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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이의 오름이야기제주도의 모든 오름(가나다순)
[오름이야기]서영아리표고: 693m 비고:93m 둘레:2,709m 면적:477,656㎡ 형태:말굽형
홍병두 객원기자  |  jejulove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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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8.03.14  00: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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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리

별칭: 영아리. 영아리악(靈阿利岳)

위치: 안덕면 상천리 산 24번지

표고: 693m  비고:93m  둘레:2,709m 면적:477,656㎡ 형태:말굽형  난이도:☆☆☆

 

   
 

명칭에 어울릴 만큼 신령스럽고 氣가 흐르는 듯한 영험한 화산체...

서쪽에 있어서 서영아리라고 하지만 이 오름의 보다 정확한 명칭은 영아리(靈阿利)가 맞다.  용이 엎드리거나 누운 형체와 연유해서 용와이악(龍臥伊岳)에서 비롯되어 영아리라고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아리라는 단어가 만주語로 뫼(山)라고 하는 것을 참고한다면 말 그대로 영산(靈山)인 셈이다.

이러한 내용에 기초를 하여 신령스러운 산이나 성스러운 오름으로 여기고 있으며 기(氣)운이 흐르는 오름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한편 동부권에 물영아리와 여문영아리가 있는데 물이 고인 분화구에 기초를 해서 물영아리라 했고 그 옆에 위치한 여문은 여물다(물이 없는)의 의미를 더한 것이다.

이런 연유 등으로 동쪽 소재의 물영아리와의 구분을 위해 서쪽의 영아리는 보통 서영아리라고도 부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영아리라는 뜻과 어울리게 신령스러움이 있는 화산체임은 틀림이 없다. 크고 작은 봉우리가 무려 여덟 개가 이어지며 정상부를 잇는 지점은 넓고 펑퍼짐하게 이뤄져 신령들의 터전이라 하기에 너무나 충분하다.

정상부의 거암(巨巖)을 비롯하여 영아리지기 격인 쌍바위와 4개의 기암이 들어선 모습은 보통의 오름들과 다른 멋이 나타난다. 정상 표지석에 걸터앉으면 왠지 신기(神氣)가 느껴지고 두 개로 이어진 산 체의 모습과 깊고 길게 이어진 분화구는 한껏 신비감에 젖게 한다. 시원한 계절풍에 실려 불어오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고 영아리를 에워싼 채 흐르는 묘한 기운이 몸과 마음으로 함께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영아리의 성스러운 면모에 관해서는 주변의 오름들과 연계를 하면서도 그럴듯한 이야기가 나돈다. 인근의 어오름과 하늬보기를 시작으로 마보기와 이돈이가 영아리를 사방에서 에워싼 채 수호를 하듯 감싸고 있어 그 입지와 줏대를 충분히 파악할 수가 있다. 사방 어디를 살펴도 전망은 나무랄 데가 없으며 연신 탄성을 지르게 된다. 한라산과 오름 군락을 비롯하여 해안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오는 풍경은 그야말로 극치이다.

그러기에 영아리에 오를 때는 심신을 단장하고 정돈된 자세가 필요하다. 영험하고 신성한 영아리 신은 부정을 용납하지 않으며 흐트러진 몸가짐을 받아주지 않는다. 날씨가 좋은 날 만나러 간다 한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시야가 흐리고 거친 바람이 밀려오는 것을 거부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영아리는 보통의 오름과 달리 특별한 면도 지니고 있다. 울창한 숲으로 덮인 북사면은 가파르게 이뤄졌으나 남북으로 완만하게 펼쳐지는 상부의 등성은 이동과 전망이 용이한 편이다. 북동사면 또한 경사가 심하며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어 접근이 어려우나 바라보는 시선은 넉넉한 풍경이 된다. 

