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다래오름북동쪽 (웃검은들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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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다래오름북동쪽 (웃검은들먹)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5.2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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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725.9m 비고: 40m 둘레: 1,171m 면적: 97,951㎡ 형태: 말굽형

 

다래오름북동쪽 (웃검은들먹)

 별칭: 웃검은들먹. 흑월상악(黑月上岳). 거문돌악(巨門乭岳)

위치: 애월읍 봉성리 산1번지

 표고: 725.9m 비고: 40m 둘레: 1,171m 면적: 97,951㎡ 형태: 말굽형 난이도: ☆☆☆

 

 

 

신령스러운 만큼 깊고 그윽한 자연 미가 넘쳐나는 산 체...

 

과거에 기슭이 이어지는 알거문들먹과 함께 하나의 산 체로 알고 있었으나 1997년 오름 현황 재조사 당시 별개의 화산체임을 알아내고 구분을 하였다. 당시에는 마땅한 명칭을 짓지 못하여 인근에 있는 다래오름을 참고로 다래오름 북동쪽이라 하였다가 훗날 알. 웃거문들먹으로 부르게 되었으며 지금도 두 명칭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한자로 흑월상악(黑月上岳)이나 거문돌악(巨門乭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으며 거문(검은. 거믄)은 고조선 시대부터 쓰였다고 전해지는 신(神)이란 뜻을 지닌 검(검. 감. 곰. 굼)의 유래라는 설도 있다. 이를 토대로 하여 신령스러운 봉우리나 터 정도의 의미를 갖추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한자 풀이와는 다소 벗어난 면도 있다.

알거문들먹과 이어지는 기슭은 마치 하나로 느껴지지만 마치 굼부리처럼 낮게 팬 능선을 따라붙어 있을 뿐 서로 다른 산 체이다. 정상부에는 묘가 몇 기 있는데 어쩌다 만나는 한 두기가 아니고 여러 기가 자리하고 있으며, 산담을 두른 묘들을 비롯하여 잘 단장이 된 망자들의 무덤들이 있다. 비문에는 거문들먹과 관련한 내용들이 있어 일찍이 오름의 명칭으로 전해진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오름의 명칭에 신령스러움이 포함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깊은 숲이고 숨은 산체임을 감안할 때 예사로운 일은 결코 아니다. 신령스럽고 성스러운 곳이라 여기는 때문에 망자들의 안식처로 선택을 한 모양이다. 탐방을 하는 동안만큼은 신령스러운(거믄. 검) 들판(들)을 우선으로 정한 조상들의 판단을 생각하면서 주변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오래전부터 이 곳을 명당으로 여겼거나 신령스러운 봉우리나 산 체라고 여긴 것으로 추측을 할 수가 있다. 산 체의 특성이 그러하듯 알거문들먹을 출발할 경우 바로 이어갈 수 있으며 이후 임도를 지난 후 숲으로 들어서면 임도를 거쳐 한 대오름으로 갈 수도 있다.

 

다래오름 정상부의 동쪽에서 바라볼 때 나란히 이어지는 두 산 체를 구분할 수 있으나 어느 곳을 먼저 오른다 할지라도 두 산 체를 이어 갈 경우 특별히 의식을 하기 전에는 평평하거나 약간 들어간 굼부리 정도로 여길 정도이며 두 산 체라는 점이 뚜렷하게 파악이 안 된다.

낮은 지대에서 보면 커다란 산 체로 보이며 이를 한라산과 관련을 했을 만큼 덩치가 큰 데다 면적이 넓은 한대오름이고 보면 ‘들먹’의 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한대오름으로 가는 들판이 있는 길목을 지칭한 것인지도 모른다. 불과 40m의 비고(高)이면서 동향의 말굽형 화산체를 지니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식별은 어려운 편이다.

또한 알.웃거믄들먹으로 구분을 하지만 웃거믄들먹이 해발은 높으나 비고(高)는 알거믄들먹이 더 높다. 이는 두 산 체가 이어져 있거나 가까이 있을 때 명칭을 정하면서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여 차례를 정한 것으로 보이며, 한 예로 웃바메기와 알바메기의 경우와 비슷하다.

