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고어가 만든 '고어 사', 과징금 폭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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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고어가 만든 '고어 사', 과징금 폭탄..왜?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8.2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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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고어텍스 제품 팔지 못하게 한 고어(GORE)사 제재

 

고어텍스 제품의 유통구조
 

고어텍스 등산복을 대형마트에서  왜 찾기가 어려웠는지 그 이유가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이하 공정위)는 28일 아웃도어 업체들에게 고어텍스(GORE-TEX)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게 한 고어(GORE)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 7,3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

고어텍스는 방수‧방풍‧투습(외부의 물기와 바람은 막고 내부의 습기는 밖으로 배출시키는 성질) 기능의 원단으로 주로 아웃도어 의류나 신발에 사용되고 있다.

고어(GORE)사는 W. L. Gore & Associates, Inc.(미국 소재 본사), W. L. Gore & Associates (Hong Kong) Ltd.(홍콩 소재 아태지역본부), 주식회사 고어코리아 등 3개 사(이하 3사를 통칭하여 ‘고어’)를 통칭하며 엘고어 전 미국부통령이 만든 회사다.

고어는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에게 고어텍스 원단을 공급하면서 고어텍스 소재 제품(의류, 신발)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게 하여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위반 기간: 2009년 3월 ~ 2012년 12월)

이번 조치는 기능성 원단 시장의 1위 사업자인 고어가 자신의 독과점 지위를 이용하여 아웃도어 업체의 판매처에 대해서까지 개입해오던 관행을 바로잡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계기로 아웃도어 업체가 그간 주로 백화점 등에서 팔던 고어텍스 제품을 대형마트에서도 판매하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능성 옷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고어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기간 동안 고어텍스 소재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고 고어텍스 원단을 사용하는 아웃도어 의류 업체들에게 이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따라서 국내 대부분(29개)의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가 고어의 고객사에 해당돼 문제가 됐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각 아웃도어 업체와의 계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으나 고어가 일방적으로 결정 ‧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고어는 방수 ‧ 투습 등 기능성 원단 시장에서 60% 내외의 점유율을 갖는 1위 사업자로서 고어의 이러한 행위는 아웃도어 업체들을 사실상 구속하는 효과가 있었다.

고어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해당 정책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한편, 이를 어기고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업체에게는 큰 불이익을 주었다.

고어의 직원들은 고어 직원임을 숨긴 채로(mystery shopper) 불시에 대형마트 내 아웃도어 매장을 방문하여 고어텍스 제품이 팔리고 있는지, 그 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정책을 지키지 않고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을 파는 업체에게는 해당 상품의 전량 회수를 요구하고 나아가 원단 공급을 중단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4건)해 버리기까지 했다.

A사가 모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재킷을 대폭 할인하여 판매한다는 신문 광고가 나가자마자 즉시 A사에게 해당 상품을 전량 회수할 것을 요구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2012년 3월)

이처럼 고어가 대형마트에서의 고어텍스 제품 판매를 철저히 차단한 이유는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이 싸게 팔리게 되면 백화점, 전문점 등 다른 유통 채널에서도 가격이 점차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어텍스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가 제한된 결과 대형마트와 백화점 ‧ 전문점 등 유통 채널 간 경쟁이 줄어들어 고어텍스 제품의 시장 가격이 매우 높게 유지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지난 2010년에서 2012년 당시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고어텍스 제품 가격은 다른 유통 채널에서의 가격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수준을 보였다는 점에서 할인 유통 채널(price discounter)인 대형마트 판매가 봉쇄됨에 따른 가격 인하 억제 효과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고어가 자신과 거래하는 모든 아웃도어 업체의 고어텍스 유통 채널을 일괄적으로 통제함에 따라 아웃도어 업체 간에도 경쟁의 유인이 제한되는 효과가 있었다.

고어는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고어텍스 원단의 품질 향상이나 소비자 정보 제공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이러한 서비스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 반면,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높게 유지되어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고어의 행위는 대형마트 채널을 이용할 필요성이 있는 아웃도어 업체의 유통 채널 선택권을 과도하게 간섭한 것으로, 이로 인해 아웃도어 업체의 재고 ‧ 이월 상품 판로도 크게 제한됐다.

따라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고어에 향후 법 위반 행위를 금지하고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이해 관계자들에게 알리는 내용의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6억 7,300만 원을 부과했다.

고어텍스 라미네이트
 

시정명령은 고어 3사 모두에 부과하고, 과징금 납부 명령은 매출이 발생한 고어 홍콩법인(W. L. Gore & Associates (Hong Kong) Ltd.)에 부과한 것.

공정위는 "기능성 아웃도어 원단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가 유통 채널 간 경쟁을 막는 행위를 제재하여 유사 행위 발생 가능성을 막고, 유통 시장의 거래 질서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로 인해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 판매가 늘어나면 소비자들이 야외 활동 시 널리 이용하는 기능성 의류 구입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고 상품 등을 싸게 팔 수 있는 유통 채널이 늘어나 아웃도어 업체들의 애로사항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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