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슬 방울방울 맺힌 하얀 꽃을 부지런한 벌 한 마리가 감싸 안고 있습니다.

수생식물원 앞을 지나는 산책로에 한라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키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산책로를 따라 핀 꽃을 보며 사람들은 복스럽다고 하며 지나가더군요.

길을 따라 걷고 있자면 가을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올라옵니다.

연분홍 꽃봉오리로 피기 시작했던 꽃은 점점 하얀 빛으로 변해갑니다.

모닥모닥 피어난 꽃들이 복스럽기도 합니다.

한라구절초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한라산 고지대의 햇볕이 잘 들고 메마른 화산토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입니다.

그런데 모여 핀 꽃들 사이사이 몇몇 꽃줄기 윗부분이 댕강댕강 잘려져 있습니다.

누군가 꽃을 뜯어먹은 흔적입니다.

아마도 꽃 맛을 익히 알고 있는 동물의 짓이겠지요?

마침 꽃 맛에 취한 곤충들이 꽃 주위를 맴돌고 있더군요.

풀색꽃무지는 얼굴을 꽃 속 깊이 파묻느라 엉덩이가 점점 하늘로 향하는 줄도 모르고,

줄점팔랑나비와

큰멋쟁이나비 또한 긴 대롱을 꽃 속으로 들이밀고 있습니다.

비단 꽃에 취한 것은 곤충뿐만이 아닙니다.

꽃과 곤충에 반한 사람을 보태려 합니다.

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산책로주변으로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군요.

산책로에는 가을정취가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