서쪽으로 벌어진 굼부리 역시 소나무와 삼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깊은 숲을 이루고 있으나 출입은 한계가 따른다. 결국 이 오름을 만나는 것은 어깨선을 짚고 주변을 살피는 것과 사방으로 열리는 전망을 하면서 신선한 기운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전부이다. 신성하고 자연미가 넘치는 영아리 주변은 더러 변화와 발전이 이뤄졌다. 보다 여건이 좋은 터를 그린으로 만들려고 한 까닭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공교롭게도 영아리의 남동쪽에는 핀크스 골프장이 들어섰고 북서 방향으로는 나인브리지 골프장이 있다. 자연에 올라 자연만을 바라보고 싶어 하겠지만 문명의 이기와 시대의 발전은 명당의 영아리 주변을 변화시켰다. 오름 탐방으로서의 적당한 비고(高)인 93m이며 서향의 말굽형 화산체로서 지금은 접근성이 좋아졌고 진입로 역시 선택의 폭이 있다. 제주의 오름 10선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포함을 시켜냐 할 오름 중 하나이다.

   
 

 -서영아리 탐방기-

산록도로(남로)에서 서귀포 권역으로 가다 보면 핀크스 골프장이 나온다. 이곳을 좀 더 지난 후 좌측으로 소로가 있다. 이 시멘트 길은 안덕면 쓰레기 매립장까지 이어지며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현장에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광평 마을 쪽이나 다른 방향으로도 오를 수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돌오름 임도가 잘 정비되어서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행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라 양 방향 주차를 하고 영아리 습지와 하늬보기 등을 연계하는 전진형 탐방을 예정했다. 며칠째 흐렸고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지만 이날만큼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내린 눈은 고지대인지라 잔설이 남아 있으나 작지왓의 임도를 거닐기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경제림 내를 포함하는 임도는 삼나무 단지도 포함이 되었다. 낮은 경사를 따라 임도를 걷다가 양방향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측은 돌오름 탐방로로 이어지는 구간이며 영아리는 이 지점에서 좌측으로 가면 되었다.  이 안덕 쓰레기 매립장을 출발하는 루트는 비교적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임도를 따라 오름으로 가는 과정은 워밍업 구간으로 금상첨화이다.

다소 쌀쌀한 아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날씨가 풀리기 시작했고 하늘도 제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영아리를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일부에서 행기소라고 부르는 습지와 하늬보기를 거쳐 마보기까지 이어지는 여정이라 나 아닌 모든 일행들은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영아리를 만나기에 앞서 지나는 길에 이미 날씨가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기온이나 바람 등은 둘째이고 가시거리가 우선인데 비교적 무난했다. 한라산을 비롯하여 돌오름을 시작으로 오름 군락이 실루엣처럼 펼쳐져 작은 흥분과 탄성을 지르게 했다. 입구에 도착을 하여 팻말을 보았으나 정해진 루트를 포기하고 북동쪽 루트를 선택했다. 정해진 코스를 따를 경우 동서와 남북의 전망을 하는 과정에서 리턴을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딱히 탐방로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오름미들이 다닌 흔적이 있어 큰 불편함이 따르지는 않는다.

산 체의 허리를 지날 즈음에 비로소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고 잔설이 남아 있는 기슭이지만 미끄럽지도 질퍽거릴 정도도 아니었다. 이미 잎새들을 떠나보낸지 오래되었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잡목들이라 시야도 어느 정도 트여서 진행에는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2봉 정상부에 올랐다. 영아리의 형세는 큰 봉우리가 남(서남)과 북(동북)으로 나눠졌다. 정해진 탐방로를 이용할 경우는 정상의 중심부에 도착을 하게 되므로 이곳을 왕복하여 주봉으로 가게 되지만 지금의 루트는 전진형이라서 보다 효과적이다. 

