를 갖췄다고 하기에는 다소 이해가 어렵다. 아마도 주변 형세에 비하여 넓은 분화구를 지닌 만큼 이곳에 뽀얗게 내린 서리의 모습이 유난히도 특별하게 보여서 그런 표현을 한 것으로 짐작이 간다.

북동쪽으로 벌어진 분화구 안쪽에서 기슭을 따라 이어지는 산 체는 자연림이 무성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초승달 모양의 분화구는 원래 원형이었으나 절반 이상이 침식되면서 떨어져 나가고 일부분만 남은 것이다. 분화구 내부는 평지로 개간되어 있고 전체 비탈면이 울창한 자연림으로 덮여 있다. 이 때문에 진입이 좀처럼 어려운 편이며 현재까지 둘레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이용하고 있다.

2013년 개장이 된 야영 지구 역시 오름의 분화구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곳도 이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보다는 자연에 인간이 신세를 지는 현장이라고나 할까. 늡서리는 능선을 베개로 내주었고 침식이 된 화구 자리는 이부자리로 제공을 한 것이다.

또한 허리와 옆구리마저 선뜻 내놓고서 산책로를 제공하고 있으니 자신의 살을 도려내어 이러한 편익을 제공하고 있는 착한 산 체라 할 수 있다. 정상 근처에는 묘 한 기가 있는데 오래전 지금보다 숲이 빽빽하게 우거지기 이전에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등성과 기슭을 비롯하여 산책로가 만들어진 주변은 경관 조림사업의 일환으로 수백 그루의 나무를 식재하여 오래된 토종의 자연림들과 어우러진 채 깊은 맛이 나는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다. 야영장의 중추적 구실을 하게 될 늡서리의 비고(高)는 불과 59m이다.

나지막하지만 산체는 오름으로서 비교적 큰 편이나 정상부로 향하는 별도의 탐방로는 없다. 그래도 오름 능선의 대부분은 울창하게 숲으로 덮여 있어서 멀리서 바라보거나 둘러보는 느낌은 좋은 편이다. 주변에 바농오름과 큰지그리(오름) 등이 있지만 오름으로써의 가치는 더 빛나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로가 없는 대신 야영장 개장과 함께 오름의 둘레에 산책로가 만들어져서 이 길을 걷는 것이 오름 탐방의 전부인 셈이다. 자연휴양림 주차창 쪽으로 별도의 입구가 만들어져 있지만 기존의 탐방로와 매표소로 이어지는 입구이다.

늡서리를 포함하는 교래 자연휴양림은 야영지구 외에도 생태지구와 휴양 지구가 조성되어 있으며 숙박시설 등도 갖추어졌다. 여기에 큰지그리를 연계하는 산책로와 곶자왈 생태관찰로 등도 이곳 휴양림의 백미인 셈이다.

 

-늡서리 탐방기-

 

매표나 진입로 등과는 관련이 없지만 모처럼 찾은 교래 자연휴양림이라서 늡서리를 우선 만나기로 했다. 개장이 된 야영장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운동장을 연상하게 하는 굼부리가 보였는데 한눈에 늡서리의 치부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오래전 원형의 분화구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는 떨어져 나갔거나 그동안 침식이 되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오름의 명칭을 정하는데 한몫을 한 만큼 의미 있는 장소라는 생각에 한동안 바라봤다. 그러나 야영장 시설에 포함을 하는 때문인지 여기저기 시설물들이 있어 옛 모습은 상상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었다. 자연휴양림이라고는 하나 실상 자연을 파헤치고 꾸며서 이뤄진 곳을 포함하고 있으며 주차장이 있는 곳을 포함하는 일부도 늡서리의 영역인 셈이다.

배려와 너그러움이 넉넉한 늡서리는 이제 낮 동안을 넘어서 밤에 잠자리까지 제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초이기에 야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날씨이다. 여름의 흔적들이 남아 있기에 밤 동안의 기온도 불편함이 없는 숙면을 이루게 할 것이다.

맑은 공기와 푸름이 존재하는 야영장은 찾는 이들에게 특별함을 안겨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행여 그 장소가 늡서리의 치부인 만큼 분화구의 깊은 기(氣)라도 느끼게 해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있던 잡목들 아래로는 낮은 돌담이 쌓여져 있고 산책로와 편의시설 장소로의 이동을 위한 길이 나있다. 돌을 이용한 보도블록과 방사탑 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서 제법 운치가 있게 느껴졌다. 늡서리 능선을 따라 걷는 산책로는 약 1.6km 정도이다.

큰 경사가 없이 숲 둘레와 안쪽으로 탐방을 하게 되어서 힐링 장소로도 최적지이다.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 보면 야영 데크를 몇 곳 만나게 되는데 하나같이 운치 있게 만들어져 있으며 주변은 자연스러움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 중심에는 주변의 잡목들과 함께 낮은 돌담과 목재를 이용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름 능선을 따라서 걷게 되는 산책로는 아쉽게도 자연의 흙길은 아니다.

행여 송이나 황토 흙, 작지(작은 돌) 등이 깔린 모습을 기대했지만 시멘트로 포장이 된 곳이 대부분이다. 오름의 허리와 옆구리 쪽에 시멘트를 발라 놓은 꼴이라고나 할까. 사면을 거치면서 산책로를 따라가다가 밤나무들이 몇 그루 있고 밤알들이 매달린 모습도 보였다. 아직 결실의 시기는 멀었지만 어쩌다 한두 개씩 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것도 보여 한동안 서서 그 주변을 바라보았다.

 

제주에서 밤나무를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리가 그렇게 길지도 않지만 특별히 발길을 멈추게 할 만한 장소는 없다. 오르막의 행진도 없으며 낮은 경사와 시멘트 길을 따라서 걷게 되는 것이다. 오름을 덮은 수목들이 있기에 지루함은 없지만 바닥이나 현장의 볼거리가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그나마 마무리 부분에 만나는 곳은 자연의 길이며 낮은 돌담길로 이어져서 제법 운치가 있었다. 늡서리를 향하여 깊은 양해를 구하고서 오름 옆구리를 지나도록 만든 것이다. 산책로를 정비하면서 연장 구간이 생겨났으며, 바로 우측으로는 주차장을 포함하는 도로라서 야영장 내의 고객과의 분류나 관리를 위해서 만든 것 같다.

한 바퀴를 돌고서 다시 화구 안쪽으로, 아니 야영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비로소 늡서리의 존재와 구실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걷는 내내 맑은 공기를 제공해준 것도 눈의 피로를 덜어준 것도 늡서리와 이를 차지한 숲이 있어서였으니까......

마무리를 하고 돌아 나오기 전 정문 입구에 서서 한동안 물끄러미 오름 안쪽을 바라봤다. 나지막한 늡서리의 오름 사면은 문명의 이기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할 바를 다 하는 모습이다. 푸름으로 에워싸인 숲이 이를 증명하고 있고 쉴 새 없이 내뿜는 맑은 공기도 늡서리가 생산을 해내고 있었다.

새삼스러웠지만 문득 그런 말이 생각이 났다. 자연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자연을 버리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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