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 깃든 초가을..시내는 교통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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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깃든 초가을..시내는 교통지옥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8.31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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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가을편지)우리와 동급인 생명체들과 만난 망중한의 오후

 

 

산사는 이미 초가을이다.

30일 점심 때쯤 갑자기 산으로 오르고 싶어 관음사를 향해 올라갔다.

경내보다는 옆길로 난 들길을 따라 신령바위를 향해 무작정 오르다보니 다시 관음사 경내로 이어지는 길이 나왔다.

절을 찾아가라는 인연의 목소리일까..?
관음사로 들어가 호젓한 산사를 걷기로 했다.

 

그리고..

참나무가 흐드러진 그 나무 아래 긴 의자가 하나씩 놓여 있어 그곳에 앉으니 이곳이 부처가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보리수나무 아래라는 곳이 부럽지가 않다.

한참을 그곳에 앉아 있자니 보이는 것들이 모두 우리와 동급(최성현의 글)이라는 많은 식물들이 발 아래에서 자라고 있었다.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업을 한국에서 실천하고 있는 최성현의 바보이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그는 모기나 거머리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인간이 그들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니듯 뭇 생명체들을 우리가 마음놓고 먹는다고 그 생명들이 인간을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과 우리는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동급 생명체들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바라보니 우리와 동급인 그 작은 식물들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그는 나무나 풀을 벨 때에도 그들에게 왜 그들을 베어내야 하는지 설명을 하고 베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베어짐을 당하면서도 식물들이 이해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 글을 읽으면서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성스러워졌다.

그래서 문득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산사로 들어가니 그런 모습을 한 우리와 동급의 생명체들이 많이 보인 것일지도 모른다.

떡갈나무 아래에 앉아 하늘을 보니 바람은 선선해져 가을이 드디어 오고 있었고 새소리가 들리고 매미소리가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듯 연신 울어댔다.

망중한..
그렇게 한참을 산속에 있어 보니 산은 거기에 있는데 우리는 그곳에 갈 일이 많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이 일었다.

더 많은 생명체와 만나고 대화하고 그들과 인사하며 지내는 것은 행복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든 시간이었다.

 

 

자연을 통한 위안을 받고 내려오는 길..

아직도 버스중앙차로공사는 끝나지 않아 길은 차로 대만원이었다.

졸속이 이런 것일까..

무조건식 밀어붙이기는 이런 불편함을 도민에게 준다.

그 공사는 언제 끝날 것인지..

교통체계 개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실패의 조짐으로 보인다.

만약 정말 좋은 계획이었다면 도민들은 절대로 불편을 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두가 불편하다는 사실이 실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게 무더웠던..그래서 우리를 심하게 힘들게 만들었던..기후변화를 걱정하고 앞으로는 더 더워질 것이라는 불안에 떨며 보냈던 한 여름이 또 가고..이제 또 다른 가을이 오고 있다.

가을에는 더 많이 산을 찾아 들어가 우리와 동급인 더 많은 생명체들과 대화를 해봐야 하겠다.

가을이 온 초가을 산사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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