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시인, ‘오래된 잠’ 첫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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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시인, ‘오래된 잠’ 첫 시집 출간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10.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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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송이의 메꽃이 피었다.
아버지의 부재를 알리는 검은 적막을 깨고
돌담을 딛고 야금야금 기어올라
초가지붕 위에 흘림체로 풀어놓는다. -오래된 잠에서“

200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민화 시인의 첫 시집 ‘오래된 잠’을 출간했다.

이민화 시인은 서시에서 “내게 세상은 봄이었고, 온통 분홍빛이었다. 분홍빛은 오래가지 않았다. 잃고 채우기를 반복하며 여기가지 왔다. 다시 분홍이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간된 첫 시집 <오래된 잠>에는 3부로 나눠 50 편의 시가 담겼다.

제1부 ‘잠속에 걸어 나오는 말들’ 편에는 ‘푸른 상처 / 소묘 / 없는 계절 / 배고픈 식사 / 음지가 음지를 키운다 /여자, 안녕/ 들키다 /순환 / 우물 속엔 금붕어가 산다 / 사춘기 / 시시한 기도 / 고립 /기차를 기다리며 / chain letters /만선/ 봄 마중’ 등 16편이 수록됐다.

제2부 ‘어둠을 밀치면 사랑이 보인다‘ 편에는 ‘연애 / 동백꽃피던 / 영재네 집 / 미미미용실 / 어색한 화해 /두 사람 / 영심이 언니 / 수신되지 못한/ 장마 / 류 / 능소화필대면 생각나는 / 푸른 감옥/ 지독한 사랑 / 플라스틱 아일랜드 /가난한 그림자/ 민들레/ 봄에게 당하다’ 등 17편이 수록됐다.

제3부 ‘억지스러운 욕심, 그 말간 정신’ 편에는 ‘오래된 잠 /계절 밖의 계절 / 식물성 슬픔/ 고향을 베끼다/ 가을 안부/ 데칼코마니/ 시간의 해부학/ 말년 씨/ 식구/ 구름빵을 기억해/ 예약된 약속/ 봄밤/ 빈 둥지/내일은 비/ 발칙한 상상/ 거짓말/물렁물렁한 뼈’ 등 17편이 수록됐다.

 

정찬일 시인은 해설에서 “이민화 시인은 시집에서 화자 자신을 시적대상으로 하는 시에서 '나'에 대해 성급하게 말하거나,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며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낯선 이미지들로 덧칠하지 않고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나의 꿈'이 여타 시인들처럼 이 현실에서 미래라는 방향성을 갖지 않고 현실에서 과거로 방향성을 갖는것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택훈 시인은 “시인 이민화는 동인생활을 함께하면서 첫 시집을 내면 더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 말의 이면에는 시에 대한 애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챘다”며 “그녀는 따듯한 이야기도 차갑게 쓰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안은주 시인은 “그녀는 없는 계절 밖에서 오래된 잠을 잔다. 검은 봉지 속으로 걸어 들어가 수신되지 못한 발칙한 상상을 하고, 없는 계절 속에서 한 권의 시집이 된다”며 “단정하면서도 차분한 그녀의 시편을 읽으면 읽을수록 식물성 슬픔이 느껴진다. 몇 날 며칠 동안 기나긴 잠속을 걸어나온 이민화의 시편들이 여기에 있다”고 시의 제목을 들어 자평했다.

한편 이민화 시인은 1965년 경남 남해에서 출생했으며 30년 전 제주에 내려와 살고 있다.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제주작가회의 회원이며, 라음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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