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밝은오름(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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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밝은오름(상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1.0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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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82.5m 비고:43m 둘레:1,054m 면적:78,972㎡ 형태:말굽형

 

밝은오름(상명)

별칭: 명악(明岳). 벌근오름

위치: 한림읍 상명리 1,696번지

표고: 182.5m 비고:43m 둘레:1,054m 면적:78,972㎡ 형태:말굽형 난이도:☆☆☆

 

 

굼부리와 기슭의 일부를 농지로 내어줬지만 아직도 울창한 숲을 지닌 화산체...

 

주변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보름달처럼 환하고 반반하게 생겼다 하여 명칭이 붙었고 제주 방언으로 벌근(볼근)오름이라고도 부른다. 제주도가 오름의 천국이란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면적에 비례하는 개수가 세계 최고라는 것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수백 개의 오름들은 저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오름의 중요성을 두고서 표현을 한다면 제주는 곧 오름이라는 말도 실감이 날 것 같다. 최고의 환경자산이면서 제주의 자연적 가치를 높이는 일등 공신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오르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인기 있는 오름을 우선적으로 선호하고, 갔던 곳이다 할지라도 계절을 달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시 찾게 되곤 한다.

하지만 몇몇 오르미들은 오름 정복을 시작한 후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다 오르고 싶어 하고 그 진행을 하기도 한다. 그러기 때문에 비고(高)가 낮거나 볼품이 없다 할지라도 외면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외형상으로나 정상에서의 전망 등을 포함하는 운치조차 없는 곳들도 있지만 만나봐야 할 노릇이다. 바로 이러한 환경적인 입지를 지닌 대표적인 오름들 중에는 동명의 다섯 밝은오름들도 포함이 된다.

밝은오름은 금악리 소재를 비롯하여 안덕면 동광리, 한림읍 명월리, 제주시 해안동, 한림읍 상명리 등 다섯 개나 되는데, 동명의 오름들은 탐방 이후에도 하나같이 정복의 후련함을 느끼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높이는 물론이고 산 체의 규모 등도 하나같이 보잘 것 없는 때문에 탐방이라는 표현을 하기가 쑥스러울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형세가 보름달같이 환하게 비친 모습이며 반반하다고 해서 붙여진 유래를 지니고 있으니 변화로 인한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상명리의 밝은오름은 제주 방언으로 벌근(볼근)오름이라고도 부르고 한자로는 명악(明岳)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비고(高)는 43m에 불과하지만 다섯 개의 밝은오름 중 그래도 가장 높다면 쓴웃음이 나올 법도 하다. 북향의 말굽형 굼부리를 지닌 화산체라고는 하지만 변화로 인하여 특별히 그 흔적을 찾아보기는 어려우며 비교적 잘 알려진 오름들의 형세나 규모를 연상해서는 안 된다.

정상부를 차지한 소나무 숲과 북동쪽의 잡목들이 우거진 곳을 제외하고는 농경지가 대부분이며 그 외 촐왓과 묘 몇 기가 있다. 해송을 중심으로 닥나무나 보리수나무 등의 잡목이 사면을 차지한 곳도 있으나 탐방을 통하여 깊고 그윽한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또한 정상부로 이어지는 곳에는 숲을 이룬 나무들 아래로 억새를 비롯하여 가시넝쿨들이 차지를 한 때문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보다 오름의 자세를 더 갖추고 있는 느지리(망오름)와 이웃하면서 서러움을 받고 있는 까닭에 애처롭기도 하다. 독립형 소화산체로 구분을 하고 있지만 오래전 주변의 환경적인 요인을 생각해본다면 밝은오름 자체가 느지리의 화산체 영향을 받으면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지금껏 밝은오름으로서는 망오름이 제 할 바를 도와주기 위하여 환하게 비춰주는 구실이라도 하는 것일까

 

 

.-밝은오름 탐방기-

초입은 상명리 마을 주변을 찾아가면 되는데 (상명리 1696번지) 도로변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따라서 차량 진입이 가능하며 오름 중턱에 주차가 가능하다. 오르기 전에 돌아서면 농지와 가옥 몇 채가 보이고 주차를 한 근처에서 왼쪽 멀리로 느지리(망오름)의 일부도 보인다.

특별히 탐방로가 구성이 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흔적을 따라 진입을 한다. 산책을 겸하는 방문보다는 이곳에 볼 일이 있어서 찾는 일부 사람들의 흔적이 전부였고 오름의 정상부 아래쪽은 오래전에 개간이 되었고 층을 이루고 있었다.

기슭 한쪽에는 고사리 단지가 조성이 되었는지 계절이 지났지만 고사리가 집단적으로 보였는데 자생하는 고사리 서식지로 보이지는 않고, 그렇다고 제주에서 고사리를 재배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아이러니했다. 마주하는 느지리를 바라보는 내내 밝은오름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느지리는 오름으로서의 구색을 잘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봉수대가 설치되었을 만큼 전망도 좋은 반면 밝은오름에서 주변을 전망할 수 있는 곳은 등성 한 쪽이 유일한 장소이다. 정상부로 가는 산책로는 없으며 전투모드로 오른다 해도 소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울창하기 때문에 전망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하여 다시 내려온 후 주차 공간이 있는 좌측을 끼고서 올라가 봤다.

역시 정상부의 아래쪽은 농지로 개간이 되어 있었는데 바깥쪽이 고사리 밭이라면 안쪽은 놈삐(무우)밭이었다. 수확 시기가 지나고 있지만 일부는 그대로 땅속에 묻혀있었고 밭의 한구석에는 농약병들이 보였는데 마땅히 챙기고 갈 필요성을 못 느낀 때문일까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전해지는 내용에는 오름 중턱에 식수를 해결하기 위하여 관정이 설치되었다고 했는데 이 기구를 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둥근 원형의 물통과 수도가 보였고, 그 주변에는 작은 물통도 보이고 음식을 했던 용기 등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고사리밭 우측을 끼고서 나누어진 북동쪽의 수림 사이로 들어갔는데 주봉과는 좀 떨어진 곳이지만 같은 오름의 줄기이다.

사람이 다닌 흔적은 보였지만 마땅히 눈여겨볼 만한 곳은 없으며 자연적으로 숲을 이룬 현장이었다. 서부권 멀리로 눈을 돌리니 당산봉과 차귀도 주변이 보였는데 가시거리가 안 좋지만 그래도 그 원형을 볼 수가 있었다. 행여 날씨가 좋았다면 이 한 곳을 전망하는 자체로도 위로를 삼으련만 날씨는 여기까지만 허락을 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오름 사면에는 몇 기의 묘가 있었고 전반적으로 뭔가 어수선하고 균형을 잃은 듯한 오름의 형세라서 마무리를 하는 동안에도 허접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밝은오름인데.... 마무리 과정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금오름 등이 보였지만 오래 바라본다 한들 이곳과의 차이가 많아서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 주변 가까운 곳에 매력이 있는 금오름이나 느지리를 함께하는 것이 좋으며 밝은오름 한 곳을 두고서 찾는다면 아쉽게도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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