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밝은오름 (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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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밝은오름 (금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0.3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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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79.9m 비고: 15m 둘레: 556m 면적: 15,698㎡ 형태: 말굽형

 

밝은오름 (금악)

별칭: 명악(明岳). 벌근오름

위치: 한림읍 금악리 18-1번지

표고: 379.9m 비고: 15m 둘레: 556m 면적: 15,698㎡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명칭을 벗어나 숲을 이룬 환경으로 시민들을 받아들이는 착한 화산체...

 

다른 곳에 있는 동명의 오름들처럼 모양새가 달처럼 환하고 반반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밝은을 대신하여 제주 방언으로 벌근(볼근)이라고도 부르며 한자로는 명악(明岳)으로 표기하고 있다.

서부권의 이시돌 목장 너머에 드넓은 초지와 광활하게 펼쳐지는 금악목장과 정물오름목장에 인접한 화산체이며, 높이와 면적 등 몸 체는 왜소하지만 등성이를 따라 나지막하게 북쪽으로 벌어진 반달형의 굼부리를 지니고 있어 어엿한 오름으로서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굼부리 안쪽은 개간이 되어 농경지로 이용이 된지 오래되었으며 등성의 일부에는 묘 몇 기가 있다. 기슭을 따라 키가 작은 잡목들이 자라고 있고 억새와 수풀이 등성을 덮고 있으며 아래에는 잡풀들이 자라면서 초지로 이뤄져 있다.

주변은 목초지와 일부 개간이 된 농작지가 있으면서도 대체적으로 자연 미가 살아 있었는데 사유지를 포함하는 오름 옆에 주택이 생기면서 바란스의 균형이 다소 무너진 상태이다. 공교롭게도 한림읍에만 동명(同名)의 밝은오름 3곳이 있으나 대부분 탐방의 묘미를 느낄만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명확한 오름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 각각의 명칭이 붙어서 알오름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오름의 흙이 붉은색을 띠었다고 해서 붉은오름이나 명악(明岳)으로도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잘 쓰지 않은 명칭이며 역시나 모양새에 기준을 두고 있다.

 

 

-밝은오름 탐방기-

탐방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주변의 오름을 찾았던 날에 덤으로 가봤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제주시 출발 후 평화로를 기준으로 할 때 그린리조트(새별오름 소로)에서 캐슬랙스 골프장 도착 직전 우회를 하고 내려가다 보면 녹원목장 안내판이 나온다.

이곳에서 시멘트 길을 따라서 조금 들어가면 나지막한 등선이 보이고 오름 옆에 집이 있다. 사실상 외형만을 두고 볼 때 오름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그냥 알오름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곳이다. 다만, 분명한 말굽형의 화구가 있으며 특히나 위에서 본 모습은 오름으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르기 편한 동쪽 언저리나 수월한 곳을 이용하여서 올라가면 되는데 작고 낮은 능선을 따라 수풀을 걷어 헤치며 올랐다. 산책로가 있는 것도 아닌 데다 평소 기슭에서 등성을 따라 오르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발을 디디는 곳이 길인 셈이다.

초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여리고 푸른빛을 띤 억새들도 능선의 곳곳을 차지해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오면서 흔들리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머지않아서 이들도 오름 사면을 퇴색된 빛깔로 물들이면서 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북동사면 아래의 화구는 수확을 마친 상태라 농작물이 없었지만 개간이 이뤄져서 농사를 짓는 곳이다. 덤불과 수풀로 뒤엉킨 곳을 헤쳐서 정상으로 향했는데 불과 15m의 비고(高)인 낮은 오름이지만 길이 없는 상황이라 전진은 만만치 않았다. 수풀로 덮인 한쪽을 차지하여 곱게 피어난 인동꼬장(인동초)의 무리들이 보이길래 하나둘 따서 코끝에서 입술까지 대었다.

 

짙은 향이 풍겨왔고 꽃대를 따서 끝부분을 빨았더니 달콤한 맛이 남아 있었다. 어렸을 적의 추억을 마셨다고나 할까. 덤불 주변에는 고사리도 제법 많이 보였는데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풋풋하고 싱싱한 것들이었는데 시기적으로는 철이 지나기도 했지만 덤불과 수풀 사이의 음지를 통하여 늦게 돋아났고 사람들의 출입이 없어서 성숙한 모습으로 남아 있던 것이다.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그래도 사방으로 어느 정도의 전망이 열렸다. 초여름의 더위를 식히는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보잘 것 없는 정상 등정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줬다. 당오름과 정물오름이 가까이 보였는데 이곳에 오기 전에 바로 탐방을 했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밝은오름에 들른 것이다.

남쪽으로는 이달봉과 새별오름 그리고 멀리에는 바리메오름 등이 보였고 이어지는 오름 군락이 실루엣처럼 펼쳐지면서 그래도 오름에 올랐음을 실감하게 해줬다. 북동사면의 오름 화구는 밭작물을 재배하는 곳인데 하절기를 맞은 상황임에도 특별하게 농작물이 심어있지는 않았다.

산 체가 크던 작던 변화가 이뤄지는 곳은 오름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인데 그래도 낮고 작은 모습에서 굼부리까지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으며, 구전되는 내용처럼 반달이나 반반한 모양이라기보다는 앙증맞은 모습에서 더한 정이 가는 오름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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