한편, 검은(거문. 거믄)은 오름의 지질과 관련하여 흑(黑)색을 거론하기도 하고, 숲이 우거져서 먼 곳에서 바라보기에 검게 보이면 검은오름이라고 부르게 된 경우도 있지만 이곳의 내용은 다르게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짐작건대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서 검은(거문. 거믄)의 표현이 색(色)을 토대로 한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숲이 우거진 모습을 먼 곳에서 바라본 모습이 검게 보여서 붙여졌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정상부에 있는 묘비의 몇몇 비석에는 흑월상악(黑月上岳)등으로 라 표기를 한 것을 참고한다면 이제쯤은 웃거믄들먹(웃거문)으로 부르는 게 더 어울리고 맞는 표현으로 여겨진다.

 

 -웃거문들먹 탐방기-

제주시를 출발하여 평화로를 지나면서 남쪽을 바라보면 서부권의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최고의 비고(高)를 자랑하는 큰노꼬메를 비롯하여 산체의 높이나 크기가 이에 버금가는 바리메 등이 그 대표적이다. 노꼬메나 바리메를 만나는 과정은 산록도로변에서 다시 소로를 통하여 진입을 한 후에 초입지가 나오는데, 특히나 바리메로 향할 경우는 일대의 다른 오름으로 연계가 되면서 탐방에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깊은 자연 속에 숨은 오름들이지만 비포장길로 임도가 잘 만들어진 때문에 접근성에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다. 한대오름을 시작으로 노로오름과 붉은오름을 비롯하여 천아오름 등이 그 대표적이며 이들에게 계절을 논한다면 하나같이 가을형 오름이라 할 수가 있다.

해발과 더불어 입지적인 조건은 단풍과 여러 상록수와 낙엽송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때문에 가을에 더 탐방의 맛이 난다. 더욱이 국립공원에 포함이 안 된 때문에 오름과 오름을 이어가는 탐방이 가능하며 어느 방향으로 이어가기를 해도 무방하다. 좀 더 위쪽에 있는 삼형제오름이나 살핀오름 등이 국공지역이라 출입의 제한이 따르는 것을 감안하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와 함께 접근성이나 유명세로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지만 검은들먹과 다래오름북동쪽 역시 이 일대의 자연 깊숙이 숨은 오름이다. 걸쭉한 오름들이 진을 치고 있기에 찾는 이들이 적지만 위의 오름들과 연계를 하는 탐방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오름 탐방으로서 깊고 그윽한 맛을 느끼기보다는 무언가 숨은 매력을 지녔으면서 노출을 거부하는 듯한 인상을 느끼는 곳이다. 좀 더 늦은 가을이라면 어느 정도 물든 잎새들의 모습도 볼 수 있으련만 다소 빠른 시기인 것 같다. 근년에 찾았을 때 역시 가을이었으며 당시에는 일부 단풍도 보였으니까 아마도 11월이 열린 즈음이었을 것 같다.

당시는 혼자서 백(back) 코스로 후퇴하는 아쉬운 여정이었으나, 이날은 검은들먹과 다래오름북동쪽을 거쳐 한대오름까지 이어가는 전진 코스였다. (알거문들먹 참조) 알거문들먹을 지나 바로 웃거믄들먹​ 기슭으로 이어졌다. 길의 흔적이 뚜렷이 나 있는 때문에​ 이어가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좁은 길 위로는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운치를 더해줬다. 눈으로 보는 느낌도 그러하고 지나면서 들리는 소리 또한 감미롭기만 했다. 바스락바스락... 사르륵 사르륵... 퇴색의 시기를 맞은 숲이지만 이따금 반가운 손님이 기다리며 걸음을 멈추게 했다.

한라돌쩌귀는 보랏빛으로 수줍은 듯 홀로 얼굴을 내밀었고 천남성은 일행들과 잎을 버린 채 나 홀로 버티기를 하고 있었다. 좋은 길은 어디까지일까​. 숲이 더 깊어지는 곳에는 자연미도 더 풍긴다. 넝쿨과 덩굴은 사열이라도 하듯 좁은 통로를 만들어놨고 그 안을 헤집고 낮은 자세로 가는 느낌은 흐뭇하기만 했다. 웃거문들먹을 다 내려오니 바로 임도가 나왔다.

이곳에서 곧바로 숲길을 따라가면 한대오름에 도달할 수가 있다. 역시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있어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다. 드나든 흔적이 있기에 걸음을 연장했고 부르기에 기꺼이 외면하지 않고 한대오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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