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당오름(동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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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당오름(동광)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5.3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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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73m 비고: 118m 둘레: 2,869m 면적: 415,293㎡ 형태: 원형

 

당오름(동광)

별칭: 당악(堂岳). 시루오봉. 증오봉(甑五峰)

위치: 안덕면 동광리 산68-1번지

표고: 473m 비고: 118m 둘레: 2,869m 면적: 415,293㎡ 형태: 원형 난이도: ☆☆☆

 

 

 

당이 있던 자리는 찾아볼 수 없으나 원형의 넓고 깊은 굼부리가 돋보이는 산 체...

 

오래전에 이 오름에 당(堂)이 있었던 것과 관련하여 당오름이라 부르고 있다. 당이라 함은 보통 특정한 신을 모셔놓고 섬기거나 제를 지내는 등 무속신앙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지역적인 면이나 입지와 여건 등을 감안할 때 특별히 신(神)을 모실만한 곳이라 짐작이 가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이곳을 그 터로 이용을 했던 모양이다.

현재는 당의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으며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당오름의 특징은 무엇보다 원형의 굼부리를 우선으로 들 수가 있는데 둘레가 약 800m에 달하고 깊이는 40여 m로 알려져 있다. 이 굼부리 안에는 곳곳에 둔덕을 쌓은 모습들이 관찰되는데 이는 일제시대 때 일본군들이 구축했던 진지의 흔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사면에는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진지동굴 벙커가 아직도 남아 있다.

남사면은 완만한 구릉을 이루면서 남쪽으로 나지막하게 벌어졌고 그 아래로 다섯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이어진다. 항간에서는 이 봉우리들이 마치 떡을 찌는 시루와 같다고 해서 시루오봉(증오봉. 甑五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산 체의 넓이나 높이 등은 나무랄 데가 없으나 북사면의 일부에 삼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나무들이 없고 잡초만 무성하여 민둥산처럼 보인다. 동명으로 송당리와 와산리에 당오름이 있으며 한경면 소재의 당산봉으로 알려진 곳 역시 당오름이라고도 부른다.

당오름의 북쪽에는 정물오름이 있어 두 오름이 정겹게 어우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사이는 우연히도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다. 무엇보다 당오름 탐방은 전망권이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정상부에 숲이 없는 오름은 곧 전망권이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동성과 접근성을 감안한다면 남북으로 이어진 정물오름은 물론이고 감낭오름과 원물오름을 함께 연계한다면 보다 더 탐방의 묘미르 느낄 수가 있다.

 

 

-당오름 탐방기-

 

한우목장 옆의 도로 안쪽 간이주차장을 초입지로 하고서 들어갔는데 이 위치는 당오름과 정물오름의 중간 정도이다. 물론 다른 곳에서의 진입도 가능하지만 무난하게 갈 수 있는 초입지이다. 시멘트 길을 따라 들어가면 탐방로가 있으나 오름 사면 여러 곳에 오를 수 있는 자연의 길이 있다.

딱히 탐방로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비에 쓸린 흙길 사이로 오르는 것으로 선택을 했다. 경사를 오르는 동안 잠시 쉬기도 했는데 뒤돌아선 채 주변을 살피니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숲으로 가려진 곳이 없기 때문에 시야가 트여서 당연히 가능한 일이었다.

오름 아래쪽에는 개민들레가 여기저기 흩어져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수풀 사이로 산탈(산딸기)이 탐스럽게 익은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서 몇 알 따서 먹었다. 정상에 도착하는 거리나 시간은 길지 않았는데 산 체의 어깨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시원한 계절풍이 온몸에 감겨들었다.

정상부라고 해봐야 특별한 볼거리는 없을뿐더러 화구 안쪽의 모습도 썰렁한 편이라 화구 둘레를 돌아보며 사방을 전망하기 시작했다. 계절의 차이가 있겠지만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의 정상 모습은 길게 자라난 잡초가 대부분이었으며 특히나 개민들레들의 향연이 펼쳐지며 눈길을 끌었다.

남쪽으로는 산방산과 송악산이 시야에 들어왔고 날씨가 좋은 만큼 최남단 마라도와 가파도도 실컷 바라볼 수 있었다. 방향을 돌리니 북도라진오름과 바리메오름 등이 보였고 그 뒤로  한라산 능선도 아름답게 펼쳐졌다.  서쪽에는 산담으로 둘러진 묘가 있는데 당이 있었던 곳과는 무관하겠지만 아마도 이곳 역시 과거에 명당을 운운하였던 곳임을 알 수가 있었다.

 
   

확실히 오름을 보기 위해서는 오름으로 올라야 한다는 말이 맞고 오른 자는 오름의 높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다. 사방을 어느 곳을 바라봐도 오름 군락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지면서 탄성을 지르기에 너무 충분했다. 거리상으로 꽤나 먼 곳이지만 당산봉과 수월봉도 두 눈을 피하지는 못 했다. 규칙적인 크기나 높이는 아니지만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은 질서가 있어 보이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천연잔디와 잡초들이 대부분이지만 전체적으로 완만한 능선의 부드러움은 쓰다듬어주고 싶고 어루만지고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맨발로 몇 발을 내딛고 싶은 마음도 그러한 때문이었으리라. 돌아 나오는 중간에 진지동굴을 만났는데 오름에서 이따금씩 볼 수 있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는 않았지만 일제의 흔적이 당(堂)이 있던 곳까지 남아 있다는 생각에 다소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동굴 입구는 양치식물 등이 차지를 하여 막고 있었는데 녹음의 계절인 만큼 지난 역사도 함께 지우려 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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