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제2공항 논쟁은 끝났다, 공동 검증으로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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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제2공항 논쟁은 끝났다, 공동 검증으로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자
  • 박찬식
  • 승인 2023.05.0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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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24시간 운영 공항이라는 ‘숙원’을 배신한 제2공항

 

본지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은 물론 전문가들로부터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조금 높긴 하지만 여전히 제2공항에 대한 찬,반 대립은 첨예한 도민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원고는 그동안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해 온 박찬식 위원의 그동안의 경과와 함께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정리한 내용이다. 제2공항 건설 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편집자주)

 

 

제2공항이 제주도민의 숙원사업?

24시간 운영 공항이라는 ‘숙원’을 배신한 제2공항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

 

한 인터넷신문에서 “제2공항 건설은 제주의 오랜 꿈이었다”는 제목으로 제2공항 건설을 지지하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제목과는 반대로 이 칼럼의 첫 두 문장만큼 지금 추진하는 제2공항이 ‘왜 아닌가’를 콕 짚어주는 문구도 없는 듯하여 이를 인용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제주 공항 건설의 전제는 향후 100년 이상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24시간 운항과 여객,화물 운송이 동시에 취급될 수 있는 국제공항이 돼야 한다.”(전국매일신문, 2020.09.21.)

순서를 바꾸어 두 번째 전제부터 보자. 제주공항의 확충 또는 신공항 건설 논의와 실행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공항 확충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였다. 직접적으로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으로 불이 붙어서 2008년 신공항 건설 범도민추진협의회가 구성되고, 2009년에는 도의회 신공항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 때 시작된 신공항 건설 논의에서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은 바로 24시간 운영 공항에 대한 요구였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등의 호재를 배경으로 해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 속에 국제선을 확충하려면 24시간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교통연구원이 수행한 제주공항 마스터플랜 용역에서도 현 제주공항이 2025년에 포화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장기적으로 2개의 활주로가 있는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신공항 검토가 발전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도의회 신공항특위 구성을 보도한 기사에도, “특별위원회는 제주 제1의 현안과제인 사람,자본,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국제자유도시에 걸맞는 24시간 운영체제의 신공항 건설에 주력할 계획이다”라고 쓰여 있다(제주투데이, 2009.02.25.)

신공항 건설이 제주도민의 숙원이었다고 하면 정말 그랬냐고 의문을 던지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범도민협의체가 구성되고 도의회 신공항특위까지 구성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도내 지도층(?) 사이에 일종의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특히 관광업계 등 이해관계가 큰 집단에게는 매우 절실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추진되는 제2공항이 그런 ‘숙원’에 부합하는 공항일까?

이에 대한 답은 2015년 11월 제2공항 건설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관광업계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관광업계를 대표했던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새로운 공항의 전제조건은 무조건 24시간 운영”이라며 “만약 24시간 운영되지 않는다고 하면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메리트가 떨어지기 때문에 중대한 실수”라고 주장했다(MBN, 2015.11.10.)

그러면 지금 이 사실이 변했는가? 신공항의 전제가 24시간 운영 공항이라는데 지금 성산에 추진되는 제2공항이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때는 24시간 공항이 절대적인 전제조건이었는데 이제는 24시간 운영 공항이 아니라도 좋다는 것인가? 도민의 ‘숙원’이라며 제2공항 건설을 강변하는 국민의힘, 그 중에서도 제주시갑 위원장인 김영진 전 제주도관광협회장이 먼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나는 24시간 운영 공항이 필요할 만큼 국제선 노선이 증가할까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국토교통부의 수요예측에서도 국제선과 외국인 수요는 크게 늘지 않고 2040년 이후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측은 예측일 뿐이니 차치하고, 만약 제주도가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져서 국제선 취항 요구가 늘어나고 정말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 제주공항도, 성산의 제2공항도 소음 때문에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데, 그럼 또다시 제3공항을 지을 것인가? 아니면 현 제주공항 바다쪽에 활주로 하나를 신설할 것인가?

이미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두 개의 공항 시설이 있는데? 정말로 24시간 국제선 운항 가능한 공항이 필요할 경우 제2공항은 오히려 방해물이 된다. 지금 제2공항을 짓지 않아야 현 공항 바다쪽에 활주로를 신설하든, 소음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곳에 신공항을 건설하든 할 것 아닌가?

다시 말해 지금 추진되는 제2공항은 24시간 공항이라는 ‘숙원’을 배신하는 공항이다. 이 점에서 24시간 국제선 운영 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야말로 성산 제2공항 건설에 강력하게 반대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2공항이 100년 대계?

이제 향후 100년 이상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첫 번째 전제로 돌아가 보자. 100년 후 세계는, 한국은,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그 전체적인 면모를 전망하거나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는 기후재앙 때문에 인류가 지구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남아 있을지도 의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거기에 대해 어떤 전망을 하는 것은 나의 능력을 넘어서기도 하거니와 인류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라는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기에 단정적인 전망은 섣부른 일이다. 그러나 그와 달리 훨씬 확실하게 전망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국내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추세다.

통계청은 2021년 12월에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했다. 추계에는 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순이동(이주민)을 조합하여 중위, 고위, 저위 예측치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장기재정과 연금정책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2120년까지 100년간의 예측치도 부록으로 제공하고 있다. 대체로 과거의 추계치에서 제시한 중위 예측보다 조금 더 빠르게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어 그것을 기준으로 보면 될 듯하다.