전망놀이를 시작하기도 전에 일행들은 탄성을 질렀다. 날씨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며 가시거리를 향한 절대적인 감사의 메시지였으리라. 골프장이 시선을 압도했지만 애써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며 풍경을 감상했다. 군락을 이룬 오름들 중에 백미는 역시나 한대오름이다. 화산체의 정도나 거리상으로도 압도적인 데다 시계가 워낙 좋은 때문에 한동안 바라보기에 충분했다. 돌오름과 한라산을 비롯하여 이 방향에서 실체를 드러내는 모든 오름들이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역시나 오름을 보려면 오름에 올라야 하는 것이다. 짧게만 느껴졌던 전망을 마치고 주봉으로 이어갔다. 친환경 매트는 둘째하고 그 흔한 타이어매트조차 깔리지 않았으며 딱히 탐방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오르미들이 다니면서 길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고 곳곳에 리본 등으로 표식이 되어 있었다. 퇴색한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억새는 아직도 등성의 일부를 차지하여 사열을 겸하여  길 안내를 해줬다. 

주봉에 도착하기 전에 기암들을 만나게 되었다. 송이(스코리아)가 드러난 바닥 층 주변은 키가 작은 소나무 몇 그루가 있고 이렇다 할 식물들이 없는데 이를 대신하여 일대를 차지한 몇 개의 바위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조망권이 우선이지만 오름 자체로만 볼 때 영아리의 백미는 거대하고 특별한 바윗덩어리라 할 수가 있다. 이 돌들이 어떻게 정상 근처에 놓였는지는  아직까지도 알 수가 없다. 자연이 빚어내었고 신이 옮겨다 놓은 돌이라고나 할까. 

마주한 두 거암은 쌍바위라고도 부르는데 위엄과 기세는 절로 걸음을 멈추게 하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움직거릴 것 같은 두 바윗덩어리가 나를 주시하는 듯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처음도 아니고 몇 차례 만났지만 늘 그런 느낌이 들곤 한다. 영아리지기임은 틀림이 없고 자연과 신이 만들어 놓은 걸작이다. 누군가는 이 바위 위에 작은 돌을 얹혀놓고 또 누군가는 치우곤 한다. 올려놓는 자와 자연 그대로가 맞는 거라며 치우는 자가 있는 것이다. 

   
 

정상 바위에는 팻말이 있는데 이곳에 앉거나 선 채로 사방을 살피는 자체가 최고의 전망대인 셈이다. 맞은편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졌는데 서로를 에워싼 사이로는 굼부리가 있어 한눈에 말굽형 화산체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크고 작은 봉우리가 무려 여덟 개가 이어지지만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 것은 분화구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양쪽의 모습이 확인되었다. 깊고 넓게 이어진 화구의 모습은 영아리의 신령들의 터전이라 하기에 너무 충분하게 느껴졌다. 

오름명칭이 그래서일까.  영아리를 오르는 느낌은 오름 초입에서부터 색다르게 느껴졌다. 사면의 능선을 오르는 동안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가 있고 정상부에 도달해서는 영험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그러기에 영아리는 영산(靈山)의 기암(奇岩)이면서 기(氣)가 흐르는 산이 아니겠는가.  오름 군락은 거리를 무시하고 넓고 다양하게 실루엣을 이룬 채 그 모습들을 보여줬다. 하나씩 살피며 이름을 불러보는 동안 청정의 계절풍이 불어왔다.

겨울의 중심이라지만 영아리를 향하는 바람은 시기도 질투도 포기한 채 부드러움으로 맞아줬다. 하늘도 우리 편이고 바람도 우리 편이며 자연 또한 기꺼이 우리 편이 되어 준 것이다.  정상에서 다시 풍경 삼매경에 빠졌다. 분홍빛 음료수를 네댓 잔이나 마셨지만 더듬거리지도 않았고 결코 비틀대지도 않았다. 차라리 자연에 취하고 풍경에 빠져서 흐느적거린 게 맞을 거다. 아마도 영산과 기암의 효력 때문이었다고 애써 억지를 부렸다. 모처럼 찾은 영아리와의 만남은 역시나 풍족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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