중위 추계에 따르면 국내 총인구는 2020년 약 5,184만명에서 2070년에는 3,766만명으로 감소한다. 고령화는 더 심각하다. 65세 미만 인구는 2020년 4,369만명에서 2070년에는 2,507만명으로 급감한다.

100년 후인 2120년 예측치는 총인구가 2,095만명, 65세 미만은 1,192만명이다. 지금으로서는 가히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인 수치다. 65세 미만을 기준으로 보면 4,369만명에서 1,192만명으로 줄어드는 것이니 말이다.

칼럼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제2공항이 백년대계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다. 그렇다. 공항이라는 거대 인프라를 짓는다면 100년을 내다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100년 후에 제주를 찾을 국내 관광객은 얼마나 되겠는가?

지금 총인구 5천만, 65세 미만 4,400만 정도인데 제주 관광객은 1,500만명, 공항 이용객으로는 3천만명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총인구 2,100만, 65세 미만 1,200만명이 되었을 때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얼마나 될 것인가? 또다른 변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오히려 증가하기는커녕 지금보다도 더 낮아진다는데 말이다.

100년이 아니라 50년도 가기 전에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도 연간 관광객 1000만명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고, 지금 있는 공항 하나도 남아돌지 않겠는가? 삼척동자에게도 뻔하게 보이는 미래에 눈을 감고 억지를 부리는 일, 그만둘 때가 되었다.

 

과잉예측, 과잉시설 - 공군기지로 전락할 제2공항

국토부는 100년이 아니라 30년 후까지의 수요예측만 보고, 그때까지는 공항이용객, 즉 관광객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2015년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는 2040년에 4,560만 정도에 이른 다음에 그 수준을 유지한다고 봤다.

그런데 이번 기본계획 최종 예측에서는 2040년에는 3,689만명인데, 그 이후로도 계속 늘어서 2055년에는 3,970만명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처음에 비하면 최대 예측치가 600만명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그것만으로도 공항 확충의 대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중대한 사정변경이다.

2015년 용역 당시 세계적인 공항설계 전문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현 제주공항의 관제·운영시스템을 첨단화하고 보조활주로를 활용하면 연간 4,500만명의 수요도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이 연구결과는 4년간 은폐되었다가 2019년 검토위원회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제 수요예측이 연간 4천만명 아래로 감소했는데 그 수요도 처리하지 못한다고 우기면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 이 수요예측조차 현실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과잉예측임이 확인되고 있다. 다른 걸 다 떠나 고령화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예측이기 때문이다. 그간 시민사회는 물론 환경부도 고령화 반영 여부에 추궁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이번에 공개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지적사항 반영 여부를 정리한 표(247쪽)에서 “장래 인구 노령화는 연령구조에 따른 항공 이용행태의 변화, 이용행태의 추정에도 한계가 있어서” 반영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제2공항 예비타당성 검토 용역에서는 이미 연령대별 숙내 숙박여행 경험률, 여행횟수, 제주도 방문 원단위 등을 분석하여 ‘60세 이상 인구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사회적 활동성이 활발하지 못하므로 일반적으로 제주도 방문 원단위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사회적 환경이 제주도 방문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연령구조에 따른 항공 이용행태의 변화를 추정하지 못한다고 하면 수요예측 전문가로서의 자격이 없다. 결국 어떻게든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고의적으로 부풀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수요예측에 대한 의문점은 여기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요컨대, 제주도가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제주섬의 수용력 문제와는 별개로, 단순한 예측만으로도 제주의 항공수요는 연간 3,500만을 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런데 이미 현 공항의 수용능력이 연간 3,155만명이다. 2015년 당시에 계획했던 현 공항의 2단계 확충은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상태인데 말이다. 당시 2단계 확충의 목표 수요는 연간 3,940만명으로 기본계획의 장래 수요예측 3,970만명과 거의 같다. 사실이 이런데 106만평의 현 제주공항보다 더 큰 165만평 규모의 제2공항을 왜 지어야 하는지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제2공항을 건설할 경우 100년 공항은커녕 30년 공항도 될 수 없다. 기껏해야 현 공항에서 처리 가능한 수요를 둘로 나누어서 운영하다가 둘 다 적자공항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결국 10년이 못 가서 하나의 공항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미 2012년 제주도가 발주한 ‘제주 공항개발 구상 연구’에서 복수공항은 제주의 현실에 적합하지 않고, 둘 중에 하나는 폐물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제2공항을 건설한다면 그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공군기지다. 지금 계획에 들어 있냐 아니냐를 떠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주에 공군기지를 추진해 왔고, 제2공항을 후보지로 거론해 왔다.

국토부가 아무리 순수민간공항이라고 우겨도 국방부는 공군기지를 포기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한가하게 놀고 있는 거대한 공항이 있는데 국방부에서 같이 쓰자고 하면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가장 땅을 치며 후회할 이들은 성산을 포함한 동부지역 주민들이 될 것이다. 물론 제주도 전체가 군사기지의 섬, 동북아의 화약고가 되어 격화되는 미·중 패권 갈등 속에 불안에 떨어야 할 것이니 결코 동부지역 주민